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시장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되며 국내 은행권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기준금리 인상에 압박도 심해지고 있어 통화정책의 변화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2월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0.4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0.36%) 대비 두 달 만에 0.10%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차주별로 보면 중소기업 부문 악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0%에서 0.67%로 0.17%P 급등했다. 가계와 대기업도 각각 0.05%P, 0.08%P 상승하며 전반적인 부실 확대 흐름이 나타났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동반 상승했다. 5대 은행 전체 NPL 비율은 지난해 말 0.34%에서 올해 2월 말 0.40%로 0.06%P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 NPL 비율은 0.48%에서 0.60%로 0.12%P 상승해 취약 차주 중심의 부실 확대가 뚜렷하다.
개별 은행의 지표를 보면 흐름은 더 분명하다. A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연체율이 0.50%까지 올라 2014년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은행의 가계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16년 이후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취약 차주부터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구조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환경에서 대출을 크게 늘렸던 자영업자·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오타 프로젝트’(서울역 인근 복합단지 개발) 등 일부 사업장에서 대출 연장 거부와 부실 처리 사례가 나타나면서 은행권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금리 환경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며, 유럽중앙은행 역시 보다 제약적인 통화정책 필요성을 시사했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재개될 경우 국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금리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은행채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이란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0일 사이 각 0.133%P, 0.335%P 뛰어 올랐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아직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황건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12일 공개된 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 정책은 특정 방향으로 기대를 형성하기보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