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차 정기회 본회의에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공무원이 신분을 숨긴 채 무소속 한동훈 의원(부산 북갑)의 기자회견장에 참여한 것이 ‘야당 의원 사찰’ 논란으로 번지면서 야권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공세 방식을 두고 한 의원과 온도 차를 보이던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계파를 불문하고 “민주주의 파괴”라며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한 비판에 가세하면서, 사찰 논란이 야권 결집의 계기가 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실 소속 간부가 일반 시민처럼 하고 국회의원에게 질의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엄중 경고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총리나 국무조정실장 지시 없이 과장급 직원이 국회의원에게 본인의 신분을 속이고 질문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총리실 직원이 국회 기자회견 현장에서 신분을 숨긴 채 일반인으로 가장해 국회의원에게 질문하고 논쟁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만약 윤석열 정부 시절 총리실 직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이런 일을 벌였다면 민주당은 무엇이라 외쳤겠느냐. 아마 정권 퇴진을 부르짖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에서 사라졌어야 할 독재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회를 기만하고 헌법상 권력분립과 민주적 통제를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사퇴하라. 꼬리 자르기로 끝낼 수 없다”고 적었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정치적 중립과 삼권분립의 가치를 훼손한 일이라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3선 신성범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에 “이 건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야권에서 한목소리로 공동 대응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3선 성일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행정부 공무원의 야당 의원 사찰은 여야를 떠나 삼권 분립을 훼손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도 잇달아 비판에 가세했다. 박수영 의원(부산 남)은 “‘일반인 호소인’ 총리실 과장이 어공이 아니라 늘공이라는 사실이 사찰 그 자체보다 충격적”이라며 “본인이 호소한 대로 일반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답”이라고 꼬집었다.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은 “권력이 공무원을 앞세워 비판자를 압박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한 권력형 사찰”이라며 “한 총리는 즉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갑)은 “법무부 장관 후보 김승원에 대한 민주당의 무리한 방어와, 더 이해할 수 없는 총리실 과장의 헌법 위반 사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 뭐라 설명하겠느냐”고 따졌다.
논란은 지난 1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시작됐다. 한 의원이 김 후보자 신약 청탁 의혹과 관련해 기자들과 문답을 하던 중 한 남성이 한 총리의 ‘자료 유출 확인 지시’ 발언을 거론하며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한 의원이 소속을 묻자 이 남성은 “일반인”이라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이 남성은 이후 총리실 소속 과장급 직원으로 확인됐고, 휴대전화에는 한성숙 국무총리가 포함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띄워져 있었다. 한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총리실이 야당 국회의원을 사찰하느냐”고 따졌고, 한 총리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면서도 지시 여부는 부인했다. 이후 총리실은 해당 직원을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