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2차 사후조정을 통해 도출된 조정안에 노사가 동의하고 받아들일 경우 삼성전자 창립 이래 2번째 파업은 피할 수 있게 된다. 노조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로 예고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주관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화’를 놓고 여전히 노사 간 큰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기존의 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초과성과분에 대한 특별 포상을 하는 방식의 제도화 방안을 주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일정 기준에 따라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하되, 경영 환경과 실적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반면 노동조합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안을 요구 중이다.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인데 협상장에서도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요구사항은 재원 규모의 과도함을 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먼저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 이를 감안한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해서 성과급으로 배분할 경우 업황 둔화 시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이 국내 기업 시장에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 성과급 고정비율 모델이 정착되면 동일한 요구가 시장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경영환경, 재무여력, 업의 특성이 다른 기업들까지 이를 따라가야 하는 압력이 생겨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상승할 수 있는 문제가 크다. 실제 최근 카카오 등이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처럼 영업이익의 10%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커졌다.
아울러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위축·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초래할 우려도 크다. 대기업이 고정 비율 기반의 높은 성과급 체계를 구축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과의 보상 격차는 더욱 확대돼 사회적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 인력 쏠림 심화는 물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고착화 요인이 될 우려도 높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자동 배분하는 경직된 구조가 아니라 경영 여건과 투자 계획,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가 기존 OPI제도를 유지하되 초과 성과분에 대해 특별포상을 더하는 방식의 제도화를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 공유의 틀은 명확히 하면서도 반도체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성과 대규모 투자수요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기업 경쟁력과 노동시장 전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의 성과급(OPI) 제도는 노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