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예산안 심사방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하자 국민의힘이 정부 예산안을 ‘지역 역차별 예산’으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다. 지방에 돌아가야 할 교부세 30조 원을 미래대응기금 수입으로 편입하고도 절반가량만 지방에 쓰고, 그마저 광주·전남 통합 명목으로 3조 원 5000억 원을 몰아줬다는 주장이다.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을 포함하면 실제 예산이 925조 원에 달한다며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예산안은 925조원에 달하는 기형적 규모”라며 “미래대응기금의 지역 역차별 예산을 타파하고 지방교부세를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이다. 예결위원인 윤재옥 의원은 “정부는 배분될 지방교부세 30조 5000억 원을 미래대응기금 수입으로 가로챘으나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 지출은 고작 15조 3000억 원에 불과해 15조 2000억 원이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계정을 살펴보면 타 시도의 지방교부세를 삭감해 그 재원으로 광주전남에만 통합 명목으로 3조 5000억 원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자체에 나눠주는 재원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기금으로 돌려 특정 지역에 집중 배분한 것은 다른 지자체의 몫을 빼앗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지방계정은 호남을 위해 타 시도의 살을 깎아 희생시키는 대표적인 지역 역차별 사례”라며 “30조 5000억 원 전액을 삭감해 공정하게 지방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산 규모 자체도 도마에 올랐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정부는 대외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됐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총지출에 잡히지 않는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 4000억원이 숨어있어 이를 고려하면 내년 실제 예산안은 올해보다 27.1%(197조 원) 늘어난 925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을 넘어서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규모”라며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대체불가’ 대한민국 도약을 위한 예산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불가한’ 사업들로 가득 찬 ‘구제불능’ 예산안”이라고 꼬집었다.
개별 사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엄태영 의원은 “경찰청은 검찰 수사권 폐지로 인해 민생 현장 최일선의 지구대 인력을 수사 인력으로 전환하고 그 공백을 현장 대응 능력이 없는 4족 로봇 300대, 대당 1억 5000만 원으로 대체하겠다며 범죄예방사업에 450억 원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은 “있는 예산도 제대로 못 쓰면서 새로운 예산을 더 달라고 하는 ‘증액중독 예산’도 반드시 손질하겠다”며 각종 펀드 예산 5조 원과 전기차 보급 사업 2조 1400억 원, 재생에너지 예산 1조 8000억 원 등을 예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도 프론티어급 AI 관련 예산(4조 7000억 원), 청년미래적금(1조 7000억 원), 석유가격 안정화 지원사업(1조 4497억 원) 등을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규정하고 삭감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부터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야권이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공세에 나서면서 여야 공방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