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지휘자가 짧은 시간에 자기 색깔을 제대로 입혔네요.” “오케스트라와 밀당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앞으로 부산시향 연주회 입장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지금보다 더 자주 시향 연주회를 찾을 거 같습니다.” “작년 객원으로 부산시향 지휘봉 잡았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인 게, 상주 예술감독 타이틀이 무게감이 크긴 큰가 봅니다.” “이제, 부산시향이 공연하는 오페라 연주를 들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부산시향이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6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2대 홍석원 예술감독 취임 기념 제612회 정기 연주회 ‘프렐류드’에 쏟아진 반응이다. 공연이 끝나고, 대극장 3층까지 꽉 채운 객석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붙들고 현장에서 전해 들은 소감이지만, 창단 62년의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새 예술감독을 맞아 산뜻하게 출발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응원과 격려,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음악회는 반가운 매진 소식과 함께 차재근 (재)부산문화회관 대표와 임직원, 부산시립합창단 이기선 예술감독 등 시립예술단 관계자, 신상준 인제대 교수와 김동욱 부산대 교수 등 역대 부산시향 악장, 부산시 이준승 행정부시장과 심재민 문화체육국장 등 행정 관료,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 관객 약 1400명이 함께했다. 2시간을 훌쩍 넘긴 연주가 끝난 뒤 지휘자는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고, 객석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첫 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는 “아름답고 희망에 찬 음악”이어서 프로그램에 포함했겠지만, 약간 아쉬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도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코르산티아의 역동적인 연주를 돋보이게 하려고 지휘자 홍 감독이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빠르기, 음량 등을 조절하면서 밸런스를 잡아간 모습은 탁월했다는 평가였다. 협주곡의 아쉬움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홀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와 피아노 위치 등에서 빚어진 듯했다. ‘황제’ 2악장이 시작될 때 들려준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2부에 연주한 두 곡은 홍 감독이 앞으로 오케스트라의 색깔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2부 첫 곡은 전임 최수열 예술감독에 대한 ‘오마주’ 의미로 R.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했는데, 오페라 지휘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홍 감독 이력과 맞물려 부산시향이 연주하는 제대로 된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 곡에 등장하는 첼레스타와 래쳇 같은 타악기는 평소 보기 드물었던 만큼 보고, 듣는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 곡 리스트 교향시 제3번 ‘전주곡’은 홍 감독 체제의 확실한 출발을 알린 곡이었다. 홍 감독은 앙코르도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3막에 나오는 ‘전주곡’을 들려줬다. 시향 단원 A 씨는 “우리 모두에게 감춰져 있던 그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해 주었다”는 말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단원 B 씨는 “홍 감독님은 스타일이 연습 때부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본 공연은 얼마나 달라질까 싶어서 공진단을 먹고 왔다”고 말해 힘든 연주였음을 고백했다.
연주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만난 홍 감독은 “단원들이 잘해줘서 고마웠고, 뭐가 문제인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또 “제가 보기보다 섬세하고 부드럽다”고 말하며 특유의 ‘스마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통적인 관현악 레퍼토리는 물론 오페라와 발레, 현대음악을 모두 아우르는 젊은 명장으로 일컬어진 홍 감독이 부산시향을 만나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부산시향은 또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