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신청사가 들어설 예정인 항공국가산단 사천지구. 사천시 제공
안갯 속에 휩싸였던 우주항공청 신청사 건립 사업이 지역의 우려를 딛고 원안대로 추진된다.
대전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부서를 분리신설하라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일축하고 원안 그대로 청사 수급 관리계획을 확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부터 검토를 시작한 우주항공청 청사 수급 관리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우주항공청과 경남도는 신청사 부지에 우주발사체 종합 상황실과 우주인 훈련센터 등 특수시설 10여 개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우주위험 국민안전센터와 위성영상 활용센터, 국가위성항법 지원센터 등 3개만 반영했다. 특수시설의 구체적 임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부터 만들 순 없다는 입장이다.
특수시설 상당수가 건립 계획에서 제외된 건 아쉽지만 일정에 맞춰 신청사 건립이 진행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취재 결과 우주항공청과 기획재정부는 청사 수급 관리계획 확정 후 신청사 부지 매입을 앞두고 현재 공용재산 취득계획과 사업 적정성을 검토 중이다.
청사 수급 관리계획이 확정된 데 이어 부지 매입까지 속도를 내면서 사천시와 경남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간 우주항공청의 역할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제정은커녕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사이 대전 등지에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부서 신설 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해 9월 황정아(대전 유성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2명이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의 대전 신설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여기에 지난 6월에는 정동영(전북 전주병) 의원까지 나서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우주기본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 등 대전에 위치한 산하 연구소까지 나서서 우주항공청 세종 이전을 주장하면서 신청사 건립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사천시를 덮쳤다.
사천시 한 지역단체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로 우주항공청이 분리된다는 등 흉흉한 소문이 많았다”면서 “다행히 지역이 합심해 이를 막아내고 예정에 맞게 신청사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행안부 로드맵대로라면 올 하반기까지 공용재산 취득계획과 사업적정성 검토 등을 마무리하고 내년 5월 기본설계, 11월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9~2030년에는 신청사에서 업무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로드맵대로 가기 위해선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부지 매입을 해야 하는데, 관건은 역시 예산 확보다.
우주항공청 부지 매입 계획은 공공토지 비축제도에 맞춰 2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청사 구축 단계로 6만 9000㎡, 2단계는 산학연 집적화 단계로 23만㎡ 부지를 매입한다. 1단계 부지 매입에는 28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파악된다.
우주항공청과 기재부는 부지 매입을 위해 국유재산관리기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500억 원 정도가 마련돼 있어 재원은 충분한데, 다만 다른 사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해 기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에 기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칫 로드맵 전체가 꼬일 가능성도 있다. 기금 활용 여부는 다음 달 중순께 확정될 전망이다.
부지가 확보되면 신청사 건립은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자는 임대수익을 얻으며, 소유자는 목돈을 아낄 수 있어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BTL로 추진될 경우 로드맵보다 더 빠른 착공과 준공도 기대된다.
우주항공청 역시 지역의 우려와 달리 로드맵이 원안 그대로 추진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계획을 확정했고 이전이나 분리는 없을 것”이라며 “예산도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