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한 보트의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이 전세계 해상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시장에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외신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보도로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란이 전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국제유가는 이미 미국과 이란간 전운 고조로 브렌트유 기준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 약 20% 상승한 상태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전날(2월 27일)에도 약 2.5% 오른 72.48달러에 마감하며 작년 7월 이후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주말로 국제유가 선물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IG 그룹이 운영하는 개인 투자자용 거래 플랫폼에서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전날 종가 대비 약 12% 오른 배럴당 75.33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 세계지도 캡처. 연합뉴스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자국 언론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선박은 이란 해군이 송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금지 소식을 접한 뒤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원유 약 2100만 배럴이 매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입구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에 달할 만큼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다. 과거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나포하고 공격하면서 국제유가를 들썩이게 만든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석유 회사와 대형 무역업체들이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연료 운송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항로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는 물론 국제 해상 물동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윌 하레스와 살리 일마즈는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갈등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클레이즈 에너지 분석팀은 선물시장이 재개되는 3월 2일 거래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현 상황으로 볼 때, 중동 안보 상황 악화로 인한 잠재적 공급 차질 위협으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석유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8일 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 소속 8개국이 예상보다 큰 폭의 원유 증산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가 이란 공습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린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