한미약품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 한미약품그룹 제공
한미약품이 국산 비만 치료제 에페의 공급가를 마운자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며 위고비·마운자로가 양분한 비만약 시장을 정조준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의 공급가를 용량별로 2mg 2만 4200원, 4mg 4만 700원, 6mg 5만 7200원, 8mg 6만 9300원, 10mg 7만 4800원으로 정했다. 당초 최저용량(2mg) 4주분 공급가가 10만 원대 후반일 것이란 업계 전망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에페는 2mg에서 시작해 12주 동안 4mg, 6mg, 8mg으로 용량을 늘리고 이후 10mg 용량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이에 따라 첫 달 2mg과 4mg을 2회씩 맞으면 공급가는 12만 9800원이 된다. 이후 8주 동안은 6mg과 8mg을 차례로 4회씩 투약하는데, 이 기간 4주 공급가는 5~8주 22만 8800원, 9~12주 27만 7200원이다. 유지 단계인 10mg을 4회 맞으면 29만 9200원이 든다.
에페는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45호로, 주 1회 맞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다른 비만 치료제와 달리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에게 투여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미약품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 에페를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한미약품의 가격 정책을 두고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만 치료제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것이란 전망 속에서 공급가를 10만 원 초반대로 책정한 건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다.
이를 두고 경쟁 제품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에페의 첫 달 투약 공급가(13만 원)는 27만 원인 마운자로 대비 약 52%, 21만 원인 위고비 대비 약 38% 낮다. 유지 단계에서도 경쟁사 제품 대비 17~19%가량 저렴하다
체중 감량 효과에서 경쟁 제품에 밀리는 점도 가격 승부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르면 에페 투여군의 40주 평균 체중 감량률은 9.02%로, 대표 임상에서 위고비(14.9%)와 마운자로(20.9%)가 보인 수치보다 낮다.
한미약품의 가격 승부 전략은 마운자로가 걸어온 길과도 닮았다. 앞서 지난해 8월 일라이 릴리는 국내에 마운자로를 출시하며 용량별 차등 가격제를 내세웠고, 먼저 시장에 자리 잡은 위고비를 뛰어넘었다.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의 저용량 공급가를 42% 낮추며 맞섰지만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 실적은 마운자로 7444억 원, 위고비 2170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회사의 공급 가격이 환자가 실제 의료기관에서 부담하는 최종 비용과 동일하지는 않고 환자 부담 금액은 의료기관의 진료·처방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모든 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