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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평균연령 5.3세 늘어 46.2세
부산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원도심임에도 주변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서 점점 놀이터를 채워 나가는 건 운동하러 나온 중·장년의 어른이다. 인근 매축지엔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지만 여전히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구역엔 어르신뿐이다.
부산의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시민의 평균 나이가 46.2세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무려 5.3세가 더 많아진 것이다.
19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월 부산의 평균 연령은 남자 44.9세, 여자 47.4세다. 평균 나이는 46.2세로 집계됐다.
평균 연령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8년 부산의 평균 연령(매년 2월 기준)은 38.0세였다. 남자 36.8세, 여자 39.2세로 남녀 모두 40세에 못미쳤다.
2012년이 되면서 40.4세로 처음으로 40세를 넘어섰고 2013년 40.9세, 2015년 41.9세, 2017년 42.9세, 2019년 44.0세, 2021년 45.2세, 2022년 45.7세로 해가 갈수록 평균 나이가 올라갔다.
이는 특별시나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44.0세, 대구 44.7세, 인천 43.4세, 광주 42.5세, 대전 43.0세, 세종시 38.2세 등이다. 부산의 평균 연령은 농촌을 품은 도 지역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도 지역 중에서도 부산보다 평균 연령이 젊은 지역이 5곳에 이를 정도다.
동구 좌천동의 경우 0~9세 인구와 10~19세 인구는 각각 465명과 606명이었다. 10년 전 641명과 1270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평균 나이는 부산 내에서도 차이가 컸다.
영도구는 51.2세로 16개 구·군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50.7세)와 동구(50.1세)가 50세를 넘겼다.
강서구는 39.7세로 부산에서 유일하게 30대를 유지했다. 강서구는 10년 전에는 42.1세였는데 올해는 30대로 내려가 부산에서 유일하게 10년 만에 젊어진 지역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 기간 사상구는 7.4세, 북구는 7.0세, 사하구는 6.9세가 더 오르면서 다른 구·군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됐다.
2023-03-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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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정치 현수막으로 엑스포 실사단 맞나
부산 시내 곳곳에 난립한 원색적 비난 위주의 정치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을 넘어 10여 일 뒤에 있을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시민적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치권이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오전 9시께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사거리 앞 횡단보도에는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검사아빠 전성시대’라며 정부를 비꼬는 야당의 현수막, 야당의 상징색을 활용해 ‘부패노조’라고 써 야당과 노동계를 비난한 여당의 현수막. 이곳은 BIE 실사단 방문 예정지인 유엔평화공원 인근이어서 현장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유동 인구나 교통량이 많은 부산의 주요 길목엔 어김없이 정당 현수막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BIE 실사단 방문 예정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상황이 더 악화(부산일보 1월 25일 자 6면 보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부터 정치 현수막이 너무 많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인데, 법 개정으로 현수막 게재가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당이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현수막은 수량이나 규격, 게시 장소와 관계없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인정돼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난립하는 정치 현수막이 BIE 실사 평가에 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도시 미관을 해쳐 자칫 엑스포 유치에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은 물론, 원색적 비판 내용이 화합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엑스포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시 유치기획과 관계자는 “BIE 실사단은 엑스포 부지를 시찰하며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환경은 어떤지를 평가한다”며 “그 외에도 실사보고서가 우호적으로 작성되기 위해선 깔끔한 거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당 현수막에 우려가 커져 부산시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는 지난 2일 일선 구·군의회에 ‘정당 현수막 설치 관련 가이드라인 준수 요청’ 공문을 보냈다.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BIE 실사단 방문에 대비해 도로변 정당 현수막 게시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의 요청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성 수영구의원은 “시의 요청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며 “한쪽 당이 비판을 시작하면 이를 받아쳐야 하는 상황인지라 양쪽 당 모두 기존에 하던 그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구슬 남구의원 역시 “시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양당에서는 현수막을 거는 분위기다”라며 “시에서 좀 더 구체적인 협조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정당 현수막을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각 정당의 자발적인 현수막 철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시의 적극적인 상황 설명과 정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이태(부산대 교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은 “각 정당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나 BIE 실사단이 부산에 방문하는 동안만이라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03-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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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유엔기념공원·교차로 곳곳 ‘정치 현수막 공해’
“윤석열 정권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죄 저질렀으면 벌 받아야지.”
16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 동구 부산역. 부산의 관문이자 부산을 찾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풍경인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역 앞에 게시된 현수막이었다. 검사 출신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잘못을 비판하는 내용부터 강제징용 관련 대일 협상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상대 정당을 비방하기 위해 자극적인 문구가 사용된 현수막은 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사단 방문 예정지인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으로 이동하는 도로에서도 여야 정치인의 ‘싸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동구 초량동 항일거리 인근에는 여당이 내건 ‘이재명판 더글로리. 죄지었으면 벌 받아야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에 질세라 야당은 도시철도 1호선 부산진역 인근에 ‘검사 아빠 전성시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여당과 대립을 이어 갔다.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정책 홍보와 관련 없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남구 우암동 일대로 들어서자 여·야당 정치인 명의로 달린 입학 축하 현수막이 보였다. ‘사랑하는 귀염둥이들~ 두근두근 입학을 축하합니다’와 ‘졸업과 입학을 축하합니다’ 등 정책과 전혀 관계 없이 경쟁적으로 내걸린 현수막은 도로 일대를 어지럽게 했다.
BIE 실사단 방문을 앞두고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대연동 유엔교차로와 대연교차로 등 주요 도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유엔참전기념탑 앞으로 정치 현수막이 즐비해 있다. 이 곳은 유엔로와 유엔 평화로의 교차 지점이며, 유엔 기념공원과 부산문화회관으로 가는 길목이다. BIE 실사단 방문 대비 환경정비 구역임에도 정당 현수막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현수막에 새로운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멘트만 달리한 같은 의원의 입학 축하 현수막과 벌써 서너번 째 마주하는 '검사 아빠 전성시대'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협상을 규탄하는 야당의 현수막도 등장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치 현수막 탓에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공원이 정쟁의 터가 된 모습이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BIE 실사단 방문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 바쁜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는 비방 위주의 정치 현수막 탓에 비상이 걸렸다. BIE 실사단 방문을 앞두고 각 지자체는 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 제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BIE 현지 실사에 대비해 불법 광고물 집중 정비를 진행 중인 해운대구는 기간제 근로자 4명, 자활근로자 37명을 팀으로 하는 기동정비반을 구성했다. 이들은 실사단 동선인 엘시티부터 영화의전당에 이르는 도로에서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고 단속을 실시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에 포함되지 않아 마음대로 제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극적인 문구를 담은 정치 현수막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의 불만도 높다. 부산역 인근을 지나던 시민 이 모(56) 씨는 “저렇게 현수막을 내걸면서까지 정파 싸움을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계속 지켜봐야 하는 지역민으로서는 매우 불편하다”며 “일반 주민은 관심 없는 내용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립하는 정치 현수막이 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정구 남산동에 거주하는 박 모(53) 씨는 “언어는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현수막이 많이 붙은 모습을 보면 미관상 좋지 않은데다 실사단으로선 무슨 일인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엑스포가 유치돼야 부산 경제도 살아날 텐데 실사단이 방문하는 며칠만이라도 양당이 협조해 좀 더 쾌적한 도시를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03-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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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정당 현수막 철거 ‘미적’
거리에 내걸린 정치 현수막이 증가하자 다른 지자체에선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반면 부산시는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의 경우 울산시장과 기초단체장 5명이 정당 현수막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남 창원시도 지난달 행안부와 경남도에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대전도 지난달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했고, 충북시장군수협의회 역시 건의안을 채택해 행안부에 전달했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최근 시장 주재로 개최한 ‘시·자치구 구청장 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각 정당에 지역별 지정 게시대 이용 등을 안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정당활동 범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인천시는 10개 구·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TF는 현수막 설치 제도를 구체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세종시는 ‘정치 현수막 우선 지정 게시대’를 운영 중이다. 2000만 원을 들여 설치한 이 게시대에 상대 당을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은 걸 수 없다.
지방의회가 솔선수범해 현수막 설치를 자제하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의회는 1월 시의원들에게 명절 인사용 현수막을 내걸지 않도록 권고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정치 현수막 공해를 줄이기 위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부산시는 지난 2일 정당 현수막 관련 의견 제출 공문을 구·군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17개 시도와 협의를 통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행안부의 계획에 응하는 정도에 그친다.
부산시의회도 자체적으로 현수막 자제 권고를 내리는 등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김형철 의원은 "실사단 방문 대비 정치 현수막 정비는 시가 주체적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시가 안을 제시하면 의회 차원에선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기보단 일단 법을 따른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공공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했을 때 지자체가 철거를 권고하는 등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일단 법에 근거해 조치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3-03-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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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골프 연습장이 들어섰다…그 이후 집 나간 꿀벌이 안 돌아왔다
경남 함양군의 한 양봉농가에서 키우던 꿀벌 수백만 마리가 불과 몇 달만에 대량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양봉농가는 겨울철 이상기온이나 농약이 아니라 인근 골프연습장의 야간 운영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함양군에서 40년 가까이 양봉농사를 지어 온 노종구 씨는 지난해 4월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았다. 겨울철 월동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양봉에 들어가려는 찰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초·중순 아카시아 개화와 함께 꿀벌 활동 시기가 다가왔지만, 꽃꿀을 모으는 일을 할 꿀벌이 떼죽음을 당해 큰 피해를 입었다.
노 씨가 운영하는 벌통은 110개다. 한 통당 꿀벌 3만~4만 마리 정도가 차 있었지만 지난해 9월까지 대부분 폐사하고 현재 1통 규모만 겨우 살아 남았다. 해마다 크고 작은 규모의 꿀벌 폐사가 있었지만 이번 같은 떼죽음은 처음이었다.
노 씨는 꿀벌 대량 폐사 원인으로 지난해 4월 개장한 골프연습장의 ‘빛’을 지목한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농장에서 불과 30~4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오후 7~10시 3시간 동안 야간 운영을 한다. 서치라이트가 곳곳을 비춰 주변을 밝히다 보니 벌이 시간을 착각해 벌통에서 나가 버린다는 것. 이후 서치라이트가 갑자기 꺼지면 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그대로 동사하거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게 노 씨의 주장이다.
노 씨는 “꿀벌이 저녁 시간과 낮 시간을 착각해 벌통에서 나간 뒤 밤 10시쯤 빛이 갑자기 사라지면 다시 벌통 위치를 찾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꿀벌이 대부분 빠져나가면 남은 벌로는 벌통 안의 온도를 맞추기가 불가능해지는데,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결국 모두 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골프연습장 개장 당시 함양군과 골프연습장 관계자가 빛가림 시설을 설치해 준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가림막 설치 업체 측에서 바람이 통과하지 못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가림막 설치에 난색을 표시했다는 게 군청의 설명이었다.
결국 대안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꿀벌 대다수 폐사로 이어졌다. 한 꿀벌 전문가는 “꿀벌이 빛에 민감한 건 맞다. 또 빛 때문에 밖으로 나간 뒤 빛이 사라지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정확한 상관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골프연습장 측은 일단 조명의 방향을 조정해 농가 쪽으로 향하는 빛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농가 측과 보상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일단 조명 방향을 최대한 조절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보상 역시)농가와 만나서 원활하게 해결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함양군 역시 뒤늦게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
2023-03-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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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어 백화점 문화강좌까지… 잘 만든 교육 콘텐츠의 진화
한글 교육 TV 프로그램 EBS ‘한글용사 아이야’가 어린이 인기에 힘입어 온오프라인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이어 부산과 수도권 백화점 문화센터까지 진출한 상태다. ‘아기상어 핑크퐁’과 ‘뽀로로’ 같은 인기 유아 콘텐츠가 아닌 학습 기반 IP(지적재산)가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보기 드문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16일 부산과 수도권 지점 문화센터에서 ‘EBS 한글용사 아이야’ 3, 4월 강좌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 내용을 활용해 교재와 창의활동으로 한글을 친숙하게 가르치는 아동 강좌다. 4~5세와 6~7세 강좌로 구별되며 각각 한글 자음과 복잡한 모음을 배울 수 있다. 부산본점뿐 아니라 서울 김포공항·잠실·청량리 지점, 경기도 광명·동탄·수원·인천·중동 지점 등에서 수강자를 모집 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이의 어휘 능력을 키우면서 학부모 부담을 덜어 주는 게 목적”이라며 “올해 강좌를 개설해 어린이 300여 명이 참여했는데 대체로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한글용사 아이야’는 한글 자모 체계 결합 원리를 설명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아’ ‘이’ ‘야’ 등 한글을 활용한 캐릭터와 ‘할아버지(안석환 분)’가 친숙하게 한글을 가르친다. 주변에서 간단히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쉽고 재밌게 한글 자음과 모음을 학습할 수 있어 5~7세 어린이에게 인기가 좋다. 5, 6세 두 딸을 둔 오승연(35) 씨는 “유치원 등원을 준비할 때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아이들이 ‘한글용사 아이야’를 보기 전에 빠르게 밥을 먹고 씻는다”고 했다.
문화센터 강좌는 EBS ‘한글용사 아이야’ IP를 활용한 결과물이다. IP는 문화·교육·예술 등 창작 콘텐츠의 재산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올해는 이 IP가 백화점 강좌에도 활용됐는데 지난해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에 진출했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 키즈 콘텐츠 국내 순위에서 ‘포켓몬스터’와 ‘캐치! 티니핑’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EBS는 2021년 ‘한글용사 아이야’를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72회로 종영할 계획이었다. 5~7세 어린이와 학부모 반응이 좋아 계속 방영 중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최정균 PD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인 사회에서 입 모양과 정확한 발음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이들이 정확한 입 모양과 발음을 방송으로라도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글용사 아이야’처럼 어린이 학습 기반 IP가 다양하게 활용된 사례는 그동안 찾기 어려웠다. ‘뽀로로’나 ‘아기상어 핑크퐁’ 등 유아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한글을 체계적으로 다룬 콘텐츠가 다방면으로 확장한 선례는 없었다. EBS는 ‘한글용사 아이야’ IP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1월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딩동댕 유치원’과 ‘자이언트 펭TV’ 등이 무료 콘텐츠로 함께 전환됐다.
이우영·김성현 기자 verdad@
2023-03-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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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즈넉한 일상으로 돌아간 ‘우영우 팽나무’
“그때보다 많이 외로워진 모습이지….”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서 만난 주민 장용석(60) 씨는 마을 뒷동산 꼭대기에 있는 팽나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팽나무는 멀리서 봐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웅장했던 그 나무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봄이 오면 다시 잎이 피고, 사람들도 (팽나무를)많이 찾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장 씨는 농사를 짓다가 온 듯 군데군데 흙이 묻은 모습이었다. 동부마을은 드라마 전 일상으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이 붐비던 팽나무 아래에는 겨우 4~5명이 다였다. 아기를 안은 채 팽나무를 둘러보던 30대 부부는 “원래 이런 분위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인근 파크골프장을 찾았다가 들렀다는 문상만(64) 씨는 “둘러보기는 좋은데 나무는 생각보다 휑하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께 복작거리던 마을과 잎이 풍성하던 팽나무를 모른 채 발길을 돌렸다.
드라마 7·8회에 등장한 ‘소덕동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도로 건립 계획에 따라 존폐 위기에 있던 마을을 구하는 실마리로 소개된다. 방영 이후 마을은 하루아침에 창원의 관광 명소가 됐고, 주말이면 1000~2000명이 방문해 연일 동네가 시끄러웠다.
그 여파로 문화재청과 창원시 주도하에 동부마을 팽나무는 지난해 10월 실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마을 당제를 지낸 점 등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높고 경관도 좋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높이는 16m에 둘레는 6.8m로 수령은 500세로 추정된다.
36가구 70여 명이 거주하는 시골 작은 마을이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많은 방문객이 팽나무를 보러 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드라마 완결 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소 적막해졌다.
방문객 주차 편의를 위해 마을 공동경비로 마련한 마을회관 옆 약 500평의 주차장에는 차량 3~4대만이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2시간여 동안 10명 내외만 방문했다. 주로 창원시민이다. 그나마 아직 주말에는 외지인이 많이 찾아 200~30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장 씨는 “마을을 방문한 도시 사람들은 유난히 대화를 많이 나눈다. 대화하기 편하게 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마을 길도 2차로로 확대하고, 꽃이라든지 다른 볼거리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마을 손님을 먼저 배려하고 있었다.
당장 행정·재정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원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용역 실시, 사업 확정, 예산 마련, 예산 지원 등을 거치는 게 수순이지만,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급하게 지정돼 용역 전 미리 예산 규모를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창원시는 오는 6월 1차 추경을 통해 국·도·시비 총 5억 7600만 원을 마련해 집행할 계획이다. 용역은 곧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천연기념물 보호·관리·활용 방안과 편의시설(주차장·화장실 등) 마련 방안을 구체화한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마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옛날(드라마 방영 전)하고 크게 바뀐 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우영우는 남아 있었다. 마룻바닥을 닦던 어르신이 쥔 수건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로고가 보였다. 윤종한(62) 동부마을 이장도 “미흡하지만 부락을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겨우내 휑했던 동부마을 팽나무는 다음 달쯤이면 잎이 자라고 꽃도 피면서 다시 생기를 찾는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
2023-03-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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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 한 단계 높였지만, 콘텐츠 차별화는 ‘글쎄’
부산이 2020년 전국 최초로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후 올해로 반환점을 돌았다. ‘관광 뉴딜’이라 불리는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2025년까지 총 1400여억 원을 투입해 관광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를 통해 부산의 인지도가 외국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차별화되는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국제관광도시 1391억 원 투입
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0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의 일환인 국제관광도시 사업 대상지로 부산시를 선정했다. 정부는 강력한 경쟁 도시인 인천에 비해 매력적인 관광자원과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부산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업은 당초 국비 500억 원, 시비 500억 원의 1 대 1 매칭사업으로 계획됐지만, 시는 500억 원을 추가해 시비 1000억 원 투입을 약속하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 관광마이스국 1년 예산이 480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결국 해당 사업은 69개 사업 1391억 원(국비 482억 원, 시비 909억 원) 규모로 결정됐다. 2020년 기본계획 수립 등 12개 선도사업(106억 원)을 시작으로 현재 본사업(2021~25년)이 진행 중이다. 본사업은 크게 홍보·마케팅, 콘텐츠 등 26개 사업인 ‘핵심사업’(828억 원), 스마트 관광 기반 구축 등 20개 사업인 ‘전략사업’(299억 원), 광역권 공동마케팅 등 11개 사업인 ‘연계사업’(158억 원)으로 구분된다. 시는 이를 통해 ‘2030부산엑스포’ 최종 선정을 위한 인지도 상승은 물론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세계 최고 여행지 25곳 포함
국제관광도시 사업의 기본방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이를 위해 시설 건립은 지양하고 예산의 70%를 홍보와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의 경상사업에 붓는다. 지난 3년간 노력으로 인지도 상승 등의 성과는 있다. 세계적인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3년 세계 최고 여행지 25곳’에 부산을 최초로 선정됐다. 국가 대신 도시 단위로 선정된 것은 아시아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일본 대형 여행사 ‘HIS’의 인기 해외 여행지에도 그동안 순위권 밖이던 부산이 4위에 올랐다.
시는 부산만의 색깔을 입힌 관광 브랜드와 슬로건 ‘즐기고,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만들었다. 부산의 유료 관광지 30여 곳과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전용 ‘부산관광패스’도 운영한다.
외국인이 여행하기 좋도록 인프라 구축에도 힘썼다. 관광지 162곳에 공공 와이파이 461대를 설치했으며 외국어가 표기된 관광안내표지판도 16개 구·군에 957개를 설치했다. 을숙도 생태관광사업으로 철새 탐조 전동카트와 공중화장실, 관광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철새를 관측할 수 있는 탐조전망대도 만든다. 시티투어버스 서부산노선(오렌지 라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이다.
■관광객·시민 체감은?
하지만 추진 사업이 선뜻 체감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관광도시 육성 핵심사업인 ‘세븐브릿지 프로젝트’가 꼽힌다. 세븐브릿지는 부산 해안을 잇는 다리 7곳을 랜드마크형 관광상품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시는 세븐브릿지의 주제를 △광안대교-사랑 △부산항대교-미래 △영도대교-시간 △남항대교-미식 △을숙도대교-공존 △신호대교-힐링 △가덕대교-건강 등으로 정하고 교량별 브랜드 이미지(BI)도 만들었다. 더 나아가 부산의 해수욕장 7곳을 포함한 ‘세븐 비치’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도 대부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게다가 광안대교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굳이 찾아갈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구 시민 권 모(32) 씨는 “부산에 이렇게 다리가 많은 줄 몰랐다. 그렇다고 굳이 7개 다리와 7개 해수욕장을 방문할 만한 콘텐츠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광 전문가들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는 실질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영도의 경우 커피를 마시러 가는 사람을 어떻게 체류까지 시킬 것인지 주·야간별로 구체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면서 “‘순천만’ 하면 바로 갈대가 떠오르지만, 부산은 대도시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인지 통일된 관광 주제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관광도시 사업이 관광도시 부산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에 시가 해 오던 사업을 국제관광도시 사업의 틀에 넣어 진행하는 것도 있어 새로운 관광 콘텐츠 발굴·육성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3-03-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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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북구 분리” VS 국힘 “동래구 분할” 치열한 수 싸움[부산 선거구 조정 셈법]
부산 정치권이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두 개의 동래구”를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하나의 북구”를 주장한다. 어느 선거구를,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
선거구 개편 법정시한인 4월 10일을 한 달여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개편 가능성이 낮아지자 지역 정치권에서 기존 소선거구 분할을 놓고 본격적인 여론전이 시작됐다. 부산에서는 선거구 조정의 ‘핵심’으로 부상한 북구·강서구와 동래구의 분할을 놓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
북강서갑 지역구의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하나의 북구’를 주장하며 ‘강서구 분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동래구의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두 개의 동래’를 주장하며 “동래구 분할이 최선”이라는 반응이다.
북강서을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위반(불부합)했다고 지목한 지역구다. 공직선거법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자치구나 시, 군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다만 해당 지역구 인구 범위(인구 비례 2 대 1의 범위)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인접 자치구에서 일부를 분할해 선거구를 구성할 수 있다. 북강서을은 이런 예외를 적용받았으나 강서구의 인구 증가로 ‘지역구 인구 미달’이라는 예외 적용 근거가 사라졌다.
북강서을의 법 위반 상황과 관련, 전 의원은 “하나의 북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구에서 화명동과 금곡동이 떨어져 나가 강서구와 묶여 있기 때문에 북구 전체를 놓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거나 정책적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서구를 독립 선거구로 분구해야 한다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하나의 북구’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서구를 독립 선거구로 만들어도 북구는 다시 ‘갑’ ‘을’ 지역구로 분구돼야 한다. 북구 인구가 27만 8575명이어서 선거구 인구 상한인 27만 1042명을 7000명 이상 초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강서구가 분구되면 민주당이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낙동강 벨트’에 선거구 하나가 늘어난다.
지역구 분할 목소리는 동래구에서도 높다. 동래는 1월 인구가 27만 3177명으로 선거구 상한을 초과했다. 동래가 지역구인 김희곤 의원은 “동래가 두 개 지역구로 분할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동래구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다. 지난해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정당득표율(광역비례)을 보면 동래구 국민의힘 득표율은 부산에서 7위를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 정당득표율은 부산에서 다섯 번째로 낮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북구와 강서구가 3개 지역구로 분할되는 것보다 동래구가 2개 지역구로 분할되는 게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동래와 북강서구가 모두 분구될 가능성은 낮다. 선관위가 부산의 적정 선거구 수를 현재보다 2개 적은 ‘16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남구 갑·을 선거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산 전체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 북강서구나 동래구 가운데 하나가 분구되는 수준에서 협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03-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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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강서구 분리가 예선전이라면 본선은 북구 갑·을 행정동 선 긋기 [부산 선거구 조정 셈법]
부산 선거구 조정과 관련, ‘어디를 나눌지’만큼 ‘어떻게 나눌지’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거구 분할 선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각 정당의 ‘손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래구의 경우 선거구 분할이 비교적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접한 온천동과 사직동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고 나머지 동을 묶으면 인구 하한을 넘기는 선거구 2개가 만들어진다. 동래구의 온천 1~3동과 사직 1~3동의 인구를 합하면 13만 7000여 명이다. 안락동, 명장동, 수민동, 복산동, 명륜동을 묶으면 13만 5000여 명의 선거구가 탄생한다. 온천천을 경계로 두 개의 선거구 인구를 적절히 나눌 수 있는 셈이다.
동래구의 경우 전반적으로 보수정당 우위의 선거 지형을 이뤄 어떻게 나누더라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이던 김희곤 후보는 동래구 행정동 가운데 사직2동에서만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후보에게 뒤졌을 뿐 나머지 모든 동에서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온천동과 사직동을 묶어 선거구를 만들 경우 나머지 행정동과의 유불리를 계산하기 어려운 셈이다.
북구는 사정이 다르다.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북강서갑 지역구의 경우 구포 1~3동, 덕천 1~3동, 만덕 1~3동의 투표 성향이 다르다. 21대 총선 결과를 보면 구포의 경우 미래통합당 박민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백중세였다. 덕천에서는 박민식 후보가, 만덕에서는 전재수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21대 총선 때 북강서갑 지역구에서 전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이는 2000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서구가 분구되고 북구가 다시 갑·을로 나뉠 경우 구포, 덕천, 만덕 1~3동 가운데 하나를 화명·금곡동으로 붙여야 한다. 북구 화명동과 금곡동은 1월 인구가 12만 3603명으로 선거구 하한 미달이기 때문이다.
북구 화명동과 접한 행정동은 덕천 2동이다. 덕천 2동은 과거에도 북강서갑·을 지역구 획정 과정에서 ‘게리맨더링’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지역이다. 덕천 1동은 화명동과 산지로 접해 있고 덕천 3동은 화명동과 떨어져 있다. 덕천 2동이 화명·금곡동과 합쳐질 경우 구포, 덕천, 만덕 지역구는 민주당에 더 유리해진다.
반면 화명·금곡 지역구는 국민의힘에 더 유리해질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화명·금곡동은 미래통합당 김도읍 후보 득표율이 민주당 최지은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분구되는 강서구에서도 현역 의원인 김도읍 의원의 지지세가 높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세도 상당해 ‘바람’이 불 경우 민주당이 당선자를 낼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강서구는 광역비례대표 민주당 득표율이 54.6%에 달했다. 이는 자유한국당(31.8%), 바른미래당(5.9%) 등 보수정당을 모두 합한 수치보다 높았다. 당시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 2위는 기장군으로 51.8%였다. 사상구(51.5%), 북구(51.3%), 사하구(50.9%), 영도구(50.6%) 등도 50%를 넘겼다. 강서구는 ‘국민의힘 바람’이 거셌던 지난해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광역비례 정당득표율이 37.5%로 부산에서는 가장 높았다.
동래와 북구의 분할 여부는 기존 정치인들의 ‘지역구 복귀’와도 관계가 있다. 동래는 국회의원을 지낸 이진복 청와대 정무수석, 북구는 박민식 보훈처장의 복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수석은 동래 분구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구될 경우 지역구 재출마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박 처장 역시 지역구였던 북구가 분구돼 새 선거구가 마련되면 복귀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3-03-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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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아 작품에 취해 빚은 ‘방정아 술’… “그림도 술맛도 예술”
화가의 그림이 알코올 도수 12도의 술이 됐다. 부산 중견 작가 방정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방정아 술’이 나온다. 그것도 부산의 양조장에서.
예술작품과 상업의 ‘아트 콜라보’는 가끔 있는 일이다. 2021년 부산의 커피 브랜드 ‘모모스’는 고 김종식 화백의 그림으로 커피 패키지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샤토 무통 로칠드’는 피카소, 이우환 등 거장의 그림으로 라벨을 만든 ‘아트 와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 그 자체가 새로운 술로 구현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메이드 인 부산 ‘방정아 술’은 더마루 아트컴퍼니(이하 더마루)의 ‘방정아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방 작가는 9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방 작가는 신세계백화점 1층에서 아트 팝업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트 굿즈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고 싶어 하던 방 작가는 흔쾌히 동의했다. 방 작가와 더마루는 독립서점 겸 디자인 스튜디오인 샵메이커즈에 아트 굿즈 제작을 문의했다.
구영경 샵메이커즈 대표는 “방 작가의 그림이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때마침 수영구로 이전한 샵메이커즈를 통해 방 작가와 더마루는 광안리 꿀꺽하우스를 찾아갔다. 양조장과 바를 함께 운영하는 꿀꺽하우스는 지역에서 난 쌀로 술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를 매개로 우리 술을 알리는 청년 기업이다. 이준표 꿀꺽하우스 대표는 라벨용 작품 이미지를 보여 주는 방 작가 측에 향수를 출시하는 것처럼 새 술을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젊은 작가와 라벨 작업 등을 한 경험이 있다. 아트 콜라보는 계속 두드려 보고 싶은 분야였다”며 “작가가 빚은 작품에 우리 술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술을 빚는 작업 방식도 처음이라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방정아 술’의 베이스로 선택한 것은 작품 ‘욕망의 거친 물결’이다. ‘욕망’이라는 키워드는 ‘12도’의 높은 도수로, 물결에서 느껴지는 혼탁함은 막걸리로 옮겼다. 그림 색에서 연상되는 유자와 스피아민트를 넣고, 파도처럼 거친 물결에 착안해 소금도 살짝 더했다.
이 대표는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들로 전체 맛의 흐름을 설계했다”며 “작가 측에서 우리 의견에 자율성을 줘서 아트 콜라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라벨에 방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QR코드도 넣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녹색 와인병에 담긴 막걸리 ‘욕망의 거친 물결’은 우선 100병이 출시된다. 신세계백화점 아트 팝업에서는 전시만 하고, 술은 9일 이후 꿀꺽하우스의 광안리 바에서 맛볼 수 있다. 매장에서 ‘방정아 술’ 1호를 마실 때는 샵메이커즈가 방 작가의 또 다른 그림 ‘포옹’으로 만든 유리잔이 같이 제공된다. ‘욕망의 거친 물결’을 ‘포옹’에 담아 마시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응이 좋으면 ‘방정아 술’ 생산량을 더 늘리고, 다른 작품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부산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물을 때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며 “부산 작가 작품으로 만든 술을 작품이 그려진 잔에 마시면서 부산의 예술가를 아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샵메이커즈는 방 작가와 손잡고 ‘방정아 브랜드’로 다양한 아트 굿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방 작가는 “늘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표현해 왔는데,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지역·대중과 연결될 수 있어서 좋다”며 “미약하지만 이번 아트 콜라보가 자리를 잡아서 동료 작가와 상생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3-03-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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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실사, ‘공항’ 점수 관리가 열쇠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국 결정에 핵심 변수가 될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현지 실사에서 실사단은 다양한 부문 가운데 ‘국제 교통망’을 핵심 평가 지표로 삼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비롯한 교통 분야 대책이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설정한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 부산시가 BIE 실사 전에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로드맵을 반드시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BIE 실사단의 조사 세부 내용 체크리스트(평가표)에 따르면, 각 개최 후보국의 월드엑스포 준비 사항 등을 점검할 BIE 실사단은 모두 14개 주제, 61개 세부 항목에 걸쳐 현지 실사 평가를 진행한다. BIE 실사단은 다음 달 2~7일 서울과 부산을 돌며 유치 역량, 준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실사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171개 전 BIE 회원국에 회람돼 11월 개최국 투표를 위한 주요 자료로 쓰인다.
실사단이 평가하는 주요 항목은 △국제 교통 관계 △방문객 박람회 동선 △개최 도시의 지리적 장점 △박람회 부지와 건축 계획 △재원 조달 방안 △개최국의 정치·경제·사회적 환경 △박람회 주제와 목표 △박람회 개최를 신청한 국가 차원의 이유 △박람회 예상 방문객과 유형 △숙박시설 계획 등 61개 항목이다. 여기에 박람회 전시관 실내·외 참가자 배정 방안, 참가자에게 제공되는 공간, 박람회 관련 이벤트 콘텐츠, 전시 참가자 소요 비용 계산 지표 등 세세한 사항 역시 심사 대상이다.
이 중 주목할 부분은 바로 국제 교통망이다. 특히 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교통망은 다른 평가 항목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전 국가적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더 크다. BIE 실사단은 개최지의 국제 교통 관계, 방문객 이동 동선 등 교통 주제를 다시 5개 항목으로 쪼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은 24시간 운항 대규모 공항 건립 계획, 공항과 개최 지역 간 이동 동선 등 교통체계를 집중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정부와 부산시, 부산 정치권도 국제 교통망 기준 충족을 위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는 모든 사안을 중점 항목으로 여기면서도 공항 등 교통 부문 심사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더욱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지난달 27일 오찬 회동을 열고 가덕신공항 신속 추진과 BIE 실사단 대응 방안을 논의해 조만간 대책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실제 가덕신공항 공법이 육상·매립 병행식으로 사실상 확정되자 부산에서는 2030년 이전 개항을 위한 연도별 로드맵을 확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초대형 공항 건설에 들어갔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에 입국하는 BIE 실사단이 부산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KTX로 부산을 찾게 돼 한국은 ‘교통 리스크’를 안은 채 현지 실사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로드맵 제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아랍에미리트가 신공항 건설을 제시하고 2020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는 등 역대 엑스포 개최국도 유치전에서 국제 교통망을 핵심 준비 사항으로 제시했다. 또 현지 실사 평가는 점수제가 아니라 8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각 항목에 개인의 의견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사단 개별 위원을 설득하고 우호적인 입장을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023-02-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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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 확정한 가덕신공항 지체한 만큼 더 서둘러야
국토교통부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육상과 해상에 걸쳐 매립식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사실상 결정(부산일보 27일 자 1·3면 보도)한 가운데, 신공항 개항을 엑스포 개최 전으로 앞당기는 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공항을 완공하더라도 9개월 시운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어도 2029년 상반기에는 공항이 완공돼야 한다. 공기를 단축시키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 2029년 개항에 ‘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여야 모두 조기 개항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2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전문가그룹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신공항 건설을 육상-해상 병행 매립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공기 단축 때문에 나왔다. 완전 해상공항보다는 매립 양이 적고 공사 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토지 보상 절차를 앞당기는 관련법도 상임위를 통과했다.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은 오는 8월 말 마무리된다. 이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2년이 걸려 2025년 하반기에 완료된다. 그다음 착공에 들어가면 공사기간은 2025년 하반기부터 2029년 상반기까지로 3년 6개월 정도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이 때문에 여러가지 방안 중 ‘설계-시공 동시 발주’(턴키)가 공기를 단축시키는 데 유력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워낙 초대형 공사여서 공사 구간마다 여러 개의 턴키가 발주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는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도입이다.
PM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모든 공정을 꿰뚫어 보고 공정과 공정 간 관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능한 한 모든 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일정을 빽빽하고 정교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에 PM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매립토 확보를 위한 가덕도 절취가 공사기간의 78%를 차지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국수봉(264m)과 남산(189m) 절취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강 동의대 교수는 “가덕도 절취 물량 외에 바다모래 확보도 필요하다”라며 “해수부·환경부와 협의해 남해안 쪽 모래나 낙동강 하구 진우도 쪽 모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덕신공항 건설공단을 설립하는 법률도 상반기에 입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위 간사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은 4월 초 방한한다”며 “2024년 착공, 2029년 개항을 위한 연도별 로드맵을 3월 국토부 발표에 담아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23-02-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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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이 뭐기에… 식품업계, 미래신산업으로 ‘정조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인 지난달에 정상 개최된 지상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세간의 이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장 인근 푸드트럭에 쏠렸다. 최 회장은 지속가능식품을 소개하는 푸드트럭에서 대체유 단백질로 만든 크림치즈와 아이스크림을 시식한 후 “맛있다. 기존 제품이랑 다른 점을 전혀 모르겠다”고 극찬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등 신기술을 뽐내는 CES가 탄소 저감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식품까지 영역을 확대했음을 보여 준다. 특히 ‘푸드테크’ 산업의 비약적 발전 가능성까지 보여 줬다.
■2030년 육류 소비 30% 대체육 전환
최 회장이 시식한 아이스크림은 귀리·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 맛을 낸 비동물성 우유 제품이다. 이같이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는 시장이 성장하는 등 ‘비거노믹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거노믹스는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를 합친 단어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 전반을 이른다.
27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54억 달러에서 2025년 약 7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 역시 연평균 8.3% 성장하며 2025년 2200만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식물성 대체육 세계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7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대체육 시장의 고성장 덕분에 전체 육류 소비 중 대체육 비중도 2025년 10%에서 2030년 28%로 늘어날 전망이다. 푸드테크는 단순히 건강과 친환경 소비에 그치지 않고 식량안보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어업, 축산업 지역이 2100년까지 30% 넘게 감소하고, 21세기 말까지 수산자원도 최대 15.5% 줄어들 전망이다.
동물 사육 없이 육류 제품을 얻는 ‘배양육’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양육은 온실가스 배출, 물 소비량 등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런 잠재력을 바탕으로 배양육은 2040년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부산서 ‘비건’ 박람회 개최
대체식품을 비롯한 친환경 푸드테크 분야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 분야에서는 더플랜잇, 배양육 분야에서는 고깃결과 마블링이 구현된 덩어리육 대량생산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티센바이오팜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풀무원은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냉동식품 ‘식물성 지구식단 솥솥 주먹밥’을 출시하는 등 지속가능식단 전문 브랜드로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풀무원은 여기에 배양육 개발기업인 심플플래닛과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롯데리아는 콩 단백질을 활용한 100% 식물성 패티 구성의 ‘리아 미라클버거Ⅱ’를 리뉴얼 출시했다.
부산에서도 비거노믹스와 푸드테크에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월 부산시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푸드테크를 언급했다. 해양·수산 분야의 핵심도시인 부산에서 푸드테크 산업 고도화는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11월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비건라이프페어’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식물 기반 식음료뿐만 아니라 패션·뷰티·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가 소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부산에서 관련 산업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02-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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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덕신공항, ‘섬 걸쳐 완전 매립’ 확정
가덕신공항 건설공법과 공사기간 단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매립식 건설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2030년 엑스포 개최 전 개항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완전한 해상공항으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가덕도에 걸쳐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토부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방한하는 4월 이전에 가덕신공항 건설공법과 엑스포 전 개항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일은 3월 중순 쯤으로 예상된다.
먼저 건설공법은 매립식이 확정적이다. 부산시에서 부유식과 하이브리드 방식 등 활주로를 바다 위에 띄우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 내에선 전 세계적으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공법인데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부유식 공법은 처음 하는 것이어서 시공상 방법과 성능, 자재의 품질과 치수, 완공 후 기술적 관리 등 사양을 완성하는 데 많은 기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건설공법은 사실상 매립식으로 정해졌다. 관건은 매립식으로 하되 얼마나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느냐다. 국토부와 전문가들은 가덕도에 걸쳐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순수 해상공항을 가덕신공항의 최적 방안으로 발표한 바 있다.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하는 방안은 예전에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가덕수도와 부등 침하 우려 등 두가지 장애가 있었다. 가덕수도는 부산신항 컨테이너선박이 통행하는 해상로인데 2만 4000TEU급 초대형컨선의 경우 마스트가 높아 항공기가 착륙할 때 장애물제한표면(고도제한)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초대형컨선은 한 달에 불과 2.4회 운행해 회피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초대형컨선은 이동식장애물이어서 장애물제한표면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육상과 해안에 걸쳐 건설하는 방식은 가덕수도와 부등 침하 때문에 100% 완전한 방식은 아닐지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사항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부등 침하는 활주로 건설 후 육상과 해상에서 불규칙하게 침하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거가대교 침매터널 등 부등 침하가 우려된 국내 건설공사가 많았지만 아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에 부등 침하는 국내 건설기술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가덕도에 걸쳐 공항을 건설하면 성토량이 줄어 공기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도 ‘엑스포 전 개항’이라는 공기를 맞출 수 있느냐에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매립토사 조달 방법, 성토량 재분석, 호안공사 단축 등 공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엑스포 개최 전에 가덕신공항을 개항할 수 있도록 현재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23-02-26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