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제공
지난해는 K컬처가 전 세계를 상대로 맹위를 떨친 한 해였다. 하지만 영화산업만 놓고 보면, 2025년은 우려하던 암흑기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 기간 2년(2020~2021년)을 제외하곤 2012년 이후 이어지던 ‘천만 영화’ 계보가 끊겼다.
극장을 찾은 관객은 2019년(2억 2667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 520만 명에 그쳤다. 한국 영화는 4333만 명을 불러들이며 점유율 41%에 머물렀다. 흥행 1, 2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주토피아 2)과 일본 애니메이션(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차지했다. 한국 영화 1, 2위 ‘좀비딸’(564만 명)과 ‘야당’(338만 명)은 전체 3위와 8위에 자리했다. 기대를 모았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각각 9, 10위로 톱 10에 포함된 걸로 만족해야 했다. 2026년, 한국 영화는 어둠의 터널을 뚫고 비상할 수 있을까. 새해 첫날, ‘천만 부활’을 꿈꾸는 후보작들을 살펴보며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2026년 최고 기대작으로는 우선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손꼽힌다. 화제작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등 출연 배우부터 눈길을 끌어당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감독답게,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스타까지 가세해 기대감을 높인다. 비무장지대 인근의 고립된 항구 마을에 미지의 존재(외계인)가 목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F 스릴러물이다. 국내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7월 개봉이 예상된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포스터. NEW 제공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는 설날 연휴를 앞둔 2월 11일 개봉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첩보원들이 격돌하는 액션 드라마로 조인성과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밀수’(2023)로 514만 명, ‘베테랑’(2024)으로 752만 명을 동원한 류 감독 자체가 흥행 보증수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개봉한 ‘모가디슈’(2021)조차 361만 명을 극장으로 이끈 그의 티켓 파워를 생각하면, 새해 첫 천만 영화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화 '군체' 감독과 배우가 참석한 크랭크인 고사 모습. 쇼박스 제공
K좀비영화의 탄생을 알린 ‘부산행’(2016)으로 ‘천만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도 기대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381만 명의 관객을 모은 ‘반도’(2020)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 감염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전지현을 비롯해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이 출연한다. 연 감독이 주특기인 좀비영화로 다시 재미를 볼지 기대를 안고 지켜볼 일이다.
설날 흥행을 겨냥한 사극 ‘왕과 사는 남자’에도 눈길이 간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박지훈, 박지환, 안재홍 등이 출연한다. 조선 왕위에서 폐위된 단종과 마을 부흥을 위해 단종의 유배지를 자처하는 촌장의 사연을 그린 영화다. 2월 4일 개봉을 알렸다.
이밖에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2’와 최국희 감독의 ‘타짜: 벨제붑의 노래’도 전작의 흥행 기운을 계승하려는 바람으로 제작 중이다. 올해 개봉이 목표지만, 개봉 여부와 시기는 유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