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강타한 태풍의 영향으로 닝보·저우산항이 지난 8월 26일부터 컨테이너 반출입 작업을 순차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네이버 블로그 사진 캡처
주요 항만의 운영 차질이 중첩되며 발생한 글로벌 항만 혼잡도가 최근 연달아 중국을 강타한 태풍 악재와 맞물려 아시아 전역의 연쇄 항만 마비로 이어지는 등 북아시아 중심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수요가 견조한 항로를 중심으로 운임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4일 발간한 ‘글로벌 항만 혼잡 심화와 컨테이너 시장 영향’이란 특집보고서에서 북유럽발 항만 물류 병목 현상이 중동과 아시아 주요 환적항을 거쳐 북아시아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성수기를 앞두고 화물량이 예년보다 일찍 늘어난 데다 선박 입항이 집중되고 지역별 항만 운영 차질이 겹치면서 혼잡이 더욱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유럽의 기존 병목에 호르무즈 통항 차질, 아시아 환적항 부담, 중국의 연이은 태풍이 순차적으로 중첩되며 글로벌 항만혼잡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7~8월에는 ‘바비’·‘눌’·‘돌핀’·‘사우델’ 등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상하이·닝보 등 중국 주요 항만이 입출항 통제 및 터미널 운영 중단 반복 등으로 상황이 나빠졌다. 중국에서 운항이 지연된 선박들이 부산·싱가포르 등 다음 기항지에 몰리거나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서 한 곳의 항만 차질이 다른 항만으로 연쇄적으로 번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역대 최대인 약 1억 8292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한 가운데 운영 차질이 반복되며 적체 해소 부담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는 중국 주요 항만의 높은 처리물량에 태풍으로 누적된 대기 선박·미처리 화물까지 더해져 글로벌 항만혼잡의 단기간 내 정상화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짚었다. 중국 주요 항만의 물동량 자체가 증가한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항만 운영 차질이 발생한 만큼 누적된 대기 선박과 미처리 화물이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혼잡이 지속되면 선박 대기와 왕복항차가 길어져, 신조선 인도로 선대가 늘어도 실제 공급 확대로는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보고서는 항만혼잡이 개별 항만을 넘어 후속 기항지와 환적항으로 연쇄 확산되는 만큼, 중국 주요 항만의 운영 차질이 부산 등 국내 환적항의 선석·야드 운영 및 환적 연결에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항만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도 늘었다.
해운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항만에서 접안을 기다리는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431만 TEU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1.4%가 북아시아에 집중됐으며, 상하이항에서 34.8% 이상의 선복이 접안을 하지 못했다. 정박 구역에 대기 중인 배까지 포함한 클락슨 기준 대기 물량은 1113만 TEU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보고서는 “두 기관의 집계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글로벌 항만 혼잡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만 정체로 운항 일정이 꼬이면서 해상 운송의 약속 시간 준수율도 하락했다. 씨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 분석 결과,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정시성은 지난 6월 62.6%에서 7월 56.4%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평균 지연 일수도 5.31일에서 6.06일로 증가했다.
이러한 대기 지연은 선박 부족을 유발하고 있다. 선박이 항만에 갇혀 왕복 운항 기간이 늘어나면 새 선박을 시장에 투입하더라도 실제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유효선복)은 줄어드는 착시와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화물 수요가 견조한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해상 운임 상승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중국 주요 항만의 운영이 정상화되더라도 항만 혼잡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산·싱가포르·포트클랑 등 주요 환적항으로 혼잡 확산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혼잡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선복이 줄어 수요가 견조한 항로를 중심으로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진공 김종우 해양산업정보센터장은 “최근 항만 혼잡은 특정 항만의 일시적인 운영 차질을 넘어 글로벌 정기선 네트워크의 유효선복과 서비스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주요 항만의 정상화 상황과 부산을 포함한 후속 기항지로의 혼잡 전이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