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 논란'이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11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앞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해양수산비서관, 국민소통비서관이 각각 사퇴·면직 처리됐고, 농림식품부 차관도 임명 6개월 만에 면직됐다. 정권 초반부터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차관의 사퇴와 면직 사례가 잇따르며 정책 일관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민중기 특검에 전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금품 로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전 장관은 이에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면서도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사실에 근거한 것이지만,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관직을 내려놓고 허위 사실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이를 수리할 경우, 전 장관은 이재명 정부 첫 장관급 사직 사례로 남게 된다. 전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여권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에 앞서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차관 사퇴·면직 사례는 잇따랐다. 지난 9월 이영호 해양수산비서관은 지인들에게 무단으로 대통령실 출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면직됐다. 이는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 참모진의 첫 면직 사례로 꼽힌다. 최근 '현지 누나, 훈식이 형' 논란을 빚었던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도 인사 청탁 이슈로 면직 처리됐다. 지난 5일에는 이 대통령이 강형석 농림축식품부 차관을 직권면직하기도 했다.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이 대통령이 임명한 차관이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면직 처리되면서 공직 사회에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정권 출범 직후에도 사퇴가 잇따랐다. 오광수 민정수석은 임명 5일 만에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으로 사퇴했고, 대통령실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도 계엄 옹호 논란으로 직을 내려놨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줄줄이 낙마하기도 했다.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현직 장관 사의 표명에 이어 차관과 비서관 자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해수부의 경우 이번 주 본격적으로 부산 이전 작업이 시작됐고, 북극항로 선점 전략과 해양수산 기관 집적화 등 중차대한 과제를 안은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없어진 꼴이다. 장관 사의 표명에 따라 '해수부 부산 시대'를 기반으로 한 북극항로 개척 정책도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윤석열 정부 초반과 비교해도 이재명 정부 6개월 내 이뤄진 고위직 사퇴·면직 사례는 더욱 많다. 지난 정부 초반 6개월 동안은 3명이 사직하거나 면직됐다.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 사퇴와 당시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의 사퇴 등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 장관의 사의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근 통일교를 겨냥해 '종교 해산 검토'를 지시하고 '정교유착' 근절을 강조하는 등 통일교와 강하게 선을 긋는 행보를 보여왔다. 전날에는 통일교 관련 의혹에 대해 "여야 불문 없이 엄정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