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1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내 반도체 투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만간 투자 지역과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공급망과 에너지, 인적 교류 등을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투자 계획과 관련해 “AI 붐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며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주목받는 AI와 관련해서는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공동체가 양국의 교섭력과 비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호주의와 미중 대립으로 공급망이 분단되는 상황에서는 큰 시장이 유리하다며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돼 비용 부담이 크다”며 “한일 시장을 연결하고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우선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향후 송전선과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유럽연합(EU) 솅겐 협정처럼 양국 간 인적 교류를 자유롭게 하고, 금융·보험·헬스케어 등에서도 공동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시해왔다. 그는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구상을 시작했다며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내가 이끄는 SK그룹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공동체 추진 과정에서 제도적 차이 등이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며 “서로 보복해봤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이웃 국가로서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은 거리상 일본과 가까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협력이 중국을 위협하는 규모는 아니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해서는 “한국도 가입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