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그동안 1500례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집도했다. 지난 2010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 이래 매년 100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해 왔다. 한번은 수술방에서 마취과 과장이 “갑상선암 환자들은 왜 이렇게 비만인 경우가 많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안 과장이 갑상선암과 비만과의 연관성을 연구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비만,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 준다
비만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안 과장은 대규모 연구에 착수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40세 이상의 갑상선암 환자 4977명과 갑상선암 환자가 아닌 대조군 1만 9908명을 비교 분석했다. 이전에는 10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연구 결과 BMI(체질량지수) 수치를 기준으로 갑상선암 발병률이 저체중(BMI 18.5 미만)인 경우 0.75배, 과체중(BMI 23~25)인 경우 1.08배, 경도 비만 (BMI 25~30)인 경우 1.13배, 고도 비만 (BMI 30 이상)인 경우 1.2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만인 경우 갑상선암이 더 잘 생기고, 저체중인 경우에는 덜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빅데이터를 이용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급격한 체중 증가가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BMI 25 미만이던 사람이 4년 안에 BMI 25 이상으로 비만해지면 갑상선암 발병률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BMI 25 이상의 비만이던 사람이 4년 내에 체중이 줄어 25 미만으로 감소한 경우에는 계속 비만이던 사람보다 갑상선암 발병률은 11% 감소했다.
그동안 갑상선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방사선 조사나 유전에 의한 유전자 이상, 식이, 당뇨, 여성호르몬 등이 꼽혔다. 그런데 일련의 연구 결과 의외로 비만 또한 갑상선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안 과장은 “비만은 대장암과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갑상선암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 연구 결과 비만인 경우 갑상선암이 더 잘 생기고, 저체중인 경우에는 덜 생기는 것으로 확인돼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바 있다. 급격한 체중 증가도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어떻게 갑상선암의 발병률을 증가시킬까. 비만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생성을 증가시킨다. 그 외 각종 사이토카인과 관련된 만성염증, DNA를 손상시키는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갑상선 세포의 변화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비만 관리는 다른 질병뿐만 아니라 갑상선암 예방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갑상선암 진료 가이드라인
한때 갑상선암 과잉 진단 및 과잉 치료 논란이 있었다. 그 결과 진단과 치료 경향이 많이 수정됐다.
2023년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 결절 진료 권고안에 따르면 갑상선 결절의 초음파 모양에 따라 암 가능성을 ‘높은 의심’ ‘중간 의심’ ‘낮은 의심’ ‘양성’으로 분류한다. 높은 의심인 경우는 결절이 1cm보다 클 때, 중간 의심은 1~1.5cm, 낮은 의심은 2cm보다 클 때 미세침 세포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높은 의심’의 결절이라 하더라도 림프절 전이, 명백한 주변 구조물로의 침범(기도, 목소리 신경, 혈관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확인된 경우는 크기와 무관하게 세포검사를 시행한다. 또 갑상선 수질암이 의심되는 등의 불량한 예후 인자가 발견될 때에도 세포 검사를 진행한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면 치료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된다. 미국 갑상선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상선 분화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4cm보다 크거나, 주변 중요 구조물로의 침범이 있거나, 전이가 있으면 갑상선전절제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권한다. 종양의 크기가 1~4 cm이면서, 주변 구조물 침범이 없고, 전이가 없으면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고, 이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하지 않는다. 종양의 크기가 1cm보다 작고 전이가 없는 저위험군인 경우는 부분절제술을 하거나 능동적 감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능동적 감시란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초음파 관찰을 하면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그때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흉터 최소화, 수술 이후 관리
갑상선암 수술은 목에 절개선을 넣기 때문에 흉터가 남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흉터에 민감한데, 흉터를 최대한 작게 하고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실리콘 젤 테이프나 연고를 사용하기도 하며 두껍게 흉터가 남은 경우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레이저 치료를 받기도 한다. 색소 침착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개월간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술 후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 즉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하기 2주 전부터 저요오드 식이가 필요하다. 이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침으로 이 기간만 저요오드 식이를 하면 된다. 평소에는 저요오드 식이를 할 필요가 없다.
안 과장은 “수술 후 6개월~1년마다 추적 관찰을 하는데도 굉장히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재발률이 매우 낮고, 재발되더라도 치료가 잘 되므로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완치율이 높다고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