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본사 소재지에 대해 “민간기업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 걸쳐 ‘지방 공항이 통합 LCC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국토부 입장과 배치된다. 부산 시민에 대한 희망 고문을 이어온 국토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균형발전 기치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민의힘 곽규택(부산 서동)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는 의원실에 제출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관련 서면 답변서를 통해 “통합 LCC 본사 위치는 경영 상황에 따라 민간기업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통합 LCC 본사 소재지에 대해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LCC 통합이 윤곽을 드러낸 이후 국토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초읽기에 들어서자 국토부도 ‘부산 선 긋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의 이번 입장은 ‘LCC 통합 본사는 지역으로 가는 게 옳다’고 약속한 과거 국토부 입장과 배치된다. 2020년 말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통합 LCC는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 공항인데다, 부산에 가덕신공항 건설이 예정됐던 만큼 국토부도 LCC 통합 본사 위치가 부산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2022년 윤 정부 인수위 시절에도 국토부 측은 LCC 통합 본사에 대해 “부산으로 가는 방향이 옳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토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합병이 코앞에 다가오자 뒤늦게 속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은 이르면 이달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LCC 계열사인 에어부산(아시아나), 진에어(대한항공), 에어서울(아시아나)의 통합 LCC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LCC 통합 본사 소재지 결정권을 온전히 민간기업에 줄 경우, 부산 유치는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앞서 LCC 통합 본사를 인천 등 수도권에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국토부의 입장은 물론 윤 정부 ‘지방시대’ 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LCC 통합 본사에 대해 기업의 손을 들어준데다, 에어부산 분리매각도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가덕신공항을 안게 될 부산의 거점 항공사 확보는 한층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경우 국토부는 분리매각 추진 시, 추가적인 검토와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해 왔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경쟁 제한성 완화’에 해당해 재심사가 아닌 신고 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추진된다면 거래 구조가 변경돼 추가적인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알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곽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통합 LCC는 인천이 아닌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하여 세컨더리 허브를 구축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하고, 항공정책 책임자는 그 대상지는 사실상 부산 밖에 없다라고 공언했다”며 “이제 와서 민간기업의 자율적 결정 사항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사 합병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