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 책 표지. 창비 제공
기후변화가 이제는 ‘글로벌 워밍’(warming)을 넘어 ‘글로벌 보일링’(boiling) 단계로 치닫고 있다. 말 그대로 ‘끓고 있는 지구’에게 우리는 해열제를 투여하는 식의 임시 처방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성공회대 조효제 명예교수의 신간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는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기후와 생태 위기를 환경문제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극우가 득세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정치학 개론서에 나오는 정치의 정의가 ‘어떤 사회를 위해 가치를 권위 있게 배분하는 것’(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라는 점도 짚는다.
저자는 우리가 맞닥뜨린 복합 위기의 근본 원인을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에 대한 맹신에서 찾는다. 기술 혁신만으로는 위기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으며, 성장 패러다임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탄소 감축 대응이 아니라 가치관과 세계관의 변화, 문명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문명 전환의 7대 원칙으로 ‘제비컵’(JEBICUP)을 제시한다. 정의(Justice), 좋은 삶(Eudaimonia), 생명애(Biophilia), 불평등(Inequality), 복잡성(Complexity), 지속불가능성(Unsustainability), 권력(Power)의 영문 알파벳 첫 글자를 땄다. 저자는 지구가 불타오르는 시대에는 녹색 민주시민들이 담대하게 문명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기와 연대는 필수다. 조효제 지음/창비/404쪽/2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