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한 공영주차장에 5부제 시행 제외와 함께 자율 동참을 권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정부가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전국 공영주차장에 차량 5부제를 도입했지만, 부산 지역에서는 시행률이 전국 수준에 크게 못 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외’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취지도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기준 부산시와 부산 지역 16개 구·군에 따르면 차량 5부제가 시행 중인 공영주차장은 102개소다. 전체 적용 대상 440개소의 약 23%에 해당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전국 공영주차장에서 차량 5부제를 시행해 왔다.
특히 구·군 단위의 공영주차장에서의 차량 5부제 시행률은 13% 수준에 그쳤다. 부산 지역 16개 구·군의 5부제 시행 대상 공영주차장 375개소 중 실제 시행 중인 곳은 50개소에 불과했다.
최근 5부제가 적용되는 공영주차장이 추가됐지만 부산 지역의 시행률은 여전히 전국(30%)에 비해 크게 낮다. 기후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국 공영주차장 5589개소 가운데 1694개소에서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후부 조사 당시 부산 지역 시행률 역시 18%에 불과했다.
부산 지역 지자체들은 주차장별 주변 환경을 고려해 5부제 적용 예외를 두고 있다. 주차장이 전통시장·관광지 인근에 있거나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부산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공장 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생계형 차량 운전자들의 반발이 우려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대부분 산복도로 주거지 인근 주차장으로 월 정기권 이용 차량 비중이 높아 주거지 주차난 최소화를 위해 적용을 제외했다”고 전했다. 부산교통공사가 운영하는 덕천역 주차장도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5부제 시행에서 제외됐다.
이에 비해 부산시설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부산시 공영 주차장의 5부제 시행률(80%)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주로 도심 내 주요 상업 지역에 위치한 이들 주차장 인근에는 5부제 시행을 강제하기 힘든 민영 주차장이 있어, 5부제 시행에 따른 반발이 적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5부제 예외 허용을 감안해도 부산 지역 시행률이 너무 낮은 것은 문제라고 본다. ‘예외’가 전체 공영주차장 중 상당수이다보니 애초에 제도 설계가 형식적이었고, 에너지 절감이라는 취지도 잘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5부제의 시행률을 높이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지역 여건을 감안하되 도시철도역 인근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지역의 공영주차장 등을 대상으로 5부제 적용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런 지적에 구·군에 5부제 추가 시행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 지역 5부제 시행 공영주차장 수는 지난 20일 81개소에서 20개소 늘어났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남문 인근의 한 공영주차장에 5부제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
하지만 5부제 참여 공영주차장 늘리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군의 공영주차장 상당수는 규모가 작고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 인근 주민들에게 사실상 ‘내 집 주차장’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시행에 따른 효과는 작고 저항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교통혁신과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부응해 5부제 시행률을 높여야 하지만 부산 지역 지자체 공영주차장 위치와 규모의 특성에 따른 한계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