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올 시즌을 지탱했던 선발 마운드가 8월 승부처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 롯데 1선발 엘빈 로드리게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8월의 기적’을 꿈꿨던 롯데 자이언츠가 8월 반등에 실패했다. 시즌 내내 팀을 지탱하던 선발 마운드가 흔들리며 잇따라 경기를 내줬다. 3할대의 맹타로 깨어난 타선도 빛을 바랬다.
롯데는 8월 치른 15경기에서 8승 7패를 기록했다. 롯데는 8월 첫 두 경기인 삼성전과 키움전을 2연승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5일 간의 ‘폭염 브레이크’ 뒤 롯데는 9위 SSG 랜더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루징 시리즈(1승 2패)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NC와의 낙동강 더비에서 1승 1패를 주고 받은 롯데는 다음 시리즈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5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도 1승 1패를 거두며 4연승으로 5위권을 압박했다. 지난달 21일까지 치른 11경기에서 8승 3패(승률 0.727)를 기록하며 8월 월간 승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부터 KIA와의 원정 3연전에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첫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무너지며 역전패했고 이후 지난달 30일 LG전까지 4연패 수렁에 빠졌다.
4연승 기간 8위에서 6위까지 올라갔고 시즌 내내 잠들었던 타선도 살아났지만 연승 뒤 연패하는 롤러코스터 행보 속에 가을야구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31일 현재 50승 2무 61패로 7위인 롯데는 6위 NC 다이노스에 1.5경기 뒤져 있고 5위 두산과는 10경기 차이가 난다.
8월 중순까지 선전하던 롯데가 8월말 고꾸라진 데는 불안한 선발 마운드가 자리한다. 31일 기준 롯데 선발진의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은 4.35로 리그 4위다. 그러나 범위를 8월로 좁히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롯데 선발진의 8월 평균 자책점은 5.81까지 치솟았다. 한화(8.15)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9위다.
롯데 2선발 제레미 비슬리. 롯데 자이언츠 제공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어가야 할 외국인 ‘원투 펀치’가 힘을 못쓰고 있다. 2선발 제레미 비슬리는 지난달 11일 SSG전에서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7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1, 2회에만 7점을 내주면서 사실상 경기 초반 승기를 내줬다. 지난달 18일 키움전에서도 6이닝을 소화했지만 10피안타(2피홈런) 8실점(7자책)을 허용했다. 롯데 타선이 7회 무려 13점을 뽑아 15-10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패전은 면했다. 비슬리는 지난달 4차례 등판해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2경기 대량 실점으로 지난달 평균 자책점은 7.99를 기록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도 7월의 상승세를 완전히 이어가지 못했다. 로드리게스는 7월 5경기에서 31.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자책점 2.87의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지난달에도 4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4차례 등판 중 가장 중요했던 지난달 26일 KIA전에서 부진한 투구가 아쉬웠다.
전날 역전패를 설욕해야했던 KIA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5사사구를 내줬고 홈런 두 방을 얻어맞으며 8실점했다. 삼진은 7개를 잡았지만 공격적인 KIA 타선을 제어하지 못했다. 롯데가 20안타를 터뜨리며 11점을 뽑았음에도 11-16으로 패했다.
올 시즌 최고 발견이라고 꼽히는 ‘사직 스쿠발’ 김진욱도 지난달 평균 자책점이 8.22에 달한다. 29일 LG전에서는 4와 3분의 1이닝 동안 9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7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88개의 공을 던졌지만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많았고 적극적으로 초구부터 공략한 LG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 토종 에이스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발 마운드가 흔들리자 불펜 소모가 커지고 실점이 쌓여 타선의 득점에도 이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롯데는 최근 공격력이 나쁘지 않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타선이 이제야 비로소 살아난 느낌이다. 롯데의 8월 팀 타율은 0.315로 리그 1위다. 다만 타선이 상대 선발 마운드를 공략하기보다는 경기 중후반 불펜 공략을 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경기 초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8월 롯데 타선은 선발투수 상대로 타율이 0.283, 구원투수 상대로는 0.356이었다. 상대팀 불펜이 가동되는 경기 중후반 타선이 맹타를 휘둘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8월 반등이 절실했던 김태형 감독도 경기 초반 상대 공략이 되지 않고 마운드가 무너지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경기를 휘어잡고 마운드가 버텨주는 이상적인 승리 공식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초반 싸움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공격력은 많이 올라왔다. 선취점을 뽑고 달아나는 점수들을 잘 뽑아준다면 우리가 조금 더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 많아질 것 같다”며 “그래야 우리 선발들도 더 잘 던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롯데는 9월 첫 째주 1위 삼성 라이온즈와 6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6연전을 갖는다. 현실적으로 5위 탈환이 쉽지 않지만 3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시즌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1일 삼성전에서는 로드리게스가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