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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창고·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여정…부산비엔날레 추천 동선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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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류성실의 '만 가지 꿈'.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류성실의 '만 가지 꿈'.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류성실의 '만 가지 꿈'.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류성실의 '만 가지 꿈'. 김은영 기자 key66@
2026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27일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작품들을 미술 관계자 등이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6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27일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작품들을 미술 관계자 등이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29일 개막한 2026부산비엔날레가 각종 퍼포먼스와 시민들의 발길로 분주한 첫 주말을 보내며 65일에 이르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라는 주제를 내건 올해 비엔날레는 참여 작가 수를 역대 최소 규모인 22개국 46명(팀)으로 대폭 줄였다. 대신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새로 만든 신작이 70%에 달할 정도로 전시 구성에 각별히 신경 썼다.

이번 비엔날레가 말하는 ‘합창’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매끄러운 화음이나 평화로운 조화가 아니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공동 전시감독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는 “우리가 말하는 합창은 자기 목소리를 상실하며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목소리를 유지하고 점유하는 다성성(Polyphony)”이라며, “다중 위기의 시대에 소리와 경청을 통해 우리가 갈망하는 대안적 미래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부산비엔날레 프리뷰 현장에서 올해 전시 방향을 설명하는 공동 전시감독 아말 칼라프(왼쪽)와 에블린 사이먼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열린 2026부산비엔날레 프리뷰 현장에서 올해 전시 방향을 설명하는 공동 전시감독 아말 칼라프(왼쪽)와 에블린 사이먼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준 집행위원장 역시 “부산비엔날레는 2002년 출범 이후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며 성장해 왔다”며 “우리 도시 고유의 특성을 살린 정체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비엔날레는 문화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를 제대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구)부산남고등학교(영도) → 스페이스 원지(영도구) → 부산현대미술관(사하구)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추천한다. 도시의 실제 삶과 노동의 현장에서 소리를 먼저 듣고, 이를 바탕으로 미술관에서 대안적 미래 지도를 확인하는 흐름이다.


■(구)부산남고: 규율의 공간에서 찾는 탈출구

올해 초까지 학생들로 붐비다 강서구로 이전하며 비어 있던 (구)부산남고는 여전히 규율과 하향식 교육의 잔상이 감도는 공간이다. 비엔날레는 이 유휴 공간을 세대를 넘어 신체로 체득하는 대안적 배움터로 바꿔냈다.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주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주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주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주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29일 오후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조은지의 '소닉 옥토퍼스, 생태적 AI' 퍼포먼스. 다대포후리소리보존회 등이 참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9일 오후 (구)부산남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조은지의 '소닉 옥토퍼스, 생태적 AI' 퍼포먼스. 다대포후리소리보존회 등이 참여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운동장에 들어서면 세 가지 색조의 재활용 직물이 거대한 악보처럼 펼쳐진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의 ‘주문’이 나타난다. 지역 주민 참여로 완성된 이 작품 위를 걸으며 관람객은 보호와 연대의 기호를 마주한다. 개막 당일엔 조은지 작가가 문어 신경 체계와 부산의 전통 멸치잡이 노동요 ‘다대포 후리소리’를 현대적 수행 구조로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후관 1층 옛 급식실에서는 독일 유학 후 부산으로 돌아온 박현성의 설치작을 만난다. 작가는 급식실에 워터펌프와 호스로 바닷속 생명체를 닮은 구조물을 설치해, 학생과 교직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던 공간에 낯선 바다 풍경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는다.

(구)부산남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우리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지'를 전시 중인 박현성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우리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지'를 전시 중인 박현성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박현성의 '우리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지'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박현성의 '우리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지'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이동근의 '세 개의 섬' 가운데 가덕도 방.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이동근의 '세 개의 섬' 가운데 가덕도 방. 김은영 기자 key66@

본관 2층에서 이동근 작가는 ‘세 개의 섬’ 작업을 통해 포격의 상흔이 남은 대만 금문도, 미군기지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오키나와, 그리고 군사기지를 거쳐 신공항 건설로 갈등을 겪는 부산 가덕도의 아픈 현실을 사진과 영상, 아카이브로 환기한다. 울트라-레드의 ‘집단적 듣기를 위한 프로토콜’은 해외 여러 도시의 듣기 시나리오와 학교 외부 마이크로 수집한 부산의 실시간 소리를 교실 안으로 들려주며, 해안 및 섬 개발 등 지역 이슈를 집단적 듣기라는 실천으로 고찰하게 한다.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벤지 라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벤지 라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 작가의 '토착성의 공명'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 작가의 '토착성의 공명'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백현주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백현주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파티마 칼림 칸의 '엎질러진 물'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전시 중인 파티마 칼림 칸의 '엎질러진 물'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3층에서는 벤지 라가 다섯 칸의 교실에서 11개 영상으로 퀴어·원주민 공동체의 대안적 배움을 이야기하고, 몽골 출신의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는 시장에 구한 재료로 만든 모피 의자와 뿔이 자라는 칠판으로 구소련의 잔재와 저항을 표현한다. 백현주는 군국가요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공통된 경험인 ‘기다림과 공포’에 주목한다. 4층에서는 파티마 칼림 칸의 ‘엎질러진 물’이 드로잉, 가발, 장식을 매개로 가정과 국가 차원의 서사를 살펴보며, 발견된 미디어 이미지를 재연출해 이데올로기의 유통 방식을 해부한다.


스페이스 원지: 옛 창고에 새겨진 노동과 바다

과거 선박 장비를 임대·보관하던 창고였던 영도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는 바다 향과 함께 노동의 땀이 밴 콘크리트 벽면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두 전시감독은 바다를 단순히 시적인 장소가 아닌, 노동과 트라우마, 정치성과 애도가 공존하는 영적 공간으로 조명한다.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조아르 송쿠야의 '선원직 프로젝트'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조아르 송쿠야의 '선원직 프로젝트'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조아르 송쿠야.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조아르 송쿠야. 김은영 기자 key66@

이러한 기획 의도는 필리핀 선원 출신 조아르 송쿠야 작가의 작업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거대한 배 뒤에 숨겨진 선원들의 실제 노동을 포착해 온 송쿠야는 갑판 위 일상을 기록한 100여 점의 회화·드로잉(‘선원직 프로젝트’)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고, 부산비엔날레를 위해 신작으로 제작된 그림 ‘새들의 노래’도 함께 공개된다.

스페이스 원지에서 만난 브라힘 탈(왼쪽)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이스 원지에서 만난 브라힘 탈(왼쪽)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브라힘 탈의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브라힘 탈의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2026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27일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작품들을 미술 관계자 등이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6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27일 부산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에 설치된 작품들을 미술 관계자 등이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브라질 출신의 조타 몽바사와 협업한 영도구립 여성합창단이 개막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브라질 출신의 조타 몽바사와 협업한 영도구립 여성합창단이 개막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벨기에의 브라힘 탈이 선보인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는 키 높이에 맞춰 설치된 19대의 스피커를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유지되면서도 하나로 겹치는 다성성을 증명한다. 브라질 출신 조타 몽바사의 ‘물에 잠기는 것은 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가 아닌 것도 아니다’는 영도 바다의 수중 소리와 영도구립 여성합창단과의 워크숍 목소리를 결합해 바다와 사람의 응답을 한 공간에 모아낸다. 이 외에도 임민욱의 영상 ‘S.O.S-불나비’, 아부 카딤 하크의 지도 작업, 줄리앙 크뤼제의 자동차 설치 작품이 노동과 바다의 숨소리를 입체적으로 전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임민욱의 ‘노래하는 은자(隱者)’. 부산 '민중가요 저장소' 소장 음반 재킷을 출력한 천 위에 드로잉한 작품이다. 바로 밑에 민중가요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임민욱의 ‘노래하는 은자(隱者)’. 부산 '민중가요 저장소' 소장 음반 재킷을 출력한 천 위에 드로잉한 작품이다. 바로 밑에 민중가요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금지곡의 역사와 대안적 미래

삶과 노동의 현장을 지나 만나는 부산현대미술관은 저항의 역사와 소리의 연대, 그리고 미래의 지도를 가장 다채롭고 깊이 있게 확장한다.

1층 로비에는 1976년 판금 조치된 김민기의 ‘아침이슬’ 등 민중가요 음반 재킷을 출력한 천 위에 드로잉한 임민욱의 걸개그림 ‘노래하는 은자(隠者)’가 걸려 판금 50주년의 의미를 새긴다. 전시장 안에서는 태국 작가 타낫 티라디콘이 ‘인터내셔널가’, ‘임을 위한 행진곡’, ‘다시 만난 세계’를 리믹스해 팝스타 굿즈 형태로 진열함으로써 노래의 이동에 따른 의미 변화와 권력의 통제 속에서 피어나는 저항성을 위트 있게 조명한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타낫 티라디콘(왼쪽)의 '기억의 문턱: 혼돈의 공명'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타낫 티라디콘(왼쪽)의 '기억의 문턱: 혼돈의 공명'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야잔 칼릴리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야잔 칼릴리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야잔 칼릴리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설치 전경. 개막식에 참석한 전재수 부산시장과 최장락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이 전시감독 안내로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야잔 칼릴리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설치 전경. 개막식에 참석한 전재수 부산시장과 최장락 부산미술협회 이사장이 전시감독 안내로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팔레스타인의 야잔 칼릴리는 시 구절이 새겨진 캡모자를 판매·착용하게 함으로써 연대의 문장을 도시 전체로 확산시킨다. 류성실의 ‘만 가지 꿈’은 리프트 위 12명의 마네킹 합창을 통해 끊임없는 생산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강박을 블랙코미디로 비튼다. 여기에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욕망을 폭풍에 비유한 슈앙 리의 ‘스톰 체이싱’, 부산 지역 퍼포머들과 함께 얼굴 표정과 손짓으로 비언어적 소통을 시도하는 모 셋의 ‘몸, 얼굴과 손가락’이 1층 전시실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부산현대미술관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강서경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강서경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톰 할렛의 'XXX'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톰 할렛의 'XXX'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2층에는 2023년 작고한 강서경 작가의 ‘아워스’, ‘정 井’, ‘산’ 연작이 조각적 풍경을 이루며, 전소정의 ‘구미호 하기’는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여성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강제 이주 역사 속 소리의 기억을 따라간다. 톰 할렛의 8m 길이 퀴어 드로잉 ‘XXX’, 풍물·사물놀이의 저항 유산을 움직이는 조각으로 재해석한 미라 M. 양, 어두운 공간 속 레진 조각으로 경외감을 부르는 라라 외겔X겔리 모라토 로레도의 ‘뎁스(Depth)’, 조슈아 세라핀의 사운드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구)부산남고등학교에 설치된 듀킴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 설치된 듀킴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 설치된 듀킴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구)부산남고등학교에 설치된 듀킴 작품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입구에서 고대 비극 안티고네를 소환한 타이 샤니의 사운드 조각 ‘미아즈마’가 국가 권력에 맞서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줄리안 아브라함 ‘토가르’의 ‘드러머는 결국 드럼을 친다’는 주변 사물과 공간을 두드리며 전시장 전체를 타악기이자 역사적 기억을 되살리는 언어로 바꾼다. 이어 듀킴의 장소특정적 설치작 ‘신이 떠난 무대’는 십자가 모양 마이크 스탠드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따라 압축되는 라텍스 부조로 사회적 폭력과 희생의 구조를 시각화하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출발해 (구)부산남고 믿음의 폐허 속에서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연대의 순례 여정을 완결짓는다. 여기에 예술가 그룹 5D가 SF 작가 어슐러 르 귄의 지도 드로잉을 활용한 영상 설치 ‘축제’를 선보이며 관람객에게 상상력 너머 대안적 미래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지난 28일 2026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환호하는 공동 전시감독 아말 칼라프(왼쪽)와 에블린 사이먼스.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8일 2026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환호하는 공동 전시감독 아말 칼라프(왼쪽)와 에블린 사이먼스. 김은영 기자 key66@

“지역성과 메시지 채운 밀도 높은 비엔날레”

현장을 둘러본 미술계 관계자들은 “부산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특성이 잘 녹아들었고,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지는 알찬 구성”이라며 호평을 전했다. 시각적 자극에 치중하기보다 사운드, 퍼포먼스, 장소 특정적 서사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신체로 경험하고 경청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전시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다중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갈망하는 미래로 길을 찾아가기 위한 지도이자 도구”라며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작품을 카메라에 담으려 애쓰기보다, 한 공간에 잠시 머물며 개별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추천했다. 그러면서 “규율(부산남고)을 깨고, 현장(스페이스 원지)을 느끼며, 미래(부산현대미술관)를 그리는 3단계의 여정 끝에서 관람객은 마침내 ‘불협하는 합창’의 진짜 의미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가 마무리되는 11월 1일까지 전시장 3곳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될 예정이며, 관람료는 (구)부산남고와 스페이스 원지는 무료입장이고, 부산현대미술관은 성인 기준 1만 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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