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이 지난달 29일 부산일보와 부산 동구청, 한국해양정책연합 주최로 열린 당선인 초청 토론회에서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지난 22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을 두고 지역 수산업계에서 ‘수산이 사라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부터 수산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이 본격 시행되지만, 정작 이를 이끌어갈 행정 조직은 부재하다는 지적 나온다. 국내 수산물 유통의 40%를 담당하는 부산 수산의 위상을 감안할 때, 현행 ‘과’ 단위 체제로는 대대적인 산업 체질 개선과 물류 인프라 구축을 총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시는 기존의 해양농수산국을 ‘해양수도전략실’로 직급을 상향하고, 해양수도전략실 내 북극항로추진과와 해양수도세일즈과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민선 9기 조직개편안’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하지만 개편의 무게중심이 북극항로 등 해운·항만 분야에 쏠리면서 수산 분야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물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현행 ‘과’ 단위 조직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과 노후 어선 현대화 등 부산 맞춤형 수산 생태계 재설계를 진두지휘할 ‘국’ 단위 전담 조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어업 행정 재정비다. 조업 위치와 어종별 어획·양륙 실적 보고를 의무화하고, 어획확인서·증명서 발급 근거를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8년 전 제정된 ‘어업법’에 뿌리를 두고 규제 중심으로 관리돼 온 연근해어업이 마침내 전환점을 맞은 상황에서, 업계는 어획량 관리나 감척 등 기존의 단순 관리·규제 행정에서 벗어나, 복지형 어선 도입과 디지털 자원관리 시스템의 현장 이식 등 ‘기획 중심 행정’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수산업계는 이러한 대전환을 완수하기 위해선 대규모 예산 확보와 함께 정부·정치권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체급의 조직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정화 국립부경대 해양수산개발국제협력연구소 교수는 “현재 수산업은 조업·유통·위판 등 전 과정의 전산화와 어선 현대화를 이뤄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특히 어선 현대화 사업 등은 부산시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비 확보가 필수적인데, 과 단위 조직으로는 타 지자체와의 예산 확보 경쟁에서 밀려 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연안 생태계 파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현행 수산정책·수산진흥과 수준의 2개 과 단위 체제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박병염 부산수산물공판장 중도매인협회장은 “연안은 물고기의 산란장이자 치어의 보금자리로, 수산 산업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공간”이라며 “연안 생태계가 무너지면 어획은 물론 가공과 유통 등 후방 산업까지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 지자체는 이미 국가 해양생태공원 지정 등 연안 보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부산시에는 이를 전담할 부서조차 없다”며 “현재의 과 단위 구조로는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복원을 주도하기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조직개편안을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이후 14일 시의회 의결을 거쳐 9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