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마트 동래점 내 대형 약국 예정지가 가림막으로 둘러져 있다.
부산 도심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동래점에 부산 지역 처음으로 ‘창고형 콘셉트’의 대형 약국이 들어선다. 병의원이 밀집한 동래 지역 특성상 주변 약국 생태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약국은 오는 12일 문을 연다.
이번 약국은 기존 동래점 내에서 11평 규모로 운영되던 임대 약국이 약 100평 규모로 확장 오픈하는 형태다. 오픈형 매대와 카트 이동이 가능한 이른바 ‘창고형’ 구성이다.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3000여 종을 갖췄고 병의원 처방 약도 조제하는 정규 약국이다. 대형마트 내 대형 약국 입점 사례는 울산 롯데마트 진장점 등이 있지만, 부산 도심권 입점은 사실상 처음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국장은 “약국 대형화는 이미 하나의 흐름이라고 판단했다”며 “소비자가 필요한 품목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품목 폭을 대폭 넓힌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약·건기식만 저가로 판매하는 곳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처방 조제가 가능한 정규 약국이며, 약사 최소 6명이 상주해 복약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과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가격도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안에 대형 약국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조기 확산됐다. 일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싸고 좋은 약 공급받으면 좋다”는 기대감을 보인 반면, “동래는 병의원이 많아 약국도 많다 보니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경계심이 감지된다. 약사들은 “대량 사입을 기반으로 한 가격 전략은 주변 약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형 약국 확산이 기존 동네 약국 생태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창고형 약국 모델이 소비자의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래형 약국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연내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소비자를 오인시키거나 과도하게 유인하는 명칭·표시·광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창고형 약국’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 어디까지를 창고형으로 볼지, 대형마트 입점 형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등 세부 기준 마련은 과제로 남아 있다.
대형 약국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이 빨라지고 있다. 경기 성남의 ‘메가팩토리약국’을 비롯해 100평 이상 대형 약국이 올해만 10곳 넘게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례를 새로운 ‘앵커 테넌트’(집객 핵심 점포) 실험으로 보고 있다. 약국은 방문 목적이 분명하고 구매 빈도가 높아 대형마트 재방문율을 높이는 업종이다. 해외에서 월마트·코스트코 등이 약국을 핵심 시설로 활용해온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처럼 기존 약국이 확장·입점하는 형태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도심 대형마트에 대형 약국이 들어서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시장 영향도 주목된다. 소비자 편익 확대가 기대되는 반면, 기존 약국 생태계와 지역 의약품 유통 구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