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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속 ‘1%대에 갇힌 잠재성장률’…한국경제 기초체력 강화 시급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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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대한 주요 투자은행(IB) 등의 낙관론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내년 1% 중반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한국 경제의 장기적 기초체력(성장잠재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1%대 중반이 '뉴노멀(일상화)'이 되는 모습이다. 향후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 훈풍이 잦아들 경우 단기 충격 한 방에 한국 경제가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구조 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높여 잡는 등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큰 폭의 성장을 나타내면서 정부의 목표인 연간 2.0% 성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3.0%로 0.8%포인트(P) 끌어 올렸고 씨티도 2.2%에서 2.9%로 0.7%P 높였다. 골드만삭스 역시 2.5%로 0.6%P 올렸다. 정부가 지난 1월 목표로 제시한 연간 GDP 성장률 2.0%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눈높이가 달라진 것은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1.7%로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더해 정책효과가 주효했다고 판단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에 더해 자본시장 활성화, 소비 지원 대책 등도 기여했다"며 "중동전쟁에 신속히 대응한 것도 일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의 고성장은 '역대급' 저성장이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 반도체 나홀로 호조, 환율효과가 빚어낸 착시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는 오일쇼크·외환위기·금융위기·팬데믹 등 네 번의 경제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해라 기저효과가 크다"며 "(올해) 1분기 속보치는 우리 경제 성장을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잠재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가 노동·자본·자원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반도체 패키징 소재(PCB기판) 생산 기업인 대덕전자를 방문, 생산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반도체 패키징 소재(PCB기판) 생산 기업인 대덕전자를 방문, 생산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문제는 반도체 호황 덕분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반등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점은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92%에서 올해는 1.71%로 0.21%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데 이어 내년은 1.57%로 예상하는 등 매년 수준을 낮추고 있다. 내년까지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년째 하락하는 등 매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셈이다.

다른 주요 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작년 1.8%, 올해 1.6%로 추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1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잠재성장률 제고 없이 정부 부채가 지속해 증가한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당분간은 반도체에 힘입어 실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질 테지만, 작은 외부 충격에도 급격히 꺾일 위험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지금과 같은 잠재성장률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반도체 수출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면 성장률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은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요소인 노동·자본 투입의 감소, 생산성 향상 요인인 총요소생산성 둔화 등 잠재성장률 구성 요소가 모두 저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수익성 악화와 건설투자 감소 등에 따른 자본축적 둔화 등이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이다. 국내 서비스업 낙후로 생산성이 둔화하는 등 전 부문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나타나는 점이 문제"라며 "향후 하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인구구조 문제를 당장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 축적과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가용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반도체를 잇는 또 다른 주력산업 발굴,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디딤돌을 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차별 없는 지원보다는 금융·의료·관광 분야의 규모의 경제 실현, 통신·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 강화, 부동산·유통·교육 분야의 구조조정 등을 원칙을 세워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석 교수는 규제 개혁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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