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이브리드 가덕신공항, 조기 착공 서둘러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30월드엑스포 부산 현장 실사와 TK신공항 특별법 추진을 계기로 가덕신공항의 공법 결정과 조기 착공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건설공법 채택인데, 이와 관련해 1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기존 국토부의 방안인 가덕도 육상에 터미널과 지원 시설을 배치하는 내용을 가미해 새 수정안을 제시했다. 해상 매립·부유식 공법을 혼합한 시의 하이브리드 방식에다 국토부안을 절충한 것이다. 건설공법을 놓고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없는 만큼 시의 제안이 공법 논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겠다. 가덕신공항의 건설공법은 개항 시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월드엑스포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는 부산으로선 무슨 일이 있어도 2030년 이전 개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시가 안전성을 감안하면서도 엑스포 이전 개항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공법을 고집하는 이유다. 반면, 국토부는 가덕도 육상에 여러 공항시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2030년 이전 개항이 힘들다는 게 결정적인 단점이다. 시가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2030년 이전 개항이 가능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그래서 더 주목된다. 남은 것은 국토부와의 협의인데, 안전과 조기 개항의 이점을 충분히 설득해야 할 것이다. 공법 결정을 두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데에는 오는 4월 초 부산에 오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에게 명확한 공항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강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엑스포를 위해 기존 국제공항 옆에 또 활주로 6개를 갖춘 초대형 공항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런 판에 입·출국도 인천공항을 통해 부산에 온 BIE 실사단에게 2030년 이전 개항은 고사하고 아직 건설공법조차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는 정말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는 3월 초엔 공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공법만이 아니라 전체 개항 로드맵까지 확정해 밝힐 필요가 있다. 엑스포 유치 등 여러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가덕신공항은 내년 연말 이전에는 반드시 첫 삽을 떠야만 한다. 그래야 최소한 2030월드엑스포 행사 개최 시기에 맞춰 개항할 수가 있다. 물론 가덕신공항이 엑스포 유치만을 위한 부수 시설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과 성공은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박 시장에게 요구한 “2024년 조기 착공에 시장직을 걸라”라는 압박이 아니더라도 이 시점에서 시장직을 거는 결연한 자세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그런 절박함과 결연함이 가덕신공항의 착공을 하루라도 당길 수 있다.
[사설] 지방대 통한 지역 혁신, 정책 연착륙 기대한다
교육부가 대학 지원사업 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대학 예산 집행 권한을 2025년부터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넘긴다고 한다. 앞으로는 지자체가 직접 지역대학을 선택해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이 같은 내용의 교육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은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에서 열린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중앙정부가 지역대학 지원사업 예산 집행권을 지자체에 넘겨 대학과 지역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너무 늦어서 아쉽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2023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 부산 지역대학 몇몇 학과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쳐 사실상 미달인 전국의 대학 68개 가운데 59곳이 비수도권이었다. 그동안에는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에 1000개 이상의 대학 지원사업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대학이 각 사업에 개별적으로 신청해 선정될 경우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는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대학이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산업 발전 등 지자체와 손잡고 지역 사회 난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 지자체에서 한 번에 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대학사회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교육부가 올해 10개 내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비수도권 모든 지역에 총 30개 내외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해 지원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특화 분야를 지닌 대학을 의미한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의 교육여건을 한 단계 높여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하는 주민을 늘리는 등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라이즈’ 시범사업 대상은 전국에 5개 대학뿐이어서 치열한 선정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대학을 통한 지역 혁신만으로는 지금의 ‘지방 소멸’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별도로 ‘지방인재 양성과 정주 체계 구축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실현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를 해결하려면 지역 교육력 제고와 정주 여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문제는 대학의 문제이자 곧 지역의 문제이다. 지역대학을 통한 지역 혁신 정책의 연착륙을 기대한다. 경쟁력을 잃은 지역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이고, 이 때문에 더 좋은 교육여건과 직장을 찾아 다시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사설] 엑스포 유치전, 가덕신공항 경쟁력에 달렸다
올 11월 결정되는 2030월드엑스포(국제박람회) 유치는 부산의 사활이 걸린 핵심 현안이다.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를 확정할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실사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은 4월 3~7일 예정돼 있다. BIE 실사는 부산엑스포 유치사업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사 결과 보고서가 BIE 171개 회원국 전체에 공개돼 개최지 결정투표를 위한 기본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최대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치전에서 앞서가려면 BIE 실사에서 부산이 개최지로서 매력적이란 인상을 심고 좋은 평가를 받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부산엑스포 준비 상황을 부각시키고 국민의 유치 열기를 전달하는 등 BIE 실사에 잘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와 함께 유치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부산엑스포 유치나 개최에 필수 인프라인 가덕신공항의 2030년 이전 개항에 미온적이어서 과연 유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BIE 부산 실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가덕신공항 조기 조성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건설공법을 둘러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부산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정책이 맞는지도 의아하다. 안일한 자세로 한가롭게 있을 때가 아니다. 강력한 경쟁 도시인 사우디의 리야드가 2개 활주로가 있는 기존 킹칼리드국제공항 옆에 활주로 6개를 갖추고 연간 1억 20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초대형의 킹살만국제공항을 2030년까지 건설하기로 확정해서다. 건설 주체가 국가 실세로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여서 BIE 실사단의 입·출국조차 인천공항에 맡겨야 하는 부산으로선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사우디의 계획과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의 불투명한 전망이 자칫 실사단과 BIE 회원국들에게 부산의 공항 경쟁력이 미약하며 준비작업과 유치 의지도 미흡하다고 인식되는 원인이 될까 봐 걱정이다.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자문회의 위원 상당수는 정부의 조기 개항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대구·경북 정치권이 추진하는 TK신공항에 대해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적극적 지원 움직임을 보여 대조적이다. 부산의 여당 국회의원 대부분은 이 같은 양상에 개입은커녕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답답하다. 더 이상 이래선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 BIE 부산 실사와 불과 9개월 남은 유치사업의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공항 경쟁력이다.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관문 역할을 하는 중추공항 지위를 갖고 2030년 이전 개항이 가능하도록 범국가적으로 나서 속도를 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명운을 건 엑스포 유치를 공언한 만큼 리야드 신공항 추진에 맞서 기민한 대책 마련과 실행이 요구된다.
착한 신호등
어느 날부터인가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빨간색 신호등 위로 빨간색 숫자가 나타난다. 신기하다 싶어 쳐다보니 초록색으로 바뀌기까지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기다리는 답답함도 없애 주고 무단횡단 예방도 되겠거니 하다 성질 급한 부산사람들을 위한 배려인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부산경찰청에 알아보니 지난해 말부터 부산지역 31곳 80개 신호등에 설치됐거나 설치 중이다. 경찰청이 2022년 초 ‘적색 잔여시간표시 신호등’ 지침을 만들면서 8월 경기도 의정부시에 처음 등장했다. 각 시군구별로 예산 사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치 중이라는 설명이다.신호등은 교통량 증가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 왔다. 첫 등장은 1868년 영국에서다. 자동차보다 마차가 많던 시절, 마차 운행을 통제하기 위해 런던의 의회의사당 앞에 설치됐다. 기둥 위에 빨간색과 초록색 유리판을 끼우고 가스램프를 얹는 형태의 이 신호등은 교통경찰이 직접 조작했다. 전자식 신호등은 1914년 미국 클리블랜드에 처음 등장했는데 붉은색 신호만 있어 불이 켜지면 정지하고 꺼지면 출발하는 식이었다. 1918년 미국 뉴욕에 오늘날과 비슷한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의 세 가지 색상 신호등이 사용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서는 1940년대 처음 생겼다. 서울 종로와 을지로에 설치된 당시 신호등은 경찰이 세 가지 색의 날개를 번갈아 튀어나오게 수동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해방 이후 미군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점등식 신호등이 도입됐다. 기술 발전과 함께 신호등은 더 똑똑해지고 더 편리해지고 있다. 이는 보행자 안전 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2000년대 초록색에 먼저 적용된 숫자 표시등도 전자부품업체 대표가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보행신호에서 건너다 빨간불로 바뀌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당한 걸 계기로 개발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들을 겨냥한 바닥 신호등 설치도 같은 맥락에서다.이제 신호등은 교통 흐름과 안전을 위한 약속의 의미를 넘어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상징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화는 물론이고 디자인 측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호등 안에 톡톡 튀는 디자인을 새겨 넣은 세계 곳곳의 이색 신호등들은 해당 도시의 메시지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호등의 유쾌한 진화를 도시 곳곳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논설실장
임성원
수석논설위원
박종호
논설위원
강병균
이병철
곽명섭
강윤경
김건수
임광명
[임성원 칼럼] 변덕스러운 날씨, 표변하는 민심
벌써 입춘이다. 최강 한파로 불리며 기세등등했던 동장군도 계절의 변화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인 듯하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터라 더 기다려 온 봄이다. 새봄의 문턱인 입춘을 넘으면 여름, 가을 지나 또다시 겨울은 찾아올 것이다. 돌고 도는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서 차면 기울고, 피었다가는 스러지는 게 세상살이의 섭리다. 부산은 이제 마냥 따뜻한 남쪽 나라만은 아니다. 한때 겨울이면 전국의 노숙자가 부산역으로 몰려온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부산이라고 해서 이상 기후의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운 한파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만 내리면 설설 기는 부산의 눈사태(?)가 재현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외지인에게는 부산의 관문이랄 수 있는 부산역은 더는 추위로부터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를 최강 한파의 거리로 내쫓은 부산역 경찰의 비정과 몰인정은 시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 맨 먼저 고통을 받는 게 어디 명함 내밀기조차 어려운 서민일 터이다. 기후 온난화로 변덕스러운 날씨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고 보면 사람 대접받는 사람 사는 세상이 더 간절해진다.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게 정치 기상도다. 흐렸다 개었다 널뛰기를 거듭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는 말처럼 정치는 민심의 바다 위에 뜬 일엽편주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을 때 변덕(變德)스러운 민심도 하나의 덕(德)이요, 나아가서는 표범의 무늬가 가을이 되면 아름다워진다는 표변(豹變)으로 민심은 진화한다. 변덕스럽고 표변하는 민심을 우습게 알다가는 낭패당하기 일쑤다. 봄이 오면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도 찾아왔다. 오는 3월 8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내년 4월 22대 총선을 향한 경주에 출발의 총성이 울린 인상이다. 특히 당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경원 불출마’가 부른 나비효과까지 겹쳐 민심 아닌 당심도 변덕과 표변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권을 둘러싼 여당발 총선 모드는 정치권 전체를 일찌감치 내년 4월로 시간 이동을 해놓았다. 온실 속 화초처럼 존재감 없는 의정활동으로 비판받아 온 부산·울산·경남(PK) 국회의원들을 향한 민심의 눈길도 곱지만은 않다. 폴리뉴스·뉴스더원·한길리서치가 지난해 11월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PK 유권자 82.5%가 21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못한다’고 평가했고, 84.5%는 ‘절반 이상 교체’를 원했다. 22.2%는 ‘거의 대부분 교체’를 희망했다. 부산은 어떤가. 현역 의원 50% 이상은 교체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부산일보〉가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 이후 9차례의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현역 국회의원 교체율이 50.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천에서 떨어지든 낙선하든 말이다. 절반은 물갈이된다는 전제 아래 내년 총선을 전망하는 게 보다 이성적인 태도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부산 국회의원을 향한 불만은 차고도 넘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부산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25.83%로 4개 중 1개만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26.95%)에 못 미치는 데다 인근 울산(42.61%)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 안건 투표에서 부산 의원 18명 중 3분의 1인 6명은 단 1건의 반대투표조차 하지 않아 ‘묻지마 찬성’의 안건 거수기로 전락했다거나 국회 발언 수가 전년도의 20~50%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민이 바라보는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국회의원들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고리원전 안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과 관련해 먼 산만 쳐다보던 국회의원들이 한 당권주자가 “임시저장 시설 용납 불가”라고 하자 일제히 관련 특별법 저지에 나서겠다고 한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중요 변수가 된 가덕신공항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문공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2029년 조기 개항에 힘을 모아야 하지만 마찰음만 요란하다. 이러니 부산 국회의원들이 무슨 존재감이 있겠나. 부산 민심은 단순하다. 시민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정치다. 부산을 위해 할 말은 하는 국회의원, 정치적 이해타산에 굴하지 않고 지역을 떠받드는 대변자다. 내년 총선까지는 1년여 시간이 남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요, 돌이키기도 힘든 시간이다. 그 속에는 부산의 운명을 건 2030엑스포 유치전도 있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하나도 빠트리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漏)고 했다. 정치인의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베이징의 영광, 다시 한번
‘야구 월드컵’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다음 달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1라운드 4경기를 치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한다.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은 이달 중순 미국 애리조나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한다. ‘4강 진출’이라는 선명한 목표와 달리 대표팀의 분위기는 훈련 시작 전부터 어수선하다. 전 야구 국가대표 출신 추신수의 대표팀 선수 차출 관련 발언 때문이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발언의 여파는 컸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대표팀은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뽑히는 곳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인위적 발탁은 안 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인식 전 WBC 국가대표팀 감독도 “WBC는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현직 국가대표들의 의견 충돌은 분명 유쾌하지 않다. 현재 한국 야구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떨어져 있다. 2017년 WBC 대회 조별 예선 탈락에 이어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잇따른 학교 폭력 논란 역시 팬들의 실망을 부채질했다. 팬들은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또다시 분노했다. 무너진 팬들의 기대감은 관중 수 감소로 나타났다. 한국야구위원회는 관중 800만 명 회복 대신 600만 명 붕괴(2022년 607만 명)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 관중 수는 2017년 최다 기록(840만 명)을 세운 뒤 내리막이다. 관중 수 감소는 한국 야구의 쇠퇴를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번 WBC는 침체한 한국 프로야구 인기를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국민들은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만든 기적을 야구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야구 대표팀은 이미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 경험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일본도 쿠바도 적수가 아니었다. 2023 WBC 대표팀 이강철호의 목표는 선명하다. 베이징 때 쌓은 승리 DNA를 15년 만에 되살리는 것이다. 야구에는 어느 종목보다 열정이 느껴지는 명언이 많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9회 말 2아웃, 패배까지 1아웃만을 남겨둔 위기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엔 ‘역전 끝내기 홈런’이 절실하다. 관중 없는 프로 스포츠는 생명력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2023 WBC는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기회다. 또 한 번의 ‘베이징 기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감] 도시에 대한 동물적 상상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 게오르그는 어느 날 제 몸이 거대한 벌레로 바뀌었음을 알아채고 비로소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방 밖의 식구들은 아무 관심이 없으니 철저하게 홀로이다.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든 궁리와 방안은 오로지 자신만의 몫이며, 울이 되었던 타인과의 관계란 무척 허무한 것임을 알게 된다. ‘엘리펀트 인 더 룸(elephant in the room)’. 코끼리가 방에 들어가는 엉뚱한 상상 또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거대한 코끼리가 좁은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우선 둔한 걸음걸이로 인하여 방안의 가재도구들이 박살 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한 상상은 영화 쥬만지에서 한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마술 가방에서 나온 야생동물들이 집을 향하여 돌진하고, 관객들은 숨을 죽여야만 했다. 갇힌 코끼리의 답답함은 또 어떠할까? 코끼리를 방에 넣는 상상에서 사람들은 생각한다. 집과 방이란 사람들의 물건과 코끼리의 언발란스를. 그러한 생각이 코끼리를 다시 들과 숲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데에 미친다면 영화의 교훈은 성공이다. 반면, 좁은 방 안에서 점점 몸집이 커져 몇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방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할 것을 상상하는 게오르그의 실존적 허무는 어떠했을까? 방 안의 코끼리가 육체적 괴로움에 어쩔 줄 몰랐다면, 카프카의 게오르그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명절을 맞아 부모님 산소로 향하는 길. 부산의 동쪽 끝에서 서쪽으로 향하면서 문득 카프카의 벌레와 쥬만지의 코끼리를 생각하였다. 이 도시가 산을 등지고 바다를 안고 있기에 유유히 차 안에서 도시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마치 방 안의 코끼리를 방 관찰하듯이. 장산, 백양산, 황령산이 아니더라도 영주동, 수정동 산복도로에만 올라도 수많은 구릉과 골로 연속된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나처럼 차를 타고 해안도로,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을숙도대교를 지나다 보면, 마치 연의 꼬리와 같이 길고 독특한 도시가 한눈에 든다. 사는 곳을 이처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도시가 또 있을까? 도시 풍경은 시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가 먼저 안목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지만 오랜 도시의 역사에서 보았듯이 도시계획만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가 이루어지듯 결국 시민들의 안목은 중요하다. 도시 사랑. 그것은 참된 시민의 의무이며 역할이다. 시민들이여! 질식할 정도로 꽉 차 버린 이 도시를 관찰해 보시라. 구릉과 골의 구분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 구릉은 깎이고, 골은 모두 콘크리트로 덮였다. 천혜의 해변은 50~60층 건물의 앞마당에 불과하며, 육지의 끝마다 건물이 들어차 시민들은 길을 잃었다. 천편일률적으로 길기만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특성을 잃고,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언덕과 코파카바나 해변이 겹쳐보곤 하던 나의 환상은 기억의 저편에 있다. 나는 산과 바다에서 이 도시를 바라볼 때마다 카프카의 벌레와 쥬만지의 코끼리를 발견하게 된다. 질식할 만큼 꽉 차버린 집들과 줄어드는 도시의 인구. 용적의 욕심에 건물은 도로에 큰 그늘을 만들고, 좁은 틈으로 건물 사이 바람은 드세어졌다. 사람들은 높은 집과 좁은 방에 갇혀 버렸고, 밖으로 나오면 길을 잃는다. 재개발 열풍이 도시의 질서와 사람의 삶을 흐트려 놓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하물며, 집이 늘어나자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버리고, 욕망의 찌꺼기가 쌓인 곳에 점점 불빛이 사라지고 있으니 더 큰일이 아닌가.
[배학수의 문화풍경] 영화 '아바타'가 주는 두 가지 교훈
“이제 당신을 봅니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바타: 물의 길’ 기자 간담회에서 배우 조 샐다나(네이티리 역)는 팬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2009년에 나온 ‘아바타’ 1편에 이어 작년 12월 14일에 개봉한 2편의 홍보를 위해 영화의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제 당신을 본다(I see you)”는 말은 영화의 무대인 판도라 행성에서 살아가는 나비(Na’vi)족의 인사말이다. 우리말에서 인사는 “안녕하세요”, 영어에서는 “굿 모닝”, 중국어에서는 “니하오”이다. 이런 표현은 일이 잘 풀리고, 행복하기를 상대에게 소망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 나비족은 내가 상대를 본다는 말로 인사를 한다. 나비족의 인사는 “이제 당신을 봅니다” 육신의 눈보다 영혼의 눈을 중요시 남에게 보이려면 먼저 남을 볼 줄 알아야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지혜도 인상적 나비족의 언어는 인공적으로 만든 구성 언어이다.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1편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나비족이 사용하는 언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남가주 대학의 폴 프라머 교수에게 의뢰하여 새로운 언어를 구성했다. 나비족 언어는 ‘보다’를 두 가지로 구별한다. 하나는 육신의 눈으로 보는 ‘체아(tse’a)’,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혼의 눈으로 보는 ‘카메(kame)’이다. 나비족이 인사말로 “나는 당신을 본다”고 할 때 ‘보다’는 체아가 아니라 카메, 즉 마음의 눈으로 보다는 단어를 사용한다. 신체의 눈으로 보면 물질적 형태가 보이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상대의 가치와 이념이 보인다. 인간의 근본적 소망은 남에게 내가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남이 나를 보아주기를 갈망한다. 사업가가 돈을 벌고,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고, 화가가 전시회를 여는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남에게 보이기를 바랄 뿐 남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인정을 남으로부터 바라기만 하면 인간은 인정을 놓고 서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고, 승자는 패자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 인정의 사회를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주인과 노예’의 단계라고 불렀다. 이런 단계는 주인과 노예 모두에게 불만이므로, 인간은 상호 인정의 사회로 역사는 발전해 간다. 나와 네가 서로에게 인정받으려면 서로를 먼저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내가 너에게 보이려면, 내가 먼저 너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호 인정의 기본자세는 나비족의 인사에 담겨 있다. 나비족은 “본다”는 인사를 함으로써 먼저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인정을 획득한다. 우리가 ‘아바타’를 통해 배우는 첫 번째 교훈은 ‘내가 보이기 위해서 먼저 남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바타’ 2편의 제목은 ‘아바타: 물의 길’이다. 길(Way)은 도가 철학의 ‘도(道)’를 영어로 번역할 때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도는 신비의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걸어가는 길, 즉 인생의 자세를 의미한다. 물의 길, 즉 ‘물의 도’는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인생의 자세이다. 물의 도에 대한 서술은 ‘아바타’ 2편에 두 번 나온다. 제이크 설리 가족은 원래 살던 숲을 떠나 물가에서 살아가는 매트카이나 부족에게 거처를 부탁한다. 그 추장의 딸 치레야는 제이크의 둘째 아들 로악에게 물의 도를 설명해 준다. 도는 어디든 있다. 매트카이나 부족은 물의 도, 아마존 주민은 숲의 도, 사막 지역 사람은 모래의 도를 보아야 한다. 우리가 ‘아바타’에서 배울 두 번째 교훈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환경의 도를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의 도에 대한 서술은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나온다. 제이크 설리는 거대한 배 아래에서 익사 일보 직전에 있었다. 살아가려면 숨을 참고 오랫동안 잠수해서 헤엄쳐야 한다. 제이크는 기진맥진하여 탈출을 포기했다. 로아크는 그에게 다가가 치레야에게 들었던 물의 도를 암송한다. 물로부터 인간은 태어나고 물로 돌아간다는 물의 도를 배운 후 제이크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숨을 깊게 쉬고 먼 거리를 잠수하여 수영할 수 있었다. 자연의 도를 이해한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죽음의 슬픔도 극복할 수 있다.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술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자연이 연결한다는 점을 장자는 깨달았던 것이다. 인간이 잘 살아가려면 타인 그리고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 영화 ‘아바타’에서 우리는 공존의 두 방법을 배운다. 하나는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의 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두 교훈을 나비족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내가 타인과 자연을 보는 것이다. 영혼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그대의 차가운 손을 마주잡다
시린 손을 불어가며 바느질하는 겨울밤, 그만 촛불이 꺼져버린다. 불을 얻으려 다락방 문을 두드리자 시인 로돌포가 미미를 맞이한다. 창백한 얼굴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 여자, 병색이 완연하다. 운명의 장난일까. 열쇠를 찾는 사이 촛불이 모두 꺼지고, 로돌포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차가운 손’을 노래한다. “그대의 차디찬 손, 내가 녹여 드리지요. 어둠 속에 열쇠를 찾을 수 없으니, 달빛이 드리우거든 다시 찾아봅시다.” 병약하고 가난한 두 연인의 사랑은 약은커녕 땔감과 음식조차 살 수 없는 현실에 처절하게 무너지고 만다.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은 미미의 비통한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미미가 앓던 병은 폐결핵이다. 온몸이 검게 썩으며 처참하게 죽어가는 흑사병과 달리, 낯빛이 하얘지며 파리하게 시들어가는 까닭에 백색 페스트라 불렀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백옥처럼 흰 피부와 살짝 기울어진 어깨로부터 이 병의 징후를 읽어내기도 한다. 모델로 알려진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폐결핵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에서 폐결핵을 아름답게 그린 사례는 드물지 않다. 선혈을 토하면서 핏기 없이 말라가는 모습을 예찬했다니 생뚱맞다. 때로 객혈은 예술적 낭만과 천재성을 상징하기도 했다. 쇼팽과 칸트, 나도향과 이상도 악보와 건반, 원고지를 피로 물들이며 처연하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결핵은 오래된 질병이다. 소를 가축화하고 낙농제품을 소비하면서 사람에게 옮겨온 우형(牛型)결핵균은 선석기시대 유골이나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된다. 우형결핵균이 척추에 자리를 잡았다면, 인형(人型)결핵균은 인간의 폐에 산다. 기침이나 접촉으로 빠르게 전파되는데도 산업혁명 이전에는 팬데믹을 형성하지는 않았다. 근대는 결핵균이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공장과 주거시설은 환기가 불량한 데다 각종 공해물질이 넘쳐났으며, 만성적인 영양실조는 질병에 대한 저항을 무디게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멈출 수 없었던 미미의 삯바느질이나 로돌포의 낡은 다락방은 이 시대 고단했던 도시하층민의 삶을 상징한다. 몇 년째 삶을 답답하게 옥죄던 마스크를 벗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이거나 일상의 회복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초래한 공포가 증오나 혐오로 이어지고, 고립된 상황 속에서 인간 존엄성과 도덕규범이 무너지는 모습을 쉽게 목도하지 않았던가. 새로 등장하거나 부활한 질병은 언제라도 더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마스크 너머 새로운 세상은 어떻게 오는가. 맨손으로 엄동설한을 살아내는 우리 곁 숱한 미미들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맞잡고 함께 녹이는 일, 팬데믹이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는 달빛이다.
[기고] 아무리 추워도 호흡기 건강 위해 환기 철저히
설 연휴를 보내고 진료실을 방문한 30대 직장인 A씨는 연휴 이후 두통, 코막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코로나19가 의심되어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흡기 진료를 보게 된 A씨, 그의 증상은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사무실 난방 온도를 높이며 발생한 건조한 환경에서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었다. 실내 공간의 공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 공기를 도입하고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것을 환기라고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실내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냄새를 비롯해 세균, 먼지, 연기 등 오염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다.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를 차지하며 흡연에 이은 주요 폐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얼마나 많은 라돈을 호흡했느냐에 따라 라돈에 의한 폐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라돈은 지하수, 토양, 암석 등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방사성 기체로 실내 공간도 예외 없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되므로 라돈이 공기 중에 머물지 않도록 철저한 환기가 필요하다. 또한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밀집이 된다면 감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환기가 필요하다. 5㎛ 이상 비말의 경우 대부분 1∼2m에서 가라앉으나 5㎛ 이하 에어로졸은 장시간 공기 중에 떠다니며 전파가 10m 이상 가능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과 함께 실내 환기나 보조적으로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이유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에 음식 재료나 굽고 튀기는 등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주의가 필요하다. 요리 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가 있다면 작동하는 것이 좋다. 프라이팬 전용 덮개가 있다면 활용하고 조리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주방을 넘어 거실까지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고령, 어린이 등 민감군이 있다면 문을 닫고 방에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완성했다면 사용한 기구나 재료를 빠르게 치우는 것이 좋으며 가급적 15분 정도는 자연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난방 효율 등을 이유로 환기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 적절한 환기는 필수다.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올바른 요령을 알고 환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호흡기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실내 공기청정기를 비치했다는 이유로 환기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 주변에는 공기청정기로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물질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올바른 환기를 위해서는 바닥에 오염된 공기가 가라앉은 시간대를 피해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사이 2∼3시간 간격으로 3번 정도 최소 10분에서 30분 정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10분씩 3번 정도 환기를 실시한 후 공기청정기 터보 기능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이 좋다. 제대로 환기를 하기 위해서는 창문 한 개만 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창문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순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바람이 없는 날이나 실내 환경 특성상 순환이 어렵다면 나가는 창문 쪽에 선풍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기를 자주 하고 실내 환경을 관리함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의료기관을 내원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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