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가 사실상 여야 당 대표들의 ‘각축장’이 됐다.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조국혁신당 조국까지 주요 당 대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금정구를 찾고 있다. 지금껏 보수가 절대 우위를 차지했던 금정구가 최근 여권의 지지율 하락으로 박빙 양상으로 변하면서 전체 재보선 승패의 바로미터가 됐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10·16 재보선 지역이 확정된 지난달 초부터 13일까지 한 달여 기간 금정을 5차례나 찾았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야권 단일화, 당 지지율의 하락세 등 판세 변화가 일어난 이달 초부터 집중적으로 금정 지원에 나섰다. 그는 13일에도 페이스북에 전날 금정구 도보 지원 유세 사진을 공유한 뒤 “침례 병원 문제, 상권 활성화 문제, 개발 제한 문제, 태광산업 부지 문제, 금정에 맞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문제. 그 아름다운 금정의 길 위에 다 있었다”며 “저희가 즐거운 마음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역시 전날까지 4차례 금정을 찾았다. 총선 못지 않은 집중 지원전이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 유독 약한 부산에서 이번에 ‘일’을 낸다면 이 대표에게는 엄청난 성과일 수 있다. 그는 전날 유세에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결과를 알 수 없는 ‘초박빙’인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번 선거는 금정구청장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 운명에 관한 선거”라고 ‘정권 심판 투표’를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14일에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당 소속 류제성 후보와의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김경지 후보 지원을 위해 금정을 찾는다. 전날 이 대표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복무하고자 흔쾌히 부산에 간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야 당 대표가 금정 선거에 사활을 걸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치솟는 분위기다. 전날 끝난 사전 투표율이 2021년 부산시장 보선 사전 투표율을 넘어선 20.63%를 기록한 데서 그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표들의 전쟁’ 양상이 실제 득표율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당시만 해도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던 한 대표는 최근 지속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 지지층 소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PK(부산·울산·경남)에 ‘안티’가 많은 이 대표 역시 총선 당시 ‘친명(친이재명) 공천’ 여파로 PK 야권 주축인 친노·친문과의 결합력이 더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당의 간판인 대표들이 연일 금정을 찾으면서 선거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관심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야당이 유리하다는 게 전통적인 분석이지만, 지난 총선 때처럼 보수 역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 플러스 효과를 가져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