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과거 정치권의 대표적인 앙숙 관계였던 두 사람은 과거의 앙금은 잠시 접고, 과학기술을 키워드로 한 이른바 ‘단비 토크’를 통해 사이 좋게 중도층 표심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와 이 후보는 오는 25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안철수 X 이준석 미래를 여는 단비 토크 - AI 기술패권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를 개최한다. 이공 계열인 두 사람은 이날 대담에서 AI, 반도체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후보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안철수 의원께서 어제 방송에서 좋은 말씀을 주셨고, 실무자 간 논의 결과 AI·반도체·과학기술 등 미래에 관한 주제를 바탕으로 대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이 후보는 “저희 둘과 상계동의 인연을 공유했던 고 노회찬 의원께서는 ‘한국과 일본이 다투다가도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셨다”며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서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공학적 빅텐트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공학’의 고민으로 대선 판이 재편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도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정치적 이견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단비토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전날 안 후보는 채널A 인터뷰에서 “저와 같은 이공계 출신인 이 후보와 AI 관련 토론을 하는 것이 국민께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反)이재명 연대에 함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감옥 보내는 데만 몰두하는 법률가 후보들 틈에서 안 후보의 AI 토론 제안은 단비처럼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각각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후보로 맞붙으며 ‘정치적 악연’을 맺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은 야권 단일화 협상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당시 이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옹졸하다”, “비열하고 야비하다”며 수차례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 대신 ‘간일화(간보는 단일화)’라는 조롱성 표현까지 사용했다. 안 후보 측은 “인신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3년에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안 후보의 ‘욕설 논란’을 두고 양쪽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토론은 ‘앙숙’이던 두 후보가 과학기술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매개로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중도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비(非)법률가 출신으로, 법조인 중심의 대선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차별화 전략으로 읽힌다.
법률가 일색인 보수 주자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과 청년층을 겨냥해, 실용과 혁신 중심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포석이다. 특히 AI와 과학기술 같은 미래 의제를 선점하며, 기존 구도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후보가 ‘완주’를 선언한 상황에서도 안 후보와의 공개 토론에 나선 것은, 정치적 연대보다는 정책 연대를 통한 실용 노선 강화로 풀이된다. 당장 단일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향후 대선 국면에서 협상 테이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