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IFF 앞날, 영화제 준비·혁신위 구성에 달렸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4일 이사회를 열어 최근의 내홍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수습 방안을 내놨다.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고 사의를 표명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에게는 조건 없는 복귀를 촉구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용관 이사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올해 영화제의 성공적 마무리 뒤 사퇴’라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영화계의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이면서도 이 이사장의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사태 수습을 향한 첫 단추를 꿴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영화계 안팎의 눈과 귀는 이사회가 예고한 혁신위원회 구성과 BIFF 쇄신 방안 마련에 모아지게 됐다. 이사회의 결정은 ‘조직 사유화’ 논란을 빚은 이사장 측과 이를 비판해 온 영화계 사이에서 절충점을 모색한 고심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엉킨 매듭을 푸는 첫 출발점으로서 조 위원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조 위원장의 임명이 사실상 협의 없이 진행된 인사였다는 점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사회가 안건 상정 절차 없이 본인 스스로의 결단을 권고한 만큼 조 위원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허 위원장도 BIFF로의 복귀 요청에 서둘러 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이사장 역시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는 지혜로운 처신이 요구된다. 이 모두가 BIFF 사태의 정상화와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라는 대의를 위한 것이다.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과제는 이제 이사회가 출범을 다짐한 혁신위원회의 구성이다. 그동안의 구태를 벗고 BIFF의 면모를 새롭게 일신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게 혁신위다. 이사회는 영화계 안팎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물, 그리고 시민을 대표하는 사회단체까지 아우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사달이 사람의 문제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혁신위의 인적 구성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세대와 성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 역시 타당하고 본다. 혁신위는 다양한 의견들이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구조로 가야 할 것이다. 이번 BIFF 사태에서 낡은 조직 문화와 부실한 인사 시스템, 예산 관련 문제가 다 드러났다. 이를 전면 쇄신하는 일 없이는 올해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집중 보도한 바 있지만, BIFF 이사회 자체가 쇄신 대상임을 잊어선 안 된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추천해 총회에서 선출하는데, 이사와 감사는 다시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선출하게 돼 있다. ‘돌려막기 인사’가 권력 집중의 폐해를 강화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BIFF의 쇄신은 이를 바꾸는 제도적 장치까지 포함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혁신위를 제대로 꾸려 BIFF의 완전한 변신을 꾀하지 않는 한,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BIFF는 새로운 비전도 미래도 없을 것이다.
[사설] 원자력 정책, 원전 소재지 지자체 참여 길 터라
원전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원자력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전남·경북 등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4개 광역지자체로 구성된 ‘원전 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협의회)가 24일 정부의 원자력 정책과 관련한 지역 여론을 담은 공동건의문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회 등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고 한다. 원자력안전법 개정, 전기요금 차등 적용, 원자력안전교부세 도입,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과 관련한 지역의 의견을 원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 대처하고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부산~울산~경북 동해안에서 수십 차례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태평양의 유명 휴양지 괌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대 시속 225km의 바람과 집중 호우를 동반한 4등급 태풍이 강타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안전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회 공동건의문에는 주민 안전이 최우선 업무인 지자체가 국가에 집중된 원전 정책 권한을 나눠 갖는 원자력안전법 개정과 방사능 방재에 제대로 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원자력안전교부세 도입 등 원전 인근에서 365일 위험에 노출된 채 살고 있는 주민의 절실함이 망라돼 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은 원전이 밀집한 비수도권과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수도권이 같은 전기료를 내는 불합리성을 해결할 수 있다. 대형 송전탑 설치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예산 낭비를 막고, 제조 공장의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운영 기한 명시와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주민 소통과 의견 수렴,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건설의 법적 근거를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은 국가 미래를 위해 분초를 다투는 현안이다.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방사능폐기물 처리를 못 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원전 밀집 지역에 사는 4개 지자체 주민은 지난 45년간 크고 작은 사고에 따른 불안감에 시달려 왔다. 모처럼 4개 지자체가 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건의문을 전달한 만큼,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국가 원전 정책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원전 인근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지자체 간의 연대와 중앙정부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져야 윤석열 정권에서 주창하는 원전 생태계 회복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원전 인근 주민의 이해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친원전 정책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명심하길 바란다.
[사설] 에어부산 노선 방치, 'LCC 허브 부산' 불씨 살려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으로 불똥이 튀었다. 국토부가 합병을 빌미로 운수권 배분에서 아시아나 계열사인 에어부산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데믹을 맞아 몸집 키우기에 나선 항공사 간 경쟁에서 에어부산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국토부가 에어부산을 고사시켜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에 통합시키려 한다는 의혹마저 인다. 대한항공은 이미 통합 LCC 본사 인천을 천명했다. 양대 항공사 간 통합이 무산될 경우 통합 LCC 허브는 고사하고 에어부산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EU, 미국, 일본 등 3개국 승인이 남은 상태다. EU가 오는 8월 3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대한항공에 부정적 심사보고서를 통보한 가운데 최근 미국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합병이 난관에 봉착했다. 합병 이슈가 2년여를 끌고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동안 에어부산은 손발이 묶였다. 국토부는 최근 12개 노선의 운수권 배분을 마쳤다. 핵심은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었는데 에어부산은 배제됐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안방인 김해공항의 울란바토르 노선이 주 3회로 늘었는데 이 운수권은 제주항공이 가져갔다. 같은 합병 대상인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도 무안~울란바토르 노선을 배분 받았는데 에어부산만 빠졌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이를 적정하게 배분 받지 못하면 성장 동력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은 2년째 신규 운수권 확보에 실패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시 통합되는 LCC 계열사 중 2년간 운수권을 받은 건 진에어가 유일하다. 운수권뿐만이 아니다. 이미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중장거리 노선 도전은커녕 핵심 인력인 조종사나 정비사 채용도 못하고 있다. 대구로 본사를 옮긴 티웨이항공이 대구~울란바토르 노선을 확보하고 로마 이스탄불 파리 등 중장거리 노선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것과 비교된다. 국제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양대 항공사 합병 잡음이 엉뚱하게 부산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국토부 잘못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명분으로 내세웠던 가덕신공항 통합 LCC 허브 육성 약속을 저버린 것도 국토부다. 합병 논의가 2년째 이어지는 사이 대한항공은 통합 LCC 본사 인천을 기정사실화하며 태도를 바꿨고 국토부도 항공사 자율을 내세우며 발을 빼고 있다. 운수권 배분 과정에 에어부산을 배제하면서 그 저의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합병 논리에 지역 항공사만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LCC 허브 부산’이 무산될 경우 지역의 거센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도 더 늦기 전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역민의 손으로 키운 항공사마저 뺏길 셈인가.
지역의사제
40년 전에도 의대는 인기였지만 담임 선생님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의사가 왕진 가방을 들고 “주사 놓아요, 주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틀렸다. 산청군의료원의 경우 연봉을 3억 6000만 원이나 내걸어도 의사 지원자가 없어 1년이나 비워 둘 수밖에 없었다. 전국 259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소장이 있는 곳이 109개(42%)로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한의사를 제외하면 2.0명으로 떨어진다니 우려할 수준이다.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의대 정원이 줄어든 지 17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이 될지도 의문이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중소도시의 의료공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서다. 수급 불균형은 의사 공급 부족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의대 정원이 늘면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의사를 늘려도 필수의료 분야와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더 왜곡될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의대에 재도전하려는 지역 의대 ‘반수생’도 많이 늘었다.현실적인 대안이 지역의사제다. 의대 신입생 선발 때 비수도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는 지역의사를 별도로 뽑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역의사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에는 면허를 박탈당한다. 일본은 이미 2006년부터 지역정원제도를 도입해 사회경제적 배경, 인성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의사를 선발하고 있다. 대학 교육비용 및 수련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아플 때 돌봐 줄 의사마저 없다면 지방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단순한 의대 정원 확대는 지역의사의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도시 내에서 의사들의 혼잡이 가속화되고 비용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별도 정원으로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지역의료의 의미와 매력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고, 롤모델의 제시도 있어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임성원
수석논설위원
박종호
논설위원
강병균
이병철
곽명섭
강윤경
김건수
임광명
[임성원 칼럼] 빗장 연 산사와 금정산의 품격
27일 부처님오신날을 다시 맞이한다. 불기 2567년이다. ‘뭇 생명이 모두 존귀하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며 태어난 부처님은 마지막 가르침으로 ‘자기 자신과 법을 등불로 삼아라’는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을 제자들에게 남기고 떠났다. 해마다 돌아오는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스스로와 중생을 비추는 등 하나 환히 밝히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한 생애였다 하겠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비추는 등불이 더 환해진 것은 그 지긋지긋하고 무시무시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로소 놓여난 데 따른 것만은 아니다. 산사를 가로지른 빗장을 풀어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산문을 활짝 연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에 따라 거두기 시작한 절집의 문화재관람료가 61년 만에 5월 4일부터 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산사와 일반인 사이를 가로막던 완강한 담장 하나가 마침내 허물어진 것이다. 조계종 종정 성파 큰스님이 주석 중인 경남 양산의 불보사찰 통도사를 비롯하여 〈삼국유사〉에 ‘절과 절은 뭇별처럼 늘어서 맞닿아 있고, 탑과 탑은 기러기처럼 날아갈 듯 솟아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는 경주의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기림사도 입장료 부담 없이 들락날락할 수 있게 됐다.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전국 65개 사찰이 무료입장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관람료를 감면하면 그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다. 문화재관람료 면제 이후 찾은 경주는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다. 천마총을 비롯하여 고분 23기가 모인 대릉원의 입장료도 때맞춰 없어졌다. 고분 야경을 뽐낼 ‘대릉원 미디어 아트’가 개막 중인 데다 인근 경주박물관에서는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하는 ‘천마, 다시 만나다’ 특별전시까지 마련돼 신라의 황금시대를 웅변한다. 대릉원 인근 황리단길은 젊은이와 외국인으로 북적여 경주 관광의 중심으로 우뚝 선 지 오래다. ‘핫’하기는 통도사도 마찬가지다. 적멸보궁 참배 불자와 영남알프스를 찾는 산꾼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통도사는 평산책방까지 가세해 이래저래 핫플로 떠올랐다. 통도사 정문에서는 ‘이런 날도 오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무료입장이 새삼스러웠고, 후문 쪽으로 가면 ‘평산책방 가는 길’이라는 낯선 이정표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지나 지산마을 쪽 통도사 후문도 활짝 열려 있어 생경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의 절집 사정은 어떤가. 이번에 문화재관람료를 면제하는 65개 사찰 가운데 부산에서는 범어사가 유일하게 해당한다. 하지만 범어사는 이미 2008년부터 부산시와 협의해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했다. 부산시 지원금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산시민을 위해 대승적인 합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불교도시 부산’다운 면목이라 하겠다. 입장료 문턱을 일찌감치 없앤 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인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이지만 문호 개방과 관련하여 지역사회의 묵은 염원을 떠안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금정산 국립공원화가 바로 그것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추진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전체 면적의 82%를 차지하는 사유지 관련 협의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사유지 중에서도 범어사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데, ‘국립공원 금정총림’이라는 위의를 갖출 상생의 논의가 필요하다. 마침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와 제10교구 본사인 경북 은해사가 터 잡은 TK불교의 중심 팔공산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23일 마침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금정산보다 2년 늦게 국립공원화 추진에 나섰지만 결실은 먼저 본 셈이다. 팔공산도 사유지 비율이 52.9%에 달하는 등 난관이 많았지만 60차례에 걸친 간담회와 공청회를 통해 반대대책위원회를 상생발전위원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국립공원화는 가장 불교적인 정책이랄 수 있다. 국가가 모든 비용을 들여 산에 사는 뭇 생명을 책임지고 보존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TK언론은 경주~주왕산~팔공산을 잇는 국립공원 3축으로 관광 그랜드플랜을 짜자며 ‘팔공산국립공원 만세’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소중한 자연은 자연대로 지자체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지키면서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활로가 거기에 있는 까닭이다. 부산과 경남 양산에 걸쳐 있는 PK불교의 중심 금정산도 팔공산에 이어 국립공원화에 속도를 낼 일이다. 범어사와 부산시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문화재관람료를 없애 산사의 문을 활짝 열었듯 금정산 국립공원도 머리를 맞대면 상생의 길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 금정산이 저마다의 생명이 모두 존귀한 대접을 받으며 스스로의 빛을 환하게 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국립공원화가 추진되길 기원한다.
[이대진의 여행 너머] 혼밥, 혼영, 혼여
최애 취미를 꼽으라면 ‘혼영’(혼자 영화보기)이다. 연애 시절에도 꼭 보고 싶은 영화만큼은 홀로 영화관을 찾았다. 직장 생활로 ‘혼밥’도 익숙해졌다. 기사 마감을 맞추려다 보면 때때로 혼자서 끼니를 때우곤 한다. ‘혼술’은 육아 노동으로 생긴 취미다. 온가족이 곤히 잠든 시간, 술잔을 홀짝이면 세계 평화가 이런 건가 싶다. ‘혼여’(혼자 여행하기)는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경험이다. 혼자 걸어다니다 혼자 밥을 먹고, 나 홀로 숙소에서 술을 마신다. 혼여의 재미는 낯선 동네에서 더 쏠쏠하다. 여행담당 기자를 하며 혼여 기회가 많아졌다. 아무리 좋아도 일이 되면 별로라지만, 혼여는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동행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온전히 나의 기분과 취향, 보폭에만 맞추면 된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선물도 찾아온다. 외로워 보이는지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고, 불쌍해 보이는지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욕지도에서 만난 카페 사장도 “왜 혼자 왔냐. 대단해 보인다”며 한참을 말동무가 돼 줬다. 혼여 첫 경험은 17년 전이다. 대학 복학 뒤 여름방학 때 서울에서 땅끝마을까지 홀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거칠 게 없던 20대였다. 두 번째 경험은 4년 전. 몸과 마음이 방전 신호를 보냈고, 홀연히(허가를 득해) 정동진으로 떠났다. 당시엔 부전역에서 정동진역까지 무궁화호가 운행했다. 8시간이 넘는 기차여행 동안 앞자리 할머니가 건네 준 사탕 몇 개로 허기를 달랬다. 두 여행 모두 충전의 시간이었다. 남은 대학 생활을 잘 마무리했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이들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혼여를 추천한다. 일상에 매몰될수록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자리,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곽튜브’ ‘빠니보틀’ 같은 여행 유튜버에 빠져드는 걸 보면, 우리 모두의 내면엔 혼여에 대한 갈망이 있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가 나 홀로 여행자에게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간혹 여행지에서 범죄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정동진에서 돌아와 아내도 똑같이 혼여 기회를 가졌지만, 고민하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다녀왔다. 혼여가 권장되는 사회는 바람직하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운 그때, 보고픈 그대를 그리다 다시 마주한 일상은 한층 풍성하게 다가온다. 그러니 혼밥, 혼술, 혼영하는 나 홀로 여행자를 만난다면 응원해 주자. 참고로 정동진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아, 지난해 결혼 10주년 가족여행으로 다시 다녀왔다. 어떤 여행이 더 좋았냐고?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직접 경험해 보시라.
[최정은의 문화 캔버스] 얼룩말 ‘세로’와 자동차
지난 3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되던 얼룩말 ‘세로’가 차도와 골목길을 뛰어다니다 포획되어 사육장으로 돌아간 사건이 있었다. 도심 한복판, 의외의 장소에 나타난 얼룩말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우 인상적이고 매혹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세로가 탈출한 사연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세로가 나오는 영상을 공유하고 재미있는 합성사진들을 만들기도 하며 즐거워했다. 도로에서 자동차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얼룩말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인공적인 무기물인 자동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유기체가 갖는 생동감은 보는 사람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부모 잃은 외로움에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얼룩말 세로를 응원하기도 하고, 동물을 가둬 사육하고 볼거리로 전시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세로는 탈출 소동으로 어린이대공원의 매력 스타로 떠올랐다. 필자 역시 TV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내뿜는 얼룩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와 얼룩말, 둘 다 달리는 재주가 있고, 사람이 탈 수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얼룩말의 움직이는 근육, 미세한 표정, 유연함에는 무기물인 자동차가 흉내 낼 수 없는 유기체만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세로가 등장한 뉴스의 한 장면에서 순간 우리를 매혹시킨 것은 바로 그러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일 것이다. 살아 있는 존재의 미, 그것은 고대 그리스 시기로부터 미술의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인간 몸의 아름다움이었다. 이상적 비례, 조화, 균형을 갖춘 완벽한 인체 조각을 제작하는 규범과 전통은 고대 그리스에서 확립되었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까지 조각과 회화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현재까지도 인체를 비롯한 살아 있는 유기체는 여전히 미술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모티프이다. 한편 20세기 들어 눈부신 과학 발전에 힘입어 자동차·기차·비행기 같은 운송 수단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기계화된 공장제 산업사회로의 변동이 이뤄지던 역사적 시기였다. 인류는 과학 문명에 대한 낙관적 기대 속에 기계의 합리적 구조와 형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를 미적 규범으로 삼는 ‘기계 미학’과 기하학적이고 정형화된 이미지에 영향받은 미술, 디자인, 건축 등이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등장한 미래주의, 러시아 구성주의, 키네틱아트 등은 기계문명을 찬양하고 기계가 지닌 형식미, 역동성, 기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미래주의는 전통적 미의식을 전복시키고자 했던 매우 과격한 미술운동으로 속도감, 빛의 효과, 동적인 추진력을 통해 과학과 기계문명의 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아마도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방대한 고전 문화의 전통에 대해 이탈리아의 젊은 작가들은 경의와 함께, 중압감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과거의 전통과 유산을 넘어서야 했지만 너무도 위대했던 전통을 전복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래주의는 1909년 이탈리아 시인 마리네티가 미래주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문학운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는 예술가들에게 “용감하고 대범하며 반항적인” 면을 보여 줄 것을 호소했다. 미래주의자들은 전통이라는 것은 낡고 구식이어서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전통을 가지고는 현대의 특성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지식의 오랜 보고인 박물관과 도서관 등을 부수어 버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마리네티는 “새로운 시대의 미는 속도의 미”라고 강조하면서 “힘차게 달리는 유선형의 경주용 자동차는 고전 조각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보다 아름답다”고 선언했다. 미래주의 미술의 핵심은 움직임의 표현이었으며 보초니, 자코모 발라, 카를로 카라 등 미래주의자들은 연기를 내뿜는 기관차, 전기를 상징하는 빛, 활기찬 도시의 새벽 건축공사 현장 등을 작품에 담아 냈다. 이제 미술 작품에 기계가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작품 속에서 기계와 유기체의 변주와 교차는 더욱 복합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는 자동차 부품으로 만들어진 말(馬)이 전시되고 있다. 버려져 폐기물이 된 자동차 부품들로 만든 민성진 건축가의 작품인데, 작가는 이 작업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남다르다. 폐기물, 게다가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작품이라기엔 참 멋지고 아름답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연결된 부품들 하나하나를 찬찬히 따라가며 말의 몸뚱이 전체를 눈으로 음미하게 된다. 이제 예술 작품 속에서 말과 자동차는 하나가 되었다. 이 작품 위로 자동차 사이를 뛰어다니던 세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공감] 스카이라인이란 말
오래전 건축 공부를 시작할 때 부딪힌 멋진 단어 중의 하나가 ‘스카이라인(sky line)’이었다. 짙은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았을 때의 느낌처럼 맑고 신선했다. 넓고 큰 것으로만 생각하던 하늘이 아름다운 선을 이루고 있었다니? 학습의 결과, 그것은 하늘이 만든 것이 아니라 집과 산과 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후 모든 풍경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풍경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역할은, 그것을 이루어 내는 것만의 모습이 아니라, 그 모두를 감싸고 있는 배경과 어우러짐에 있다는 것을. 광안대교를 바라볼 때가 그랬고. 충혼탑을 올려다볼 때도 그랬다. 요즈음 그림을 그리면서 깨우친 것 또한 그런 이치다. 사물의 형태를 완성하는 것은 사물 자체의 묘사가 아니라, 그 주위를 이루고 있는 것의 명도와 채도와 세밀함에 좌우된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출근길에 하늘을 보지 않았다. 아파트 지하층에서부터 차를 출발하고부터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스카이라인이란 말을 잊은 지도 꽤 오래다. 주말에 가끔 교외로 나가 숨통을 틔우는 일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하늘이 보이지 않은 탓이 더 크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다. 어쩌다 마음먹고 하늘을 보려 하였지만 여긴 힘든 게 아니다. 차창 밖이 모두 건물로 둘러싸여 버렸고, 그나마 트여 있던 도로 모퉁이마저 다 막혀 버린 게 아닌가? 해운대에서 대연동 쪽으로 출근하려면, 여러 번 운전대를 돌려야 한다. 도로에 곡각 지점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이 어쩌면 이 도시의 큰 매력일지 모른다. 그때마다 펼쳐지는 도시의 소소한 변화와 그것들이 하늘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경은 내 출근길의 큰 활력소가 되곤 하였다. 오래전 출근길의 스카이라인을 추억한다. 내 발에서 시작하여 건물과 산을 거쳐 하늘에 이르는 과정의 상상은 가끔 아파트 창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요즈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지금의 도시풍경이 때론 공허하다면, 하늘이 함께 보이던 그때 출근길 거리의 풍경은 매우 분주하고 다양하여 늘 활력에 넘쳤었다. ‘어이 친구. 오늘도 파이팅!’ 그런 말이 들렸던 것 같다. 이 도시와 거리가 늘 내게 던져주던 위무의 말이었다. 도로 모퉁이마다 크나큰 아파트가 하늘을 막고, 이상한 이름을 한 브랜드의 로고가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무자비한 건설족들과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준 행정을 원망하고 있다. ‘스카이라인을 송두리째 바꿀 권리가 그대들에게 있었소?’ 우리가 자본주의를 선택하고부터 도시는 어디까지나 사유(私有)의 집합체였으며, 얼기설기 얽혀있는 개인의 가치들은 도시적 풍경에 대한 합의를 좀체 허용치 않았다. 땅을 나눌 때부터 베풂과 공유와는 이미 거리가 생겼다. 모두 제 땅 가지기와 거기를 채우기에 혈안이다. 이른바 ‘도시풍경’이란 단어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가는 데에 우리는 여전히 서툴다. 남의 일처럼 여겨 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도시의 풍경을 이루어 가는 근원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도시 구성원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하물며 건설 관계자들에게는. 자본의 입장이 아니라 시민과 이웃의 입장으로 길모퉁이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기 바란다. ‘아~ 이 땅에 집을 지어선 안 되겠군.’ 그래야 명품 도시가 된다.
[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삶의 고갱이와 인연의 무게
경주 남산에 올랐다. 남산을 향해 절을 하면 기도하는 것과 매한가지라 하니 불국토가 예서 멀지 않다. 오죽하면 일연이 서라벌을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 했을까.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는 절들과 기러기 떼처럼 줄지은 탑들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삼릉주차장에서 상선암을 거쳐 금오봉에 올랐다가 용장사곡 삼층석탑, 설잠교를 지나 용장마을에 이르렀다. 산정에 이르는 길에서만 예닐곱 번 걸음을 멈추었다. 바위에 새긴 부처와 보살상의 미소가 자주 발목을 잡고, 아직 피지 않은 산수국 향기를 부르는 산새의 울음이 참꽃만큼이나 짙었던 까닭이다. 미켈란젤로는 모든 돌덩어리에 이미 들어있는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 조각가의 임무라 했다. 그는 대리석 덩어리에서 성모와 예수, 다비드, 모세를 보았다. ‘피에타’는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 금세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한 작품이다. 성모의 얼굴에 가득한 비탄의 심정마저도 오롯하게 새겼다. 삼릉계곡의 마애관음보살상도 당장 바위를 뚫고 사바세계로 튀어나올 듯 생동감이 넘친다. 돋을새김으로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고 아래쪽은 흐릿하게 표현했다. 신라의 석공도 바위 속에 깃든 보살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대리석보다 단단하고 거친 화강암의 결을 찾기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보살의 입술에 붉은빛마저 감돌게 할 수 있었을까. 남산에서 만난 부처와 보살상은 온전한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거친 비바람에다 세월의 풍화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역사의 격랑을 거친 내력을 어찌 가볍다 하겠는가. 두상이 훼손된 불상도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온화한 표정이나 엄숙한 분위기만큼은 오롯하다. 나무며 새들이며 풀꽃, 동해를 거쳐온 바람까지도 품어 마침내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실로 장엄한 이 불국의 풍경 속에서 어찌 우리 삶과 인연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으랴. 사월의 봄날, 그렇게 남산의 심연에 깃들었다. 살아가면서 남산의 불상과 같은 굴곡을 겪지 않은 날들이 어디 있으련만 만남과 이별, 비탄과 고뇌를 마주하면서 끝없이 깎이고 또 닳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석공과 미켈란젤로가 돌덩어리에서 부처와 예수를 발견하고 빚었듯이, 칡줄기처럼 어지럽게 얽힌 세계에서 삶의 고갱이를 캐내야 하지 않을까. 인연도 그러하다. 불교에서는 세상을 인드라망이라 한다. 삼라만상이 한없이 넓은 그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하찮은 인연이란 있을 수 없다. 불상들이 나무와 새를 품듯 인연을 소중하게 지킬 일이다. 그물코마다 맺힌 보배 구슬은 찬란하게 빛나며 서로를 비춘다고 하지 않는가. 돌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불심을 새긴 석공의 마음으로 촘촘한 인연의 매듭을 생각했던 그 봄날의 산행,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기고] 기미가요 작곡가, 한국에 잠들어 있다
장순복 여행작가·대륙항공여행사 대표 부산관광협회와 후쿠오카관광협회는 1966년 10월 4일 자매결연을 맺었다. 후쿠오카의 옛 이름은 ‘하카다’다. 하카다는 장보고 시대 수출품이었던 해무리굽 청자가 출토되고 있는 해상 물류의 중심지였다. 여·몽 연합군이 두 차례나 상륙했던 곳이다. 사신으로 간 정몽주, 신숙주가 머무르기도 했다. 후쿠오카는 구로다 가문이 쌓은 성과 마을 이름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을 몰락시킨 세키가하라 전투의 전공으로 받은 영지이기도 하다. 구로다 요시타카와 그의 아들 구로다 나가마사는 1592년 임진왜란, 1597년 정유재란 때 참전했다. 구로다 요시타카는 지략이 뛰어나 ‘귀모’(鬼謨)로 불리웠다.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 10위에 선정되었다. 그의 일대기는 2014년 NHK 방송에서 대하 드라마로 방영되었으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구로나 나가마사는 사각 철판 모양의 독특한 투구로 유명하다. 그는 기장 죽성리에 성을 쌓았으며 초대 번주가 된다. 그가 태어난 히메이지 성은 일본 최초 세계유산으로, 그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다. 부산테니스협회와 후쿠오카테니스협회는 1991년 5월 12일 교환 경기를 시작으로 32년째 교류하고 있다. 2020년 4월 6일 마쯔무라 도시아끼 회장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문을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올해 3월 18일 김영철 직전 회장과 협회 관계자 18명이 조도지를 찾아 참배하고 추도식을 가졌다. 후쿠오카협회 관계자와 유족들은 3주기를 앞두고 찾아주셨다며 감동했다. 김영철 회장이 추도사 말미에 형님이라는 표현을 쓰자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마쯔무라 도시아끼 회장의 손자도 추도식에 참가했다.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 마음 속에 살다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는 묘비 명을 남긴 아사카와 다쿠미, 조선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뒤 조선 고아 1000명을 돌보며 헌신했던 소다 가이치 등 한일 간 가교가 될만한 역사 속 인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마쯔무라 도시아끼 회장의 손자는 따뜻한 가슴으로 대한민국을 기억할 것이다. 일본 제126대 나루히토 천황 생일 축하연 때 애국가와 함께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되었다. ‘임금의 치세는 천대에 팔천대에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서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가사는 일본 제60대 다이고 천황 때 만들어진 ‘고진와카슈 343번 단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 한국어로 쓰여진 만요슈를 번역한 학자들은 원문을 찾아내 향가라는 것을 밝혀냈다. 작곡은 독일인 프란츠 폰 에케르트가 했다. 1879년 3월 일본 정부 초청으로 해군 군악대 교사로 근무하며 20년 넘게 머물렀다. 1880년 일본 해군성의 요청으로 기미가요를 작곡했다. 1900년 2월 28일 대한제국 초청으로 군악대에서 사용할 각종 악기를 가지고 들어와 군악대를 만들었다. 1901년 9월 7일 고종 황제의 마흔 아홉 번째 생일날 대한제국 애국가가 연주되었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면서 군악대가 없어진 후에도 조선에 자취가 남았다. 조선에 묻히고 싶다는 희망대로 외국인 선교사 묘원에 안장됐다. 1945년 직후 일본 사회가 무슨 생각을 했고 군국주의가 남겨놓은 생채기가 얼마나 깊고 쓰라린 것이었는가를 우리는 모른다. 한·일 역사에 드리운 상흔은 언젠가 치유되고 한·일 관계는 반드시 개선될 것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101만 2665명으로 조사됐고, 올해 3월까지 160만 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한국인 인기 여행지 1위가 일본이다. 부산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올 1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6만 33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3828명)보다 3.5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일본(9448명), 대만(8637명), 미국(6331명) 순이었다.
출세용 발판 전락한 부산 공기업 사장직
[MZ 편집국] N개의 꿈이 있는 우리, 이번 생은 망하지 않는다
‘지방시대’ 법적 발판 마련됐다… ‘컨트롤타워’ 7월 출범
민주당 비명계 ‘전권 혁신위’ 요구… ‘이재명 체제’ 요동
영화제 덩치 걸맞은 합리적 인사·예산 시스템 갖춰야 [BIFF, 위기를 기회로]
토론회 나온 ‘돌려차기’ 피해자 “내 경험 살려 피해자 돕겠다” [제3자가 된 피해자]
올해 부산 최대 규모 ‘대연3구역’ 분양가 2300만 원
비 예보에도 객실 만실… 연휴 특수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