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열린 호남권·용인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 전력공급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염성진 SK하이닉스 사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연합뉴스
정부가 광주·전남에 조성되는 반도체클러스터에 약 2000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입주기업 근로자의 주거·정주여건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 대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인 데다 지원 한도와 자격, 기업 분담 기준도 없어 대기업 직원 주거비까지 세금으로 메워 주는 특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2027년도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에 내년 예산 1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4년간 총 6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고,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 2기, SK하이닉스 2기 등 메모리 팹 4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산업부는 1조 5000억 원의 산출근거 중 하나로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 2000억 원(근로자 주거·정주여건 등)’을 적시했다. 사업 수혜자는 ‘반도체기업·입주기관’이다. 이를 두고 수십조 원의 이익을 올린 대기업 직원 주거비에 세금을 투입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두 입주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 47조 2063억 원, 삼성전자 43조 5300억 원(잠정)으로 합계 90조 원을 넘는다.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반도체특별회계 사업설명자료 전체에서 ‘근로자 주거’를 용도로 적은 사업은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가 유일하다. 용인·평택 등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사업의 경우 전력·도로·용수 등 산단 기반시설만 대상으로 할 뿐 주거는 포함하지 않는다. 기존 정부·지자체 주거지원 제도가 1인당 한도와 소득·자산·무주택 요건, 기업 자부담 비율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예산에는 아무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원 규모와 구조, 중소기업 근로자 중심의 지원 대상 등 산업부가 그동안 운영해 온 산단 주거지원과도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산업단지 근로자의 주거 여건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과 청년 근로자를 중심으로 민간투자와 지방비 매칭을 전제로 지원해 왔다”며 “정부가 이 원칙을 뒤집고, 지난해 9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대기업의 직원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 100%로 대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은 명백한 특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대상도, 한도도, 기업 분담도 정하지 않은 채 2000억 원을 먼저 달라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깜깜이 편성”이라며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기업 근로자 주거지원 배제, 지원 기준과 기업 분담 원칙 마련, 사업시행계획의 국회 사전 제출을 요구하고, 근거 없는 금액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