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글로벌 대표 제품. 오리온 제공
국내 식품업체 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전 참여를 계기로 외국계 투자사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외국계 투자사들은 한 목소리로 오리온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 중이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영국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는 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를 추진한 데에 대해 “신문 사업은 오리온의 핵심 사업 영역을 벗어난다”며 “인수를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리온 이사회가 자본 배분 정책을 수정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지 않는다면 오리온은 실체스터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며 “오리온이 지분 배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오리온이 바이오 기업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실체스터 측은 “오리온의 낮은 배당 성향은 이사회가 오리온의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인수에 주주 자금을 사용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소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실체스터는 오리온홀딩스, 국민연금에 이은 오리온의 3대 주주다. 지난해 8월부터 오리온에 투자를 시작해 올해 6월 지분을 5.03%까지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7.1%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의 운용사 레드휠도 지난 22일 오리온에 서한을 띄웠다. 레드휠은 오리온 주식 30만 651주(0.8%)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다. 이들 역시 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가 사업방향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레드휠은 서한을 통해 “신문사는 오리온의 핵심 식품 사업·공표된 전략 방향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 적합성, 예상 수익률 및 장기 주주가치 기여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인수에 회사의 상당한 자본이 투입될 경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리온이 인수에)만약 참여 중이라면 전략적 근거, 자금 조달의 출처와 규모, 예상 재무 수익률, 주요 리스크, 그리고 거래가 평가·승인될 거버넌스 프로세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체스터와 레드휠 외에도 지난 19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미국계 투자회사 터톤캐피탈이 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 추진에 반대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일주일 새 투자사 4곳이 오리온을 향해 공개 비판한 셈인데, 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전 참여가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언론사 인수에 나서자 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일부 투자사는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지적했다. 오리온 오너일가의 등기이사에서 빠지면서 책임경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FCP는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2013년 이후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에서 등기이사를 맡지 않으면서도 두 회사 모두에서 막대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며 “오너 부부의 실질 배당수익률은 4.9%에 달해 일반 주주(2.8%)의 1.7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오너 일가가 보수를 받으려면 등기이사로 복귀해 법적 책임을 지거나 무보수로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