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민석 전 총리(왼쪽부터),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고민정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당권 주자 간 의견이 갈렸던 선호투표제를 도입키로 하자, 이에 반발한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즉각 사퇴하는 등 전대 룰을 둘러싼 대립이 재차 빚어졌다. 전날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정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두고 김민석 전 국무총리 측과 송영길 의원이 “생뚱맞다”며 비판하는 등 양측 간 날 선 신경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결선 투표 실시 방법으로 선호투표와 결선투표를 각각 명시한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규는 이날 당무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선호투표는 유권자가 출마한 후보들을 1∼3순위로 나눠서 명기한 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을 제외한 최하위 후보를 1순위로 투표한 유권자의 2순위 선택을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앞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당 대표 선거에 대한 선호투표제 도입을 결정했지만, 친청(친정청래)계의 거센 반대로 최고위 의결이 지연된 바 있다. 이날 선호투표제 도입이 의결되자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은 최고위 직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상태에서 최고위원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다른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대체로 최고위 결정에 ‘구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규환 최고위원은 “선당후사의 정신에 따라 다수의 권리를 포기하고 소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호투표제에 반대하는 입장은 변함 없지만, 후보등록(16∼17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전대 룰 결정을 미룰 수 없어 ‘선당후사’했다는 의미다. 정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은 많으나 말하지 않겠다”며 최고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최고위에선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1명을 청년 몫으로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는 ‘청년 최고위원’ 제도 도입의 건은 부결됐다. 이 역시 친청계가 반대한 사안인데, 양측이 전대 룰 확정을 위해 일종의 ‘주고받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청 관계, 여권 통합 등을 둘러싼 당권주자 간 설전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 측은 정 전 대표가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한 것 아니냐고 역공했다. 정 전 대표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자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의미 부여를 했지만, 사실상 당 대표로 있다가 대선에 출마한 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긁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1년 동안 총리로 일해보니 대통령과 교감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며 “당 대표가 대통령 눈빛만 봐도 (생각을) 맞출 수 있는 정도의 당정 일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불편한 관계임을 부각하면서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출 사람은 김 전 총리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송영길 의원 역시 “정권의 임기가 4년 남은 상황에서 대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뚱맞다”며 “너무 엇나가는,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 전 대표는 지방선거 당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통합 적임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 유튜브에 출연,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한뿌리 공동체인데 어느 순간부터 뿌리를 자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것이 주류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당시 합당에 부정적이었던 김 전 총리 측을 우회 비판하면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그는 김 전 총리가 혁신당과의 통합 방식으로 ‘흡수’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악수하자면서 너는 무릎 꿇고 악수하라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친청계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민주개혁진영 대동단결의 밀알이 되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 선거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김영호(3선)·박성준·최민희(이하 재선)·박선원·서미화·이건태(이상 초선) 의원과 박승원 광명시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정민철 정책위 부의장이 후보로 나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