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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홀린 부산맛, 꿈이 커졌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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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유타주에 함께 다녀온 전직 푸드트럭 사장과 현직 식당 사장 4명을 추석을 앞두고 차례로 만났다. 유타는 미국에서도 백인 인구 비중이 85% 이상으로 높은 지역이다. KFC, 크럼블를 비롯한 많은 프랜차이즈가 유타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유타에서 성공하면, 미국에서 성공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곳이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부산 청년들의 얼굴에 그토록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것일까.


‘비욘드 비스타’에 선발된 부산 청년들이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밥심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가해 부산을 알렸다. ‘비욘드 비스타’에 선발된 부산 청년들이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밥심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가해 부산을 알렸다.

■인생을 바꾼 ‘아메리칸 셰프’

부경대 경영학부에 다니던 박상화 씨가 푸드트럭 사장이 된 건 영화 ‘아메리칸 셰프’ 때문이었다. 박 씨는 유명 셰프가 레스토랑에서 잘린 뒤 푸드트럭으로 재기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에 반하고 말았다. 2015년 레스토랑에 취직해 일 년간 모은 돈으로 100일 동안의 유럽 푸드트럭 탐방 여행을 떠났다. 16개국 30여 개 도시를 떠돌며 푸드트럭 사장을 1000명쯤 만났다. 이들은 자신을 레스토랑 오너 셰프로 생각하며,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아낌없는 호의를 베풀었다. 유럽의 푸드트럭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였다.


푸드 트래블 박상화 대표. 푸드 트래블 박상화 대표.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 친한 형이 미국에 있는 ‘컵밥(한국에는 ‘유타컵밥’으로 소개)’ 송정훈 대표를 만나보라고 권했다. 너보다 훨씬 더 푸드트럭에 미쳐 있는 사람이 있으니 가서 배워 보라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유타에서 푸드트럭 한 대로 컵밥을 시작, 미국 전역은 물론 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진출한 글로벌 음식 브랜드로 성장시킨 청년이었다.


푸드트래블 박상화 대표(왼쪽)와 유타컵밥 송정훈 대표. 푸드트래블 박상화 대표(왼쪽)와 유타컵밥 송정훈 대표.

201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타 솔트레이크시티의 컵밥에서 6개월간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꿈이 글로벌해졌다. 그 뒤 푸드트럭을 찾아 미국 대도시들을 한 바퀴 돌았다. 돌아가면 푸드트럭으로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메리칸 셰프’의 실제 모델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도 만난 적이 있다. 강연회에 찾아갔지만 인사를 못해 아쉬워할 때였다. 한인타운 클럽에 갔다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 다가가서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의 방향이 잡혔다”라고 이야기했더니, “땡큐”라고 한 마디 하고는 그냥 내빼버렸다.

아무튼 박 씨는 귀국 후 ‘푸드트래블’을 창업해 푸드트럭 한 대로 전국의 축제를 돌기 시작했다. 전국 푸드트럭들과도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겼다. 지역 행사가 열리면 푸드트럭 존을 구성하는 대행 회사 역할도 하게 됐다.


플라잉드래곤 손태환 대표. 플라잉드래곤 손태환 대표.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며 푸드트럭 비즈니스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역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며 위기가 찾아왔다. 그 돌파구를 ‘기프트럭(Giftluck)’ 서비스에서 찾았다. 연예인 팬들이 촬영장에 보내는 커피차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기업이나 기관이 기프트럭을 요청하면 음식을 싣고 찾아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직접 찾아가는 팝업 스토어 방식은 화제였다. 국내 100대 대기업 대부분이 한 번 이상 기프트럭을 이용했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다 매년 폭발적으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 포트빌리지와 크리스마스빌리지는 푸드트래블을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절하며 ‘울컥’

‘도시크랩, 야키토리 해공, 피플웍스, 플라잉드래곤.’ 부산 지역 4개 브랜드(식당) 대표는 지난달 8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컵밥과 유타대학교가 공동 주최하는 유타주 최대 규모의 한국 문화 축제인 ‘밥심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비욘드 비스타(Beyond B-Star)! 부산시가 로컬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장 프로그램에 뽑힌 브랜드들이었다. 선정 기준은 푸드트래블이 지난 6월 부산항 제1부두에서 개최한 포트빌리지 매출 순이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초청해 보은 만찬이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초청해 보은 만찬이 열리고 있다.

9일 현지 식자재 구매를 시작으로 14일 귀국까지 6박 7일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10일에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와 직계 가족을 초청해 보은 만찬이 열렸다. 생존한 한국전쟁 참전 용사에게 부산 청년들이 부산의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전달한 덕분이었다. 각각 98세, 94세라는 역전의 용사들은 너무 좋아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공연단이 참전 용사들에게 절을 할 때는 모두가 울컥했다.

11일 축제의 날이 밝았다. CJ비비고를 비롯해 동원, 수협, 왕(Wang), SPC삼립, 빙그레, 샘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은 모두 참여했다. 부산에서 온 우릴 누가 알아줄까, 손님이 오면 얼마나 올까. 솔직히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야키토리 해공은 바삭하게 튀긴 닭에 케첩 소스를 입힌 닭강정을 준비했다. 맵지 않다고 설레발을 치니, 매운 것도 잘 먹는다는 미국인이 많았다. 대게 요리점 도시크랩은 해물파전을 ‘코리안 시푸드 팬케이크’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너무 특이하다. 이 재료로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만들 생각을 했느냐?”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상에는 해물파전을 처음 먹어본다는 사람이 많았다. 두 명이 하루에 파전 600개를 부치고 나니 팔목이 욱신거려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도시크랩 최현우 대표가 해물파전을 굽고 있다. 도시크랩 최현우 대표가 해물파전을 굽고 있다.

부산에서 시작한 미국식 중식당 플라잉드래곤에게 미국은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적인 풍미를 가미한 차우메인(볶음국수)은 유명 중화요리 체인점 판다 익스프레스보다 훨씬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제가 열린 유타대는 신기하게도 부산에 터를 잡은 서울 출신의 손태환 대표가 다닌 학교였다. 모교 캠퍼스에서 자신의 브랜드로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멕시코 타코집 피플웍스는 멕시코나 미국에도 없는 만두 타코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이날 부산 4개 브랜드 매대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이어졌다. 각각 준비한 400인분의 재료가 축제가 끝나기 몇 시간 전에 모두 소진됐다. 솔드 아웃! 하루 동안 열린 한국 문화 축제에 2만여 명이 다녀갔다. 한국의 위상은 정말로 높아져 있었고, 한국 음식이라니 너무 좋아했다.


미국 유타주 유타대학교에서 한국 문화 축제 ‘밥심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미국 유타주 유타대학교에서 한국 문화 축제 ‘밥심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 도전할 자신감

12일에는 미국 주요 F&B(식음료) 브랜드들의 현장 탐방에 나섰다. 선진 기업의 공간·운영·서비스·브랜딩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레이징 케인즈, 칙필레, KFC 1호점, 더치 브로스, 크럼블의 주방까지 들어가서 봤다. 업계 선배 컵밥 송정훈 대표의 멘토링까지 더해졌으니 얼마나 귀한 수업이었는지 모른다. 치킨 패스트푸드 체인점 칙필레는 미국에 매장이 3000개 이상이고, 매장 당 연 매출액이 평균 100억 원을 넘었다. 치킨집에서 웃는 소가 마스코트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닭 덕분에 사람들이 소를 덜 먹으니 소 입장에서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칙필레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경험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총평하자면 “미국 음식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인상적이다”라는 것이었다.


야키토리 해공 김승현 대표. 야키토리 해공 김승현 대표.

각자가 느낀 점들이 있었다. 야키토리 해공 김승현 대표는 “부산은 인구가 자꾸 줄어드니 시장이 너무 작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로 갈 생각도 했다. 서울에 갈 바에는 차라리 해외에 진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도전할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플라잉드래곤 손태환 대표 역시 “우리의 스탠다드를 가지고 외국에 가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진출도 못 해 볼 일이 아니다”라고 동의했다.


피플웍스 박진석 대표. 피플웍스 박진석 대표.

피플웍스 박진석 대표는 행사 뒤 멕시코로 건너가 현지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시작해서 그동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음식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됐다”라는 글을 전해왔다. 도시크랩 최현우 대표는 단순한 음식점 사장이 아니었다. 수산물 유통·물류 기업 어기야팩토리의 대표로 2025년 부산시 중소기업인 대상을 받았고, 지금은 수산업 AI 적용과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도시크랩 최현우 대표. 도시크랩 최현우 대표.

푸드트래블 박상화 대표는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꿈의 빈부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부산이 바뀌려면 부산에 있는 청년들의 꿈의 크기가 바뀌어야 한다. 부산 청년들의 마음속에 넓은 세상을 품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오랜만에 떠올리니, 지금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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