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의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기업들이 정부와 국회에 공장 가동에 맞춘 기반시설 확충과 투자 세액공제 활용 확대, 신산업 규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로봇 분야 기업 의견을 모은 정책건의 과제 41건을 규제합리화위원회 등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21건으로 가장 많고 바이오 9건, 배터리 4건, 로봇 3건 순이다.
먼저 반도체 업계는 기반시설 미비를 최대의 걸림돌로 꼽았다. 한 예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2027년 2월 첫 팹(Y1) 클린룸 가동을 앞뒀지만, 주 진입도로인 국가지원지방도 57호선 개량공사는 국토교통부 고시가 10월 이후로 잡혀 제때 끝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이 팹에 21조 6081억 원을 추가 투입하며 가동을 석 달 앞당긴 터라 자재 운반 차량과 두 번째 팹 공사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한경협은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 사업을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반영하고 고시를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공업용수 공급도 늦다. 하루 3만 5000톤 규모의 청주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착수부터 착공까지 42개월이 걸렸고, 사업비 622억 원의 절반을 민간이 떠안았다.
한경협은 착공까지를 18개월 안으로 줄이는 특례를 만들고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 하수재이용시설을 국비 지원 대상으로 명시해 달라고 건의했다. 원자력 등 무탄소전력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전기사업법을 고쳐 원전·대수력 전기도 기업이 직접 사올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배터리·디스플레이 업계 요구가 두드러졌다. 이익을 내야 투자 세액공제를 쓸 수 있는 구조여서 적자 기업은 공제액을 10년 안에 소진하지 못하면 그대로 잃게된다. 한경협은 미국처럼 현금 환급과 제3자 양도를 허용하고 디스플레이 이월 기간은 20년으로 늘려 달라고 했다.
이외에도 바이오 업계는 세포치료제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등 초기 시험생산의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성 평가 요건을 3개 제조단위에서 1개로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로봇 업계는 휴머노이드 학습용 영상·음성 원본 데이터 활용과 정부 컴퓨팅 자원의 대기업 개방을 요구했다.
한경협은 41건 중 20건은 시행령·고시 개정만으로 가능한 만큼 정부가 먼저 추진하고, 입법이 필요한 21건은 국회가 상임위별로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한경협 권혁민 성장전략실장은 “정부와 국회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부터 속도감 있게 개선해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