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성심병원 정형외과 조일제 과장은 근막동통증후군이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처치로 호전될 수 있으나, 만성화한 경우에는 여러 치료법을 병행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포성심병원 제공
아침에 일어나니 뒷덜미가 뻐근하다. 잠을 잘못 잔 탓이려니 생각하고 온수로 샤워하고 파스도 붙여 봐도 통증은 가실 줄을 모른다. 흔히 ‘담이 결리다’라고 표현하는 통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 때문이 아닐 수 있다. 현대인이 흔히 겪지만, 자칫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 바로 ‘근막동통증후군’이다.
근막동통증후군은 근육이나 근막 또는 관련 연부 조직에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성 통증 증후군이다. 보통 목이나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팔·허리·허벅지 등 전신의 근육에서 근막동통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이 계속되면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끼친다. 부산 구포성심병원 정형외과 조일제 과장은 “단순한 통증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감정 장애나 생리적 기능 저하까지 동반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반갑지 않은 통증, 원인과 증상
근막동통증후군이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자세이다. 구부정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컴퓨터 작업, 운전,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신체의 불균형을 부른다. 목과 어깨 근육은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수축 상태를 유지하고, 이런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 내 혈류량이 줄어들고 산소 공급이 차단돼 통증 유발점이 형성된다.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육체노동 역시 근섬유에 미세한 손상을 누적시켜 만성 통증을 유발한다. 갑작스러운 물리적 충격과 외상도 근막동통증후군을 일으킨다. 운동을 하면서 과도한 무게의 기구를 들거나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도 근육을 손상해 ‘단단한 매듭’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근막동통증후군의 핵심 증상은 근육 내에 밧줄처럼 단단하게 뭉친 결절, 즉 압통을 느끼는 부위가 만져진다는 것이다. 이곳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날카롭고 극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조 과장은 “통증 유발점을 압박하거나 자극할 때 근육 섬유가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수축하는 ‘국소 연축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근육 뭉침과는 확연히 구분된다”라고 설명했다.
근막동통증후군은 통증 유발점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달되는 ‘연관통’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깨 승모근에 통증 유발점이 있다면 통증이 목을 타고 올라가 편두통이나 안구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통증 유발점이 생긴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짧아지고 뻣뻣하게 굳는다. 근육을 충분히 늘리기 어려워지고 해당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된다. 결국 통증으로 근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자는 해당 부위의 힘이 빠지는 듯한 근력 약화까지 경험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통증 완화·근육 회복하는 치료
조 과장은 “근막동통증후군의 치료는 단단하게 뭉친 통증을 완화하고 근육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둔다”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근육을 쉬게 하면서 물리치료를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열·한랭 치료이다. 특히 온열 치료는 환부의 온도를 높여 혈관 확장과 원활한 혈액 순환을 유도한다. 심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초음파 치료, 전기 자극 치료, 체외 충격파 치료도 통증 유발점 주변의 긴장 완화를 돕는다.
통증이 심하다면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며, 근육 이완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근막동통증후군으로 수면 장애나 우울감 동반을 호소하는 만성 환자에게는 항우울제나 신경 통증 등을 조절하는 보조 약물을 함께 쓰기도 한다.
물리치료나 약물로도 호전이 되지 않는 단단한 매듭이 있을 때는 해당 부위에 직접 자극을 주는 시술이 있다. 통증 유발점에 국소 마취제나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직접 주입해 근육 수축을 풀고 혈류를 개선하는 것이다. 약물을 쓰지 않고 바늘만 사용해서 유발점을 파괴하는 ‘드라이 니들링’ 방식도 있다. 근막동통증후군에는 도수치료도 효과가 있다. 자세를 교정하면 통증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환자 스스로 시행하는 운동 요법이다. 통증 유발점을 풀었더라도 근육은 다시 짧아지려는 성질이 있기에 수시로 스트레칭해서 근육의 가동 범위를 확보해야 한다. 근력 강화 운동으로 통증 부위 근육을 최대한 늘린 상태에서 일정 시간을 유지하는 동작을 반복하면 근섬유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예방의 시작점 ‘올바른 자세’
근막동통증후군의 가장 근본적인 예방법은 근육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하중을 줄이는 것이다. 의자에 엉덩이를 밀착해서 앉고, 허리를 곧게 펴서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 컴퓨터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춰 거북목 자세를 방지해야 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팔꿈치 각도가 90도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도 기기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려 목 뒷부분의 근육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세도 오래 유지하면 근육에 부담이 된다. 1시간마다 한 번씩 휴식을 취하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병행한다. 승모근, 목 주변 근육, 허리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동작은 근육 내 혈류 흐름을 개선해 통증 유발점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체온 유지도 중요하다. 근육이 추위에 노출되면 강하게 수축하며 이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근육이 뭉친 느낌이 든다면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온열 팩으로 찜질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마음이 편안하면 근육 긴장도 자연스럽게 풀리기 때문에 정서적 건강 관리도 근육 건강의 일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근육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칼슘 등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손상된 근육 세포를 재생하고 피로 물질을 제거한다. 하루 7~8시간 정도 질 높은 수면으로 근육에 ‘충분한 회복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근막동통증후군은 표준화된 진단 기준이나 단일화된 검사 방법이 아직은 없다. 조 과장은 “대신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와 예방 노력을 더한다면 충분히 증상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 있다”라며 “통증이 장기화하거나 심해진다면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