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단 안갯속으로… 기세등등한 여권, 불안한 야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여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헌재 내부 이견설에 힘이 실리는 상황 속 여권은 탄핵 ‘기각·각하’ 목소리를 키워가는 등 기세등등한 분위기다. 헌재의 결단이 늦어지자 당초 탄핵 인용을 자신하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위기감이 번지는 모습이다.
19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가 이날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정하지 못하면서 탄핵 기각론과 각하론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소추의 절차적 하자 등에 대한 학계의 문제 제기와 외부 민심을 주시하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기각론’과 국회 측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시작부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각하론’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에 대해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게 확실해지는 분위기”라며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인용 결정에 부담감을 느끼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며칠 새 여당 의원들의 공개적인 탄핵 기각·각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재판관들 사이에 격렬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제대로 따져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며 “당연히 각하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법률가 출신 의원들도 가세했다. 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6명의 재판관이 의견일치를 봤다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결정이 미뤄진다는 것은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현 상황이라면 적어도 기각이나 각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막말 논란'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출신의 주진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헌재) 흐름이 심상치 않다. 헌재는 대통령의 추가 변론 요청도 칼같이 자르고 선고를 서둘렀다”며 “그런데 헌재는 지금 선고 기일도 못 잡고 있다. 탄핵 결과 조작은 범죄행위”라고 압박했다. 판사 출신의 김기현 의원도 연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각하하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임기 단축 개헌’을 내걸고 윤 대통령의 복귀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강승규 의원은 이에 “윤 대통령이 개헌을 할 것”이라며 “1년 정도면 개헌이 충분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헌재 이상기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헌재 내부 분위기 파악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내려 달라”며 헌재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광화문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혼란과 불안과 갈등이 증폭되고 경제적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도대체 이렇게나 시간을 끌어야 할 일인지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매우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민주 헌정을 짓밟은 권력의 친위 쿠데타를 심의하는데 좌고우면한다면 헌법재판소에 무슨 존재 이유가 있겠냐”며 “즉각 선고 기일을 지정해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암살 위협 제보’에 따라 방탄복을 착용하고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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