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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에 맞서 우뚝 선 저 압도적 위용을 보라 [가을 문턱 야밤에 돌아본 진주성]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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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야경의 백미인 진주성, 칠흑 같은 어둠을 떨쳐 내는 위용에 한여름밤 무더위도 힘을 잃는다. 진주성을 한껏 품은 남강은 밤에 더욱 영롱하다. 진주시 야경의 백미인 진주성, 칠흑 같은 어둠을 떨쳐 내는 위용에 한여름밤 무더위도 힘을 잃는다. 진주성을 한껏 품은 남강은 밤에 더욱 영롱하다.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한풀 꺾였다. ‘입추’ 때 주춤하던 무더위가 ‘처서’를 지나면서 힘을 잃은 모양새다. 절기(節氣)를 농사나 생활에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아직 늦더위가 맹위를 떨치곤 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살만하다. 밤이면 더욱 그렇다. 저녁을 먹고 제법 걸을 만하다. 가을이 멀지 않다. 야간 산책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야간 산책하기 좋은 도시 진주를 다녀왔다.

조명 속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진주성벽과 진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한 진주성 공북문의 미디어파사드, 진주성 앞 설치된 사랑 조형물, 조명 속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진주성벽과 진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한 진주성 공북문의 미디어파사드, 진주성 앞 설치된 사랑 조형물,

■해가 지면 더욱 빛나는 도시 진주, 그리고 진주성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진주는 남강이 도심을 가로질러 언제나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남강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진주성의 위용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물리친 용맹 그대로다. 밤이 되면 남강 주변은 또 다른 세상이 된다. 진주교를 비롯해 희망교, 진양교, 천수교 등 진주지역 8개의 다리가 독특한 매력으로 주변을 밝힌다.

진주 야경의 백미는 진주성이다. 어둠이 밀려들어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진주성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진주성으로 곧바로 가려다 방향을 바꿨다. 진주성 전체를 보고 싶었다. 차를 돌려 진주성이 보이는 남강 반대편에 섰다.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기 전 조명이 들어오니 진주성이 흐릿하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혼돈의 시간이다. 새로운 세계, 또 다른 단계로의 진화를 위한 고통의 시간이다. 그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완전히 세상을 지배하자, 장관이 펼쳐졌다. 어둠 속 ‘조명 갑옷’을 입은 진주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맞서는 당당한 위용. 진주성을 둘러싼 성벽은 마치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전사들 같았고, 성벽 위에 우뚝 선 진주성은 절대 존엄이었다. 강물에 비친 데칼코마니 같은 진주성의 모습은 굳건했고, 강물이 일렁일 때마다 절벽 위 진주성은 더욱 견고했다. 햇빛의 갑옷을 입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압도됐다. 임진왜란 당시 2만여 일본군이 진주성을 함락하지 못한 건 이 같은 위용 때문은 아니었을까.

진주성이 보이는 남강 반대편엔 남가람공원이 있다. 낮에는 남강과 시원한 대나무 숲길이 주는 청량함을 느낄 수 있고,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길과 진주성의 불빛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내 대나무 숲길인 남가람 별빛길은 대나무 사이에 형형색색의 조명들로 야간 산책로로 인기가 많다.

진주성을 바라보다 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치형의 진주교가 현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강물에 비친 아치 모형이 마치 물고기들이 꼬리를 물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진주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진주교에서 진주성을 바라보니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진주성 앞에 2024년 조성된 ‘진주대첩 역사공원’의 조명들이 진주성으로의 입성을 유도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실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는데, 식당 등이 있던 공간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진주대첩 역사공원의 불빛을 따라가니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진주성 관문인 촉석문 외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의 모습과 임진왜란 때의 진주성, 우주선 발사 장면 등 갖가지 형상이 외벽에 그려지고 있다. 알고 보니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의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미디어파사드 ‘진주의 결속’ 장면이었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진주성 일대에서는 지난 14일부터 9월 6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10시 30분 진주성과 진주대첩 역사공원 일원에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인 ‘가온누리 진주성도’가 열리고 있다.

진주대첩 역사공원 야경. 진주대첩 역사공원 야경.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의 출발지, 진주성

국가유산청 주최로 열리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빛과 영상, 음악,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다. 진주성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8일까지 군산(8월 28일~9월 20일·구 군산세관 본관 등), 경주(9월 4~27일·대릉원), 익산(9월 4~27일·미륵사지), 부여(9월 7~27일·정림사지), 강화(9월 11일~10월 4일·고려궁지), 철원(9월 11일~10월 11일·노동당사), 아산(9월 18일~10월 11일·이충무공 유허), 통영(9월 18일~10월 11일·삼도수군통제영), 양산(9월 28일~10월 18일·통도사), 청주(10월 3~24일·용두사지 철당간 등), 여수(10월 9일~11월 8일·진남관)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첫 무대가 진주성에서 진행된 것이다.

‘가온누리 진주성도’는 진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빛의 서사로 연결한다. 촉석문을 지나자 탐방객들이 커다란 붉은 석류 모형 앞에 서 있다. 어린 아이가 석류 앞에서 “안녕”이라고 말하자, 석류는 “어서 와! 어떤 바람도 좋아 가만히 꺼내 놓기만 하면 돼”라고 답한다. 수줍게 소원을 말한 아이에게 석류는 “너의 소원 곱게 품었어 이제 촉석문을 지나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 보렴”이라고 대답했다. 목소리에 반응하는 ‘수호의 얼굴’ 프로그램이다. 탐방객들은 이 석류에 자신의 건강, 사랑, 취업, 재물, 위로 등 다양한 소원을 빌었다.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했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촉석루에 도착하자, 관람객들이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에 맞춰 촉석루 누각에는 석류가 개화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비치는 등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촉석의 개화’이다. 신기한 광경에 관람객들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촉석루를 지나 진디 밭에서는 체류형 공간도 마련됐다. 원통형 야광 그네와 시소, 진주 캐릭터인 ‘하모’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인기였다. 이곳은 체류형 공간과 포트존을 결합한 ‘진주의 숨’이다.

하이라이트는 공북문 내벽의 ‘가온누리 진주’였다. 진주성의 역사와 전통을 미디어파사드인 현대식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에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선정된 진주시의 노력이 엿보였다.

각종 프로그램을 뒤로하고 서장대 쪽으로 향했다. 고즈넉한 밤의 진주성이 느껴졌다. 현란한 미디어파사드와는 달리 은은한 가로등 아래 드러나는 성벽과 진주성의 풍경에 평온을 되찾았다. 나무와 성채는 빛바랜 조명으로 단풍 든 가을 풍경 같았다. 가을을 기다리는 조급함 마음 때문일 게다.

성벽을 따라 걷다가 남강을 내려다봤다. 강물에 비치는 진주성의 불빛과 시내 야경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사이로 불을 밝힌 유람선이 남강을 유유히 다녔다. 유람선은 진주성에서 남강 건너편 유등테마공원 아래 물빛나루쉼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유람선은 물빛나루쉼터(망진나루)에서 출발해 천수교, 진주성 촉석루, 하모 조형물 등을 돌아오는 코스로 약 30분 동안 진주성을 비롯한 남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은 진주국가유산 야행 ‘암행어사 야(夜)밤에 진주성 출두야’ 행사도 마련된다. 진주성과 진주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202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번째로 진행된다. 암행어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숙(夜宿) 등 ‘진주 8야(夜)를 주제로 마련된다.

진주 야경을 관람하기 전 시간이 나면 진주성 내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 탐방도 추천한다. 임진왜란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진주성의 역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무기류와 전술 자료, 전투 기록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진주성을 걷는 느낌이 남다르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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