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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전 공공기관 지역은행 예치율 높일 제도적 방안 강구해야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지역 내 자금까지 고갈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자금난으로 인해 지역은행이 대출해 줄 돈이 모자라 서울에서 돈을 빌려와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역 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이 같은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은행 자금 예치 외면이 그것이다. 이들 공공기관으로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시중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역사회 기여를 통해 균형발전에 앞장서야 할 의무를 외면한 행태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부산경실련이 13일 발표한 ‘부산지역 공공기관 지역은행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이전 공공기관 9곳의 총 예치금 7조 720억 원 중 지역은행 예치는 1조 546억 원(14.9%)에 불과했다. 이들 기관의 지역은행 예치 비율은 3년 연속 15%에도 못 미쳤다. 반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들은 지역은행 예치율이 62.3%에 달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은행 이용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시중은행에 유리한 금고 선정 배점 구조가 꼽힌다. 공공기관이 뭉칫돈을 맡기는 금고 선정 때마다 최고 금리 제시 은행을 택하는 탓에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들어 금리 경쟁에서 열세인 지역은행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의 미미한 지역은행 예치율은 지역의 실질 GRDP(지역내총생산) 증가 측면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관의 시중은행 예치 선호는 뭉칫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게 함으로써 지역기업 대출을 통한 지역 경제 순환에 지장을 초래한다. 지역은행인 부산은행이 부산에서 대출을 위해 조달하는 예수금 비율이 70%가 안 돼 서울까지 자금 조달 원정을 다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이 겉으로 사회공헌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에 앞장서고 있다는 구호를 아무리 요란하게 외쳐도 지역민들이 이들 기관의 지역 착근을 체감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것은 이 같은 현실 때문일 수도 있다. 공공기관 이전 목적에 부합하는 지역 착근이 해당 기관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면 결국 제도적 틀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부산경실련이 혁신도시법과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발전 기여 조항에 지역은행 예치 실적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선 이유다. 나아가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항목에 지역은행 거래 가점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는 공공기관들이 뭉칫돈을 넣어두는 금고의 선정 기준을 최고 금리 뿐만이 아니라 지역 재투자 평가까지 병행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이 지역 경제를 외면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 확산, 사회적 공론화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폐지 반대 여론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해 법조계, 여성 단체들까지 13일 여권 주도의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수사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사법적 통제 장치’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자칫 묻힐 뻔했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면서 여권은 물론 진보 성향 시민단체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13일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을 규탄하고 “피해자, 유가족, 국민의 편에 서서 싸울 것”이라며 총력 대응을 결의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은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라며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은 여권의 보완수사권 폐지 움직임을 ‘범죄자 보호법’이자 ‘범죄피해자 방치법’으로 규정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험성을 알렸다. 2022년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당초 ‘묻지마 폭행’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더라면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다는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 개혁’의 당위성 아래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당내 반대 의견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홍기원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에서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남희·김동아, 진보당 손솔 의원도 13일 여성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은 피해자 권리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신중한 논의를 촉구했다. 여당이 당내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하고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집권 공당의 책무를 저버리는 처사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은 “헌법이 규정한 수사 주체로서 검사가 가진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사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려면 개헌으로 영장 신청권을 ‘검사’ 대신 ‘수사기관’으로 수정하거나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위헌적 소지가 있고, 사법 정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 여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가 개혁 선명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선 안 된다.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범죄를 규명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국민 법익 보호란 본질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사설] ESG 경영의 진정한 가치 보여준 한성기업 향한 '돈쭐'
‘크래미 브랜드’로 잘 알려진 부산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이 최근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돈쭐’과 ‘응원 투자’ 덕분에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미담이 전해졌다. 이 기업은 경기둔화로 매출이 줄고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상태에서 미·이란 전쟁 여파로 원재료 가격 급등,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며 고전해 왔다. 주가도 약세를 이어왔다. 문제는 이달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 강화로 상장폐지 위기로까지 내몰렸다는 점이다. 그런데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 드라마가 한성기업이 지켜온 브랜드 가치와 사회에 공헌해 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짐이 일어난 것은 일주일 전쯤이다. 갑자기 이 기업 온라인몰 주문량이 평소보다 수십 배 급증했고 배송 지연도 빚어졌다. 주가도 일주일 새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알고 보니 온라인에서 ‘국민 브랜드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한성기업이 지난 25년간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에 소비자와 개미 투자자들이 적극 호응했다. 크래미 제품이 일약 ‘국민 브랜드’로 지목되면서 한성기업 제품을 사자는 ‘가치 소비’ 움직임이 벌어졌고, 뒤이어 기업을 위기에서 살리자는 투자 행렬로 이어졌다. 한성기업도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감사 인사로 화답했다. 한 기업이 25년간 매년 유엔 참전 용사와 가족 등 1000여 명을 초대해 음악회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 오너는 물론 임직원들 사이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기업도 같이 성장하고 커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데 지속 가능한 어업에 동참하기 위해 따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국제 인증을 받겠다는 인식 전환도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한성기업 사례는 기업이 쌓아 올린 사회적 신뢰와 ESG 경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에도 지역과 공존하고 시대 가치에 부합하는 활동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번 기회에 지역 기업들, 특히 향토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그동안 많은 지역 기업이 환경 등에 대한 규제 대응이나 사회적 책임을 당장 지불해야 할 비용으로만 여겼다. 원가를 줄이고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ESG 경영 요구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 앞에 주저하고 있었다. 변화를 위기로만 본 것이다. 그 사이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여 시대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대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원하는지, 다시 점검할 기회다.
다찌형 통영 관광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엔 먹거리가 넘쳐난다. 봄철 도다리쑥국을 시작으로 장어와 굴, 졸복, 물메기 등 남해에서 나는 싱싱한 계절 해산물을 재료로 한 향토음식들이 연중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 우짜면 등 이색적인 먹거리들도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메뉴로 유명하다.하지만 애주가들은 통영의 독특한 식문화 가운데 다찌를 으뜸으로 꼽는다. 다찌 전문 식당에서는 안주를 따로 고르지 않아도 된다. 제철 회와 해산물, 생선으로 만든 구이·찜·탕 등의 안주가 계속 상에 올라온다. 과거 뱃사람들이 술을 주문하면 별도로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인심 좋은 주인이 알아서 차려주던 데서 유래된 게 다찌 문화라고 한다. 요즘엔 다찌의 푸짐한 상차림이 되레 부담스러운 손님을 위해 가격대를 낮추고 음식 가짓수를 줄인 반다찌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찌라는 이름은 일본 선술집 문화인 ‘다치노미’에서 전래됐다는 설과 ‘무엇이든 다 있지’라는 말에서 음을 따왔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다찌 전문 식당은 통영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그런데 통영시가 미륵도 관광특구를 다찌를 콘셉트로 한 체류형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채로운 음식을 내놓는 다찌처럼 관광객들이 미륵도의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쉼 없이 즐기도록 하겠다는 게 다찌형 관광지 조성 전략의 핵심이다. 시는 최근 경상남도 주관 2027년 노후관광지 재생사업 대상지 공모에 이런 계획안을 제출해 선정됐다. 시는 2028년까지 2년간 20억 원을 투입해 미륵도 일대를 글로벌 수준의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통상 관광객들이 꼽는 통영 관광 1번지는 강구안이라고 불리는 통영항과 인근에 자리한 조선 시대 충청·전라·경상도 삼도 수군 본진인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영 동쪽 편에 자리한 벽화마을 동피랑, 서쪽의 서피랑 등이다. 미륵도는 산양일주도로 중턱에 자리한 일몰 명소인 달아공원,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 등의 명소를 대거 갖추고도 단순 경유형 관광지로 치부됐다. 시는 미륵도만의 매력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개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명소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음식 문화인 다찌의 특징을 차용한 색다른 관광 전략이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천영철 논설위원 cyc@
논설주간/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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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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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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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칼럼] 신문 읽어주는 울산시장 김상욱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과 함께 자치단체장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소멸과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지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는 것이다. 겉치레 취임식은 생략하고 ‘민생 100일 비상조치’에 들어가는가 하면 로봇이 등장해 취임 선언문을 전달하는 장면도 연출한다. 취임식 후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고,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며 시민과 소통의 문도 열었다. 민선 9기,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이가 김상욱 울산시장이다. 취임 전부터 파격적 인수위원회 구성과 회의 생중계로 화제를 모았던 그다. 인수위의 모든 회의를 생중계하고 주요 내용은 숏폼 영상으로 제작해 자신의 SNS에 올렸다. 게시물에는 “잘한다” “응원한다” “앞으로 기대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X)에 인수위 생중계를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 게시물을 공유하며 “요즘 김상욱 당선자의 공개회의 볼만합니다”라고 격려했다. 울산 트램 사업 중단 여부를 놓고 인수위에서 벌어진 김 당선인과 공무원 간 설전 영상은 16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해 담당 과장이 “사업이 무산되면 확보한 국비 420억 원 등 2228억 원을 반납해야 하고, 이미 계약을 마친 상대와 분쟁도 예상된다”라고 답변하자 김 당선인이 “협박으로 들린다”라고 맞받는 영상이다. ‘울산의 참교육’이라고 회자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해당 영상에 “뇌물 받아먹고 계약 다 해놨는데 토해내야 하니까 당선인을 협박한다”와 같은 과도한 비난 댓글도 달렸다. 김 당선인도 인신공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 공개에 대한 의지는 꺾지 않았다. 취임과 함께 ‘시민 주권’을 선언하고 소통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상욱 TV’를 통해 ‘신문 읽어주는 시장’이라는 콘셉트로 매일 아침 라이브 방송으로 시민을 만난다. 주요 뉴스를 공유하고 울산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식이다. 어느덧 구독자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김 시장이 14~15일 서울 출장으로 기후에너지부와 삼성, 현대차, SK 등 기업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라는 사실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알 수 있다. 김 시장이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시의회와 기초자치단체, 지역 기득권에 포위됐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시민의 힘을 등에 업고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임 김두겸 시장의 치적 쌓기용 대규모 사업을 중단하고 대중교통과 의료 등 시민 삶의 실질적 개선을 도모하려면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정치 원칙인 대의(大義)와 공심(公心)을 지키면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40대 젊은 시장’의 공격적 행보가 정치 쇼로 끝날지, 지역 혁신으로 빛날지는 그가 어떻게 지역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복잡하게 얽힌 시정 현안들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트램 사업을 되돌리기에는 법적 장벽이 엄연히 존재하고 시내버스공영제에도 막대한 재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추락하는 울산 경제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느냐가 그의 앞에 놓인 근본적 과제다. 한때 산업수도를 자부하던 울산도 자본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규모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는 있지만 본사와 함께 자본과 R&D 인력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없다. 부산·경남과 갈라선 후 부자 동네를 자부하며 선을 그었지만, 그도 옛날이야기다. 청년들이 떠나고 지역 소멸의 벼랑 끝에 놓인 건 부산·경남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민 주권’이 정치적 레토릭일 수는 있지만 울산의 미래 비전일 수는 없다. 다행한 것은 김 시장이 AI 시대 산업 대전환을 위해서는 부울경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진취적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 제조업 AX(AI 전환)와 피지컬 AI 혁신이 부울경의 제조업 기반으로 가능하다는 강한 신념도 밝힌다. 이를 위해 산학연과 지역 네트워킹에 앞장서고 부울경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도 젊은 리더십에 거는 기대다. 망국적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울경이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자명한 일이기에 더 그렇다. 김 시장은 취임 후 지난 2일 부산시청을 방문해 전재수 부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울산과 부산이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울산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에서 부산 기장군 해안을 달리는 해안 마라톤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부울경이 함께 뛰는 그날을 위해 김상욱 시장의 젊은 패기와 통합의 리더십이 꽃피길 응원한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송성수의 과기세] 지역과학기술혁신법과 부산
오늘날 과학기술은 권위 있는 지식 체계의 일종이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원천으로서 인간의 삶과 사회의 변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정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모든 정책에 과학기술이 스며드는 경향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은 1967년에 과학기술진흥법이 제정되고 과학기술처(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정책은 2001년에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5개년 단위로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기본법의 제7조는 과학기술기본계획이 다루어야 할 주제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지방과학기술의 진흥’도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조례 제정 BISTEP 설립 하지만 시 연구비 서울 11.8% 예산 늘리고 사업 실효성 높여야 주목할 만한 지표로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09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R-COSTII)를 들 수 있다. 부산광역시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2021년 9위, 2022년 7위, 2023년 9위, 2024년 9위, 2025년 8위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1위 경기, 2위 서울, 3위 대전은 거의 고정되어 있으며, 4위 이하는 1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평점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지역주도 과학기술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지역과학기술혁신법)’을 마련했다. 이 법은 올해 5월 19일에 제정되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역과학기술혁신법 제6조는 지역과학기술혁신계획을, 제9조는 지역과학기술 중장기 투자혁신전략을 5년 단위로 수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제10조는 지역의 과학기술자문회의에 관한 사항을, 제11조는 지역별 과학기술 전담기관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부산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에는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조례가 제정되면서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위원회가 설치되는 가운데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이 설립되었다. 2017년에는 제1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2022년에는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이 수립되었고, 2023년에는 제1차 부산 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이 마련되었다. 외향적인 측면에서는 부산의 과학기술정책 시스템이 전국적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과학기술진흥위원회는 초창기를 제외하면 매년 1~2회 개최되는 것에 머물러 있고, 위원장인 부산광역시장의 발걸음도 거의 없다. BISTEP의 명칭이 2018년 부산산업과학혁신원, 2024년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으로 바뀌는 등 과학기술 전담기관의 기능과 역할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부산의 과학기술정책이 형식적 제도화를 넘어 실질적 성과를 축적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2024년을 기준으로 부산은 국비 전체의 4.2%인 1조 1100억 원을 유치했다. 서울, 경기, 대전, 경남에 이어 전국 5위이다. 부산의 국비 유치액에서 정부부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양수산부 30.1%, 산업통상자원부 2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8.8% 등으로 조사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서 부처별 비중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3.7%, 산업통상자원부 18.2%, 해양수산부 2.8% 등으로 집계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산시가 직접 투자하는 연구개발예산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부산시는 국비 매칭으로 687억 7700만 원, 자체 연구개발비로 167억 1400만 원을 포함하여 854억 9100만 원을 투자했다. 그중에서 자체 연구개발비는 전국 8위를 기록했는데, 1위인 서울은 1413억 7400만 원을 기록했다. 부산의 인구는 서울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부산의 자체 연구개발비는 서울의 11.8%에 불과한 셈이다. 이와 같은 간단한 통계만 보더라도 부산의 과학기술정책이 안고 있는 숙제는 분명해진다. 부산시의 자체 연구개발비가 큰 폭으로 증가해야 하고 해양수산부 이외의 다른 부처로부터 연구개발 예산을 더 많아 유치해야 하는 것이다. BISTEP과 같은 과학기술 전담기관은 단순히 연구개발 과제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다. 부산시의 과학기술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면서 더욱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기획하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다. 그런 과정에서 부산시가 주관하는 과학기술 사업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고, 부산이 주도적으로 중앙정부의 역(逆)매칭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연구개발에 관한 포괄보조금이 자리를 잡으면 과학기술 전담기관의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과학기술로 다시 뛰는 부산을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지역건설에 안부를 묻는다
“요즘 지역 건설업계 어떻습니까? 많이 어렵지요.” 최근 건설·부동산을 담당하는 경제부 기자를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질문이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계획 인가를 받아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 단계로 들어선 지역 중견 건설업체 경영진은 “지역의 상당수 건설사들이 저희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할 그 당시만큼 힘들다. 그만큼 어렵다”고 답을 대신했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주택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면서 지역 주택 건설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부산에 쌓인 미분양 주택이 8000세대를 넘어섰고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000세대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 산 집값이 3배, 5배, 10배로 뛰는 일이 서울에선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부산에서는 10년 전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를 않는다. 그러니 미분양은 더 쌓이고 주택 시장 불균형은 매달, 매년 더 심화된다. 이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곳이 지역 건설사다. 지역 건설 경기 침체에 더해 금리 부담, 정부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지역업체의 유동성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5년여간 30%P(포인트) 이상 치솟았는데, 그만한 공사비 보정을 해주질 않으니 본업인 건설에 손을 대기도 겁이 난다. 실제 지역 건설사들은 공사 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3년간 부산지역 종합건설업체 기성액을 살펴보면, 2023년 6조 2166억 원이던 것이 2024년에는 5조 62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45%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4조 9256억 원으로 여기서 또 12.5%가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부산 종합건설업체 중 자진 폐업한 건설사 수는 2년 전에 비해 1.5배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폐업한 업체 수가 2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곳) 대비 40%가 또 증가했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지역 건설사 몇 곳 더 사라진다고 호들갑 떨 일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설업은 해당 분야에만 영향을 주는 산업이 아니다. 투자 대비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970으로 서비스업 1.697보다 훨씬 높고, 제조업 1.945보다도 높다. 특히 부산 지역 건설업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로 건설 부문의 생산활동이 지역 내 전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 건설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괜한 너스레가 아닌 것이다. 지역의 많은 경제 주체들이 건설사 안부부터 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은행도 “뭘 해줄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지역은행이 할 수 있는 일도 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건설사들이 그나마 기댈 곳이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공사다. 업계에서는 이 ‘보릿고개’를 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가덕신공항이나 서부산행정복합타운,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 북항 재개발과 같은 대형 공공 공사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동전쟁 발발 후 급등한 공사비를 보정해주지 않아 지역의 참여 업체들이 각각 수십억 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술형 입찰의 경우 입찰공고일로부터 실제 계약까지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사이 급격한 물가 상승분을 총사업비에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인프라의 안정적 완공을 위해서라도 공사비 현실화는 필수 조건이다. 공공 공사에서 지역업체 참여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현재 부산 지역 100억 원 이상 공공 공사에서 지역업체 참여 비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공공기관 발주 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등의 적용을 받기 때문인데, 정부 발주 공사 88억 원, 국가기관의 경우 265억 원 이상 공사는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공공 공사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사례를 참고해, 지역의무공동도급과 지역제한경쟁입찰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도급으로 참여하는 지역건설업체에는 일정 비율 이상 직접 시공을 의무화해 현장에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될 때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벌어진 격차를 좁히는 일은 시혜가 아닌 정의의 문제다.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트북 단상] 서울-부산 로펌 양극화 심화… 해사법원이 마지막 기회될까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직종 매출(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은 10조 3749억 원으로, 2022년 8조 원 고지를 넘은 지 3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는 8.1% 늘었고, 2015년(4조 6373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부동의 1위 김앤장(1조 6000억 원대)을 제외하고 2~5위 로펌인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이른바 ‘태·세·광·율’은 지난해 연 매출이 모두 동시에 4000억 원대로 진입했다. 이처럼 서울 대형 로펌은 ‘돈 잔치’를 벌이지만, 부산은 조용하다. 부산 로펌들은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한때 연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고 알려진 부산의 한 대형 로펌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떠돌 뿐이다. 실제로 최근 만난 변호사들 대부분은 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숫자가 없다고 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산지법의 1심 민사소송 접수 건수는 최근 10년간 약 20% 줄었다. 반면 부산 변호사 수는 2015년 648명에서 지난해 1219명으로 10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사건은 줄고 변호사는 늘었으니, 변호사 한 명이 나누어 가지는 사건의 몫은 그만큼 얇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법조계는 소위 ‘돈이 되는 사건’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추세다. 기업 인수합병, 대규모 국제중재, 가상자산처럼 자문료가 큰 사건은 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에 몰린다.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상장사 중 매출 10조 원을 넘는 곳은 최근 HMM 본사 이전이 확정되기 전까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4년 기준 매출 부산 1위 기업인 BNK부산은행(매출 4조 4707억 원)조차 전국 순위 119위에 그쳤다. 매출이 줄면서 2023년(111위)보다 8계단 하락해, 전국 100대 기업 진입에는 끝내 실패했다. 대기업이 없으니 기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그 분쟁을 대리할 로펌의 성장 동력도 원천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여기에 지역 로펌의 안일함도 짚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인맥으로 사건을 수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변호사를 찾는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이미 네트워크 로펌이나 수도권 대형 로펌이 인터넷 광고를 물량전으로 장악한 상태인데, 지역은 이에 대한 대비가 안일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8년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개원이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개원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8위권 대형 로펌인 ‘지평’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최근 벡스코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전면에 내건 세미나를 열고, 부산경영자총협회·인제대 RISE사업단과 손잡고 부울경센터까지 출범시켰다. 부산변호사회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만 두 차례 해사 관련 특강을 마련하며 실무 역량을 다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해상사고, 선박금융, 국제상사 분쟁처럼 자문료가 큰 사건들에 대해 수도권 대형 로펌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점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해마다 벌어지는 서울과 부산 로펌 간의 격차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준비를 마친 쪽이 먼저 웃을 것이다. 그래서 해사법원 개원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서울 대형 로펌에 안방까지 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산 법조계가 다시 일어설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앙로365] 부산의 과학기술 혁신, 누가 설계할 것인가
7월 1일,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정이 공식 출범했다. 새 시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해양수도 부산’과 ‘인공지능(AI) 대전환 선도 도시’를 시정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반갑고 고무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는 비전과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부산의 과학기술 미래는 지금 누가, 어떤 구조로 설계하고 있는가. 올해 4월 국회는 숙원이었던 ‘지역 주도 과학기술 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이 법은 시도지사가 5년 단위 과학기술 혁신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지역이 직접 R&D 사업을 기획·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민선 9기 부산시는 이 제도적 기반 위에서 임기를 시작한다. 출발 조건은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지역의 혁신 역량까지 함께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법은 출발선일 뿐, 실제 성패는 이를 설계하고 실행할 역량에 달려 있다. 부산의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정부의 지역 과학기술 혁신 역량 평가를 보면 R&D 투자액, 연구 인력, 대학 경쟁력 등 주요 지표에서 부산은 수도권과 대전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연구개발 투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국 국가 연구개발 예산 중 부산의 몫은 고작 4.2%에 불과하다. 그나마 해양수산부 R&D 예산의 44.6%를 부산이 유치하며 해양 분야에서만큼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도시로서 당연한 결과지만, 동시에 해양을 제외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부산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산의 과학기술 기반이 취약한 이유는 단순히 연구개발 자원의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를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조정할 정책 추진 체계마저 불안정했다는 점이다. 부산의 과학기술 전담 싱크탱크인 BISTEP(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통합·구조조정 논란에 흔들리며 일관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시정의 잦은 개입과 구조적 불안정이 되풀이되는 사이 전문 인력은 떠났고, 도시의 과학기술을 설계할 두뇌가 싹을 틔우기도 전에 뿌리째 흔들린 결과다. 과학기술 행정 체계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 기획은 이쪽, 균형발전은 저쪽, 산학협력은 또 다른 부서가 맡는 식으로 여러 실·국에 나뉘어 각자의 논리로 움직여 왔다. 결국 그동안 부산의 과학기술 혁신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했던 것이다. 전략은 분산되고 책임은 흐려졌으며, 장기적인 혁신 역량도 축적되지 못했다. 세계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기술 전략을 기획하도록 장기 재정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은 런던 중심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일본 역시 지자체를 단순한 정책 집행자가 아니라 혁신 정책의 공동 설계자로 격상시켰다.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면 혁신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이 설계하고 지방이 따르는 하향식 구조로는 더 이상 도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민선 9기 새 시정이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대전시는 이미 정무경제과학부시장 직제를 도입해 과학기술과 산업, 경제 행정을 하나의 라인에서 총괄하고 있다. 부산에도 미래혁신부시장 직제가 있지만, 과학기술 혁신까지 총괄하는 라인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해양수도와 AI 대전환을 지향하는 부산이 대전의 모델을 참고할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정한 해양수도의 완성은 항만과 물류의 확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양 환경, 해양 에너지, 해양 모빌리티는 물론 AI 기반 해양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세계가 인정하는 해양 중심 도시가 될 수 있다. 해양과 과학기술, 산업과 균형 발전으로 흩어진 행정 체계를 한 지붕 아래로 모아야 한다. 동시에 부산의 여러 대학에 축적된 공학, 해양과학, 정보기술 분야의 연구 역량과 인재들이 중앙 공모 사업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부산 혁신의 실질적 파트너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정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2027년 새 법률이 본격 시행되기 전, 부산시는 그에 걸맞은 지역 과학기술 혁신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러나 법은 이미 마련되었어도 부산의 준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기존 계획과의 위계 정리도, 혁신 계획이 담아야 할 범위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 주체와 실행 구조를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새 시장의 임기가 시작된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민선 9기 부산의 과학기술 혁신이, 그 설계에서 첫 단추를 꿰기를 기대한다.
[편집국에서] 버티는 장동혁에 속수무책… '웰빙 본색’ 국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자신이 ‘혼신을 다해’ 이룬 선전으로 포장하는 건 염치 없는 짓이다. 4년 전 12석이던 당의 광역단체장 의석은 이번에 4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장 대표가 선거 전 스스로 승부처로 꼽은 두 곳 중 부산시장은 졌고, 서울시장은 반(反)장동혁을 표방한 후보가 승리했다. 이것만 해도 장 대표는 별로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번 선거 민심은 장 대표를 ‘정밀 타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운동 기간 장 대표가 가장 열심히 지원 사격을 했던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전패했고, 무소속 한동훈 후보 떨어뜨리기에 당력을 쏟아부은 부산 북갑에서는 한 후보가 보란 듯이 승리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성권(부산 사하갑) 의원의 지방선거 ‘성적표’를 거론했지만, 정작 이 지역은 국민의힘이 광역·기초의원을 석권한 반면 장 대표야말로 지역구에서 12년 동안 당 소속이던 서천군수는 물론 도의원 2석까지 민주당에 모두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장 대표를 멀리한 후보는 살아남았고, 장 대표가 지원한 후보는 낙선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권파가 과거 선거를 ‘선택적 비교’해 성과를 부풀리는 것도 궁색하다. 이번 선거는 보수 대통령 탄핵 후 1년여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2018년과 유사한 환경이었지만, 당시에는 투표 하루 전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변수가 있었고, 이번에는 오히려 ‘공소 취소 특검’이라는 야당의 호재가 등장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1년 동안만이라도 반성과 쇄신으로 내부 정비를 했다면 선거 환경은 여야가 대등했거나, 오히려 야당이 우세했을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자초해놓고 그보다 조금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아무리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유구무언이어야 할 것 같은 장 대표는 스스로 책임지기는커녕 ‘징계 정치’를 재가동해 반대파에게 책임을 씌우려 한다. 상식을 완력으로 뒤집으려는 꼴이다. 그런데 이 또한 명분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꼴이다. 무소속 후보를 찾아가 치킨 회동을 한 의원들을 징계한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 때 당 소속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무리하게 교체하려다 선거판을 꼬이게 만든 구주류 의원들은 어떤 징계를 받았나. 치킨 회동이 아니라 대놓고 무소속 후보 지원 연설을 한 당권파 인사는 어쩔 건가. 이 또한 ‘선택적 징계’로 돌파할 건지 묻고 싶다. 오히려 장 대표가 나홀로 매달리는 ‘전국 재선거’ 주장이야말로 해당 행위라고 할 만하다. 당권파와 가까운 구주류 의원들조차 전국 재선거와 거리를 두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침묵하지만, ‘투표 용지 부족’과 무관한 압도적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재선거 강요는 더 큰 공정성 훼손을 부를 수 밖에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전면 재선거는 안 했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 2030의 분노를 정치권이 끌어안는 방법은 공감하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지, 책임지지도 못할 주장으로 그들을 현혹하는 게 아니다. 그게 취약한 입지를 지키겠다는 얕은 셈법이라면 공당의 신뢰도만 좀먹는 중대한 해당 행위다. 장 대표는 정치 문화의 저급화에도 책임이 크다. 공식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을 ‘이재명’으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재명아’ 팻말을 꺼내든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장 대표를 비판하는 어떤 의원들도 반말로 조롱하는 ‘저렴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국가 원수에 대한 막가는 조롱이 진영 간 적대감만 북돋을 뿐 어떤 정치적 효용이 있겠나. 장 대표를 떠받드는 광장의 소수만 열광할 뿐, 상식 있는 다수는 그 품격 없음에 탄식이 절로 날 뿐이다. 장 대표의 비상식적 독주로 인한 가장 큰 해악은 제1 야당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여권 외에는 대다수가 반대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민주당이 마구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야당의 비판이 전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파묘’(과거사 캐기) 논란까지 부른 이전투구 당권 경쟁, 투기장이 된 주식 시장, 다시 급등하는 부동산 등 여당의 악재가 수두룩하지만 당 지지율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빠지는 추세다. 국정의 균형을 위해 존재감 있는 야당이 얼마나 필요한지 장 대표의 국민의힘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당이 벼랑 끝으로 걸어가는 형국이지만 당사자인 장 대표는 “사퇴는 없다”를 고수하고, 당내에는 “대표가 버티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넋두리만 가득하다. ‘웰빙 정당’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일부 의원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당은 가망이 없다’고 확신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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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문제에 앞장선 동원개발, 부산시장 표창
아이오니아에너지, 가상발전소로 '제2 도약'
해운대구 헌혈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가르칠 교수·장비 없는데 정원만 늘리면 뭐 하나”
커져만 가는 ‘김건희 리스크’
“적자 보느니 세워 두는 게 낫다”… 결국 전면 휴업 선언한 택시회사
“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박형준 시장 ‘용인술’ 주목
MZ세대 ‘탈부산’ 월 33만 원 때문에…
손실보전금 미끼 보이스피싱 기승… 소상공인 두 번 운다
부산항 부두 내 쌓인 화물처리에 분주… 항만 기능 빠른 회복세
'기적'서 연기 가능성 다진 임윤아 “다채로운 변신 응원해 주세요”
[BIFF] “‘오징어 게임’ 흥행은 봉준호 감독 ‘1인치 장벽’ 무너진 순간”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이 꼴로 50일… 시민 안전 팽개친 시민공원
신고받고 갔더니 차량서 여성 시신 발견…피의자 남성은 파주서 사망
조국 '리센느가 일베라고 한 적 없어…리센느 야호!'
부산 공공기여 협상 손보는 전재수 시장
'스타벅스' 대신 '부산 함 놀러 온나'…'배재고 사태'로 재조명된 고교야구 응원 문화
부산대병원, 종합병원 없는 강서구에 제2 분원 추진
경남도 양산선 운영면허 발급… 12월 개통 탄력
정이한 자작극 CCTV 공모 정황 파장…가족 기업 조직적 개입 논란
대학 연계 ‘고교생 전략산업 인재 육성’ 판 커진다
檢 위법 수사 뒤집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도 “보완수사권 필요”
영화의전당 지하차도 공사 재개…APEC나루공원에 우회로 내기로
경남형 숙련 인력 지키기 ‘버팀이음 프로젝트’
신의 손·포클랜드 전쟁… 악연 안고 맞붙는다
고교 축구 최강자 가린다…제63회 청룡기 고교축구대회 16일 ‘킥오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대만과 첫 경기
명불허전 레이예스·감 찾은 원투펀치 '후반기를 기대하라’
‘오늘은 내가 피구왕!’, 부산서 전국 여중고생 피구 한 판
제62회 청룡기 고교축구대회 16일 ‘킥오프’
백현식 부산시축구협회장, 정몽규 회장 공개 지지
최홍만, 뇌수술로 거인병은 고쳤지만 '파이터'로서는 내리막길
한국 골프의 날…유해란·김주형 나란히 우승
이이무라·블레인…낙동강 라이벌 가을야구 이끈다
부산시체육회 전국체육대회 출정식
2030 월드컵 64개국 참여하나? FIFA “검토해보겠다”
지연수, 레이싱 모델 은퇴 전 리즈시절 공개
류승완 감독 ‘휴민트’ 여성 관객들 혹평 이유는
남다른 우정 돋보이는 남자 연예인 4인방…승리-최종훈-정준영-로이킴
권다미 열애설 김민준, 안현모와 결별 이유는?
배명호 결혼, 오는 11월 9일 미모의 일반인 여자친구와
'다큐인사이트' 모던코리아 <왕조>…슬프지만 찬란했던 해태 타이거즈 19년의 기록
방탄소년단 뷔, 반려견 탄 '귀염 뽀짝' 일상 사진 공개
이상미 결혼, 최욱 소환된 이유는? '최욱이 호감보이면 다 결혼한다'
'본격연예 한밤' 소지섭-조은정, 첫 만남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 장면 되짚어
AI 앵커·PD·MC까지… 방송 제작 현장 장악한 AI
'악플의 밤' 설리 소식 모른 채 녹화 진행…촬영 이후 사망 비보 전해들어
김미진 아나운서, 한석준과 이혼 왜 했나? '연애와 결혼은 달라'
장동혁과 거리 두는 부산 의원들…당대표 방문에도 대거 불참
張은 버티지만, 국힘 PK 지지율은 못 버텼다
[속보] 이 대통령 '반도체 대규모 추가세수, 미래대응 재원으로 활용'
병적증명서 공개 안 하는 안규백…국힘 “탄핵소추 검토” 압박
[단독] 26표 차 부산시의원 북구1 선거, 23일 재검표
가열되는 檢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론…與 내부 ‘신중론’도 확산
정청래 “어떻게 해서라도 혁신당과 합당했어야… 평택을에도 후보 안 내는게 맞아”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토론회 연 국힘…보완수사권 존치 총력전
정청래 ‘연임 도전’에 5파전 시작… 선호투표제 ‘샅바 싸움’은 지속
‘선호투표제’ 도입에 ‘친청’ 이성윤 사퇴…與 당권 경쟁 연일 난타전
'보완수사권 폐지법은 범죄자 보호법'…형소법 개정에 우려 쏟아낸 야권
자신 대신 ‘당 바꾸겠다’는 장동혁…정점식, ‘張 거취’ “의견 안 모여”
[경제성장전략]하반기 공공기관 이전발표, 지방주도 성장 강화
한국경제 신동맥 ‘꿈의 북극항로’ 내달 22일 열린다
부산 홈플러스 7곳 임시 휴업… 입점 업주들 생계 비상
부산 이전 공공기관 예치금 85% 시중은행으로… 부산경실련 “지역 자금 역외 유출”
영국 국왕 여동생 앤 공주, 부산 온다
SK하이닉스 美 ADR도 9.3% 급락…'급등 도파민 후 기대치 리셋'
지방우대 세제 3종… 성장 돌파구 ‘지역’서 찾는다
숙박요금 게시금액보다 더 높게 받으면 바로 영업정지
[경제성장전략]정부 올해 성장률 3%로 상향 '3·4·5 비전 달성할 것'
고동진, 반도체 토론회서 “최태원 회장 진짜 많이 바뀌었다”
부동산 정책 토론회 3일 연속 개최…14일 국토부, 공급확대 등 논의
코오롱인더, IMM PE에 기능·이미지 소재 사업 매각 MOU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7월 14일(음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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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 '스파이더맨', 최초로 4면 SCREENX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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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동궁'으로 넷플릭스 첫 데뷔…'색다른 재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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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 찾은 ‘카르멘’… 오페라 도시 부산 첫발
“만지지 마시오”깨고, 캔버스에 '변화와 소멸'의 자연을 입히다
변비·설사 반복된다면 대장내시경으로 정확한 진단부터
대장암 수술 전 고려사항…“표준치료 이행 여부, 응급 대처 능력이 관건”
유행가로 푸는 피란수도 부산의 기억
북항 ‘카르멘’이 남긴 과제 [김은영의 문화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