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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K21’ 최우수상 허성준 “같은 춤으로 재도전… 더욱 기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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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허성준 판댄스씨어터 예술감독. 이호영 사진가 제공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허성준 판댄스씨어터 예술감독. 이호영 사진가 제공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사실 이 작품으로 두 번째 AK21 도전입니다. 처음엔 서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1차를 통과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이어 큰 상까지 받아 2년 만에 작품을 인정받은 느낌입니다.”

제20회 부산국제무용제(운영위원장 신은주) 일환으로 5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오래된 축제’를 안무·출연한 허성준(34·판댄스씨어터)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 출신 안무가가 AK21 최고상을 받은 것은 3년 만이다.

최우수상 수상자에는 5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을 준다. 최종 결선 무대에 올랐던 세 작품에는 우수상(최유민, 이진우, 박정무)으로 각각 200만 원의 창작 지원금이 제공된다. 이들 네 작품은 멘토링을 거쳐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된다.

허성준의 이번 작품은 ‘타인에게 정신적·심리적 억압의 고통을 당하는 한 인간의 자기해방적 폭력’을 주제로 한다.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한 인간은 자신에게 이러한 치유적 가치를 지닌 행위를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세계가 되살아나는 감각을 느끼고, 그 순간의 감정과 환희가 마음 깊이 각인돼 내면적 회복까지를 이루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품 제목은 니체가 말한 ‘잔혹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축제에 속한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몇 년 전 영화 ‘조커’를 본 뒤 강한 인상으로 남은 장면을 춤으로 이미지화하기도 했다.

허성준은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면 좋겠다”며 “예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내가 작품을 하는 이유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한 수단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다른 작품에 비해 군무의 콤비네이션이 좋았고, 독특한 구성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제목과 춤을 연결하는 게 다소 어려웠지만, 확실히 기존 현대무용과는 스타일이 차별화됐다.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허성준은 춤꾼 이력부터 남다르다. 대학 무용 전공자가 아니다. 비보잉으로 춤을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현대무용을 하는 친구와 어울려 다니다 허종원·김수현 무용가 부부의 눈에 띄어 판댄스씨어터 무용수로 합류하면서 현대춤꾼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나이 스물둘이었다. 그의 춤 스승 허종원이 스트리트 댄서 출신으로 현대무용가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그도 마찬가지였다. 춤은 곧잘 췄기 때문에 여기저기 부르는 무용단이 늘었다. 그렇게 무용수로 뛰면서 창작 방법을 터득했다. 그의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온몸으로 익힌 춤이었다.

허성준의 변화는 지난 2020년 11월 판댄스씨어터를 운영하던 허종원·김수현 부부가 단체를 물려주면서 다시 찾아온다. 이번 공연에 무용수로 함께한 박은지가 단체의 새 대표를 맡고, 허성준은 예술감독을 자처했다. 2021년 제30회 부산무용제에서 ‘이 터널’ 안무·출연으로 우수상과 우수무용인상(남)을 수상한다. 그런데 그 이듬해 정기 공연으로 ‘이 터널’ 작품을 올린 뒤로 2023년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야 했다. 무용수로 가끔 출연했다.

“부산문화재단 지원금 신청도 떨어지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서류 작업이 안 되면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겐 춤 작업보다 ‘서류 문턱’이 높았다고 할까요. 제 입장에선 학벌이나 인맥이 화려한 것도 아니니….”

생계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했다. 허성준은 20대 후반에 시작한 목수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건설 현장에서 패널조립공으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춤을 추고 있다. 부산뿐 아니라 김해로, 양산으로 현장을 옮겨 다니는 일을 하다 보니 춤 연습은 밤이 늦어서야 가능하다. 이번에 함께한 객원 무용수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께 가게를 맡기고 연습실로 달려온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공장 일을 마치고 오기도 하고, 대학원 수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래도 춤을 출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한다.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2024 ‘AK(Arts Korea)21 안무가 육성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오래된 축제' 공연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앞으로 계획이나 바라는 바가 있는지 물었다. “제가 만든 작품을 한두 번이라도 더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작도 기회 될 때마다 해야겠지만, 2017년 BIDAM 청춤챌린지에 선정돼 ‘올해의 챌린저’를 수상한 ‘벙어리’ 작품을 비롯해, 2018 제22회 새물결 춤 작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그리고 같은 해에 선보인 ‘사막을 건너는 히치하이커’ 등은 아직 못 보신 분들이 많아서 다시 공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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