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일본 오사카항에 접안한 2만 2000t급 대형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 송현수 기자 songh@
국제항로인 부산~오사카를 운항하는 국내 유일 크루즈선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2만 2000t(톤)급 대형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PanStar Miracle)’호에 승선했다.
초대형 크루즈선과는 규모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만 발코니 객실 ,인피니티 풀이 적용된 야외 수영장, 피트니스, 사우나 및 한증막, 테라피(마사지), 카지노&게임바, 공연장, 면세품 판매점, 키즈클럽, 일식 레스토랑, 회의실 등 부대시설을 갖춘 럭셔리한 크루즈선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미라클호는 이날 오후 3시 부산에서 출항해 다음날인 7일 오전 9시 오사카항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출항 당시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일본 대마도 등을 오가는 쾌속선과 소형 여객선은 줄줄이 운항이 취소된 상태였다. 먼 바다로 나가면서 최고 파고가 4.5m에 달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미라클호에도 흔들림이 전해졌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운항을 이어갔다. 선체 하부에 장착된 6m 길이의 스테빌라이저가 파도의 저항을 상쇄하며 균형을 잡아 준 덕분이다. 저녁 8시쯤 미라클호가 세토해 내로 접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등 파도가 잦아들었고, 일본 혼슈와 시코쿠, 규슈의 야경을 즐기려는 탑승객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미라클호는 주 3회 부산~오사카 항로를 왕복 운항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일·화·목요일, 오사카에선 월·수·금요일 각각 출항한다. 팬스타 미라클호는 선종은 크루즈페리로, 정원은 여객 355명, 승무원 44명, 객실은 102개다. 화물적재능력은 ‘컨테이너 25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승용차 18대’이다.
미라클호는 지난해 4월부터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국제항로에 투입돼 해상 관광과 물류를 연결하는 새로운 바닷길을 열었다. 미라클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총 381항차를 운영했다. 이 기간 총 6만 7306명(부산~오사카 크루즈 이용 승객 5만 4188명, 주말 국내 ‘원나잇크루즈’ 이용 승객 1만 3118명)을 태워 날랐고, 총 4만 6369TEU를 운송했다. 미라클호는 부산~오사카 운항 시간을 17시간으로 이전보다 2시간 단축했다. 부산~오사카 크루즈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에 달한다.
미라클호가 성공적으로 운항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금융지원이 있었다. 선내에서 만난 팬스타그룹 관계자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의 보증을 통해 민간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정책금융 지원이 신조선 건조를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중고선 도입과는 달리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신조선 건조는 중소·중견 선사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진입 장벽 속에서도 팬스타그룹은 국내 조선소인 대선조선에 대형 크루즈페리를 발주했다. 해진공은 팬스타그룹의 크루즈페리 신조선 도입을 위해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순위 금융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전체 선가(船價) 7050만 달러 중 팬스타그룹이 20%인 1410만 달러를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80%인 5640만 달러는 선순위 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다. 해진공은 이 가운데 선순위 금융의 95%인 최대 5358만 달러(약 750억 원) 규모를 보증했다. 이를 통해 팬스타그룹은 별도의 고금리 후순위 대출 없이 자기자본 20%를 투입해 신조선 건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특히 해진공의 보증을 바탕으로 산업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선박금융에 참여했다.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의 자금이 함께 투입되면서 중소선사의 신조선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선사에게 신조선 건조에 필요한 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해진공의 정책금융은 미라클호라는 새로운 선박 확보뿐 아니라 조선소에게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나아가 미라클호가 부산과 오사카를 연결하는 국제항로에 투입되면서 단순한 여객 운송을 넘어 해상 관광과 물류를 결합한 사업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팬스타 미라클호의 취항 과정은 정책금융이 기업의 사업 기회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은 “팬스타 미라클호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선사의 신조선 확보를 지원하고 국내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연결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중소·중견 선사의 신조선 확보와 신규 항로 개척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해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해운·조선산업의 동반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해진공은 미라클호의 기존 달러 대출을 엔화 대출로 전환하는 재금융을 지원해 선사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췄다.
해진공은 부산~오사카 항로를 운항하는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에 대한 채무보증을 최근 달러에서 엔화로 전환하면서 약 700억 원의 금융잔액에 대한 조달 금리를 2.5% 이상 절감하는 재금융을 실행했다. 이번 재금융을 통해 팬스타는 연간 약 17억 원, 4년간 70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