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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왕진의 꿈, 재택의료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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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통증이나 마비로 거동이 불가능해진 어르신들에게 병원 문턱은 까마득하게 높은 벽이다. 몸이 아플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병원까지 가는 것이다. 바로 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방문진료 형식의 왕진이다.

필자와 방문진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올라간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당시 경남 병원선에 탑승해 의료 시설이 없는 섬마을 가정을 찾아다니며 진료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때 ‘나중에 개원하고 안정이 되면 반드시 방문진료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100세 시대가 된 지금, 주위에 병원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이라는 섬’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의사가 된 후에도 왕진의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기에 올해초 해운대구청과 ‘의료·요양 통합돌봄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재택의료센터 지정을 받았다.

재택의료센터 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1~5등급 및 인지지원등급) 가정을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전담팀을 이루어 직접 방문하는 통합돌봄 모델이다. 한의사의 방문진료(월 1회 이상)와 간호사의 방문간호(월 2회 이상)를 기본으로, 사회복지사가 주거 환경 개선이나 지자체 돌봄 자원까지 연계한다.

실제로 재택의료 서비스를 받고 나면 환자의 삶이 크게 바뀐다. 실제로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이 되고 있다. 뇌졸중 후유증과 심한 척추관 협착증으로 장기간 침대에 누워만 지내던 A 어르신은 병원 방문 자체가 불가능해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우리 팀의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침 치료, 약침, 관절 운동요법(추나) 및 욕창 관리가 병행되면서 근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음악치료와 신경정신과 치료를 결합한 ‘심신일여’(心身一如) 접근법도 효과를 배가시킨다. 정서적 교감과 음악 치료적 접근, 지속적인 치매 예방 관리가 이어지면서 고립감이 심했던 어르신의 우울증 증세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 치료가 거듭되자 어르신은 스스로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는 보호자의 보조를 받아 집 앞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거동이 좋아졌다.

방문진료 서비스는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어 환자 본인부담금 5~30% 수준(건강보험 가입자 기준 회당 3만 2000원, 의료급여/차상위는 5000원대)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한의원의 기본 치료뿐만 아니라 혈압·혈당 관리, 유치도뇨관 및 콧줄 관리, 상처 드레싱 등 전문 간호 서비스와 장기요양 의사소견서 발급까지 한 번에 이루어진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집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아침마다 다짐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우리 가족과 이웃이 안 아프고 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던 초심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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