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11일 오전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임시 청사 로비가 부처 이전 이삿짐 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돼 11일 사의를 표명, 최종적으로 면직됐지만 ‘부산 해양수도 완성’이라는 국가 프로젝트가 이 일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록 실질적으로 부산 해양수도 구상을 이끈 인물의 이탈이 아쉽기도 하지만 부산 해양수도 구상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대안이자 부산 시민의 염원이라는 점에서 계속 추진할 수 있는 해수부 장관 등 새 리더십이 하루 속히 들어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부산해양강국범시민추진협의회(해강협) 등 지역 해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가 차원에서 흔들리지 말고 해양수도와 북극항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 단체는 갑작스러운 전 장관의 이탈을 심각하게 보면서도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부산 해양수도 완성이라는 더 큰 목표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해수부가 북극항로라는 시대적 기회에 발맞춰 부산을 중심으로 여수에서 포항까지 동남권을 해양수도권으로 조성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마련하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시점이었다. 이를 위해 해수부, 해사전문법원, 동남권투자공사 등을 부산으로 이전하거나 신설함으로써 해운·해양 관련 행정·사법·금융·연구 등 핵심 기능의 적접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을 집적시켜 동남권 해양수도권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인물이 바로 전 장관이었다. 실제 수개월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해수부 부산 이전부터 연내 마무리돼 ‘해수부 부산 시대’가 열리게 됐고 각각 해운업계 7위, 10위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본사 부산 이전을 결정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전 장관 낙마에 따라 당분간 김성범 해수부 차관이 장관대행을 맡아 해수부 부산 이전과 관련한 여러 업무를 강도 높게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대행 체제는 6개월 안팎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 김 차관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있는 현안을 얼마나 속도감 있고, 강단 있게 이끄느냐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내년 초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던 HMM 본사 부산 이전, 해수부 산하기관 부산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이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사업들이다. 최소한 해수부가 차기 리더십이 들어서기 전까지 부산 해양수도 완성을 위한 여러 현안과 과제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노조 설득 같은 여러 정무적인 사안을 풀어나가려면 차기 해수부 장관이 하루 빨리 들어서야 한다”며 “그동안 해수부 임직원들이 흔들리지 말고 해수부 이전을 비롯한 여러 사업들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 해운기업 이전 등은 내부 반발 등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답보 상태가 우려된다.
해사법원 설립 법안도 연내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해사전문법원은 부산과 인천에 각각 1곳씩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오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지만, 해사법원에서 국제 상사 사건을 다루는 것에 대한 법무부와 대법원의 반대, 해사 사건 항소심 전담 문제 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북극항로 시범 운항 역시 전 장관과 함께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이 공백 상태에 들어가면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정가에서는 ‘부산 해양수도 완성’을 위한 전재수표 숙제들을 차질없이 완수하기 위해서는 후임 장관은 부산 출신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