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을 공략한 아이오닉 V를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번째 현지 전략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재편에 나선다. 단순히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현지 배터리·자율주행 선두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중국형 전동화’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4일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아이오닉 V(IONIQ 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10일 공개된 ‘비너스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아이오닉 V는 현대차의 글로벌 전동화 노하우와 중국의 혁신 기술 생태계가 결합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 ‘디 오리진’ 디자인과 현지 기술의 결합
아이오닉 V 실내의 모습. 현대차 제공
베일을 벗은 아이오닉 V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디 오리진’이 적용된 첫 모델이다. 전면부는 스포티한 라인의 후드와 날카로운 에지 라이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측면은 프레임리스 도어와 기하학적인 공력 휠로 세련미를 더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00mm, 축간거리 2900mm로 대형급에 육박한다. 특히 중국 소비자가 중시하는 뒷좌석 공간(2열 레그룸)을 1019mm까지 확보해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을 구현했다. 실내에는 현대차 최초의 전동식 에어벤트와 공조·속도에 연동되는 크리스탈 무드램프를 적용했다.
성능 면에서는 ‘현지 최적화’를 택했다. 후륜 서스펜션 부싱 구조를 최적화해 중국 특유의 노면 요철 충격을 최소화했고, 노면 소음을 낮추기 위해 타이어 성능을 보강하고 차체 강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차음 유리와 사이드 미러 형상 최적화로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을 잡아냈다. 배터리는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ATL과 협업해 중국 인증(CLTC) 기준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꼭 여기서 다시 한번 재기해 성공을 만들겠다”며 “이번 아이오닉 브랜드 런칭을 기점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중국은 기술적으로 많이 얻고 배워야 할 시장”이라며 “보편화된 전동화 속에서 아이오닉만의 차별화된 기술적 포인트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 80억 위안 투입…‘생존’ 넘어 ‘미래 거점’으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차 부스의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중국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 지난 2016년 중국 시장 점유율 4.8%에 달했던 현대차는 사드 사태와 급격한 전기차 전환 등으로 지난해 점유율이 0.5%대까지 내려 앉았다. 한때 공장 매각 등 중국 시장 철수설이 돌기도 했지만 현대차는 정공법을 선택해 재도약에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해 파트너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80억 위안(약 1조 5500억 원)의 공동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투입해 연간 판매 50만 대를 회복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가장 빠른 개발 속도와 고도화된 혁신 생태계를 갖춘 중국은 현대차에 필수적인 시장”이라고 했다.
■투명한 가격 구조 ‘원 프라이스’ 도입
기존 판매 방식도 완전히 바꾼다. 현대차는 전국 동일가 정책인 ‘원 프라이스(One Price)’를 전면 도입한다. 투명한 가격 구조로 브랜드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술 주도권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현장에서 만난 박민우 사장은 “타겟 마켓을 위해 현지 기술(모멘타)을 적용했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기술 내재화”라며 “내재화를 위한 준비를 잘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의 종착점은 결국 하나로 수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모터쇼에서 1816㎡(약 549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운영한다. 아이오닉 V를 필두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5 N,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등 총 9대의 차량을 전시한다.
베이징(중국)=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