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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부산 근대 미술, 몰라봐서 미안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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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모자상’. 미광화랑 제공 김원 ‘모자상’. 미광화랑 제공




양달석 ‘목동’. 미광화랑 제공 양달석 ‘목동’. 미광화랑 제공

“이 전시는 정말 특별해요. 이젠 그만해야지 마음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작품들이 나를 찾아와 세상에 드러내달라고 하는 것 같아요. 10회 전시 후 그동안의 도록과 자료를 모아 책을 내며 다 정리했죠. 그런데 지금 ‘꽃피는 부산항 11회’ 전시를 하고 있네요.”

전시를 설명하는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안 할 거라던 전시를 또 하게 된 놀라움, 준비 과정의 힘듦, 의미 있는 전시를 한다는 자부심, 다음 전시에 대한 책임감 등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듯 보인다.

15년 전 시작된 ‘꽃피는 부산항’ 전시는 부산 경남 지역의 근대미술 작가를 발굴, 조명했다. 그때까지 한국 화단에선 부산 지역 작가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고 정리된 자료조차 부족했다. 한국전쟁기 피난 수도 부산은 전국의 작가가 교류하며 좋은 작가가 많이 탄생했지만,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미술 시장이 형성되며 서울로 떠나지 않고 부산을 지킨 작가들은 정작 중앙무대에서 소외됐다.

전시의 시작은 김 대표의 오기와 책임감이었다. 대표 작가 몇 명을 제외하곤 부산 근대 작가의 작품도, 자료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그 시대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전시에 올릴 수는 없었다. 부산 근대 미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했다. 공적 지원을 받는 미술관도, 박물관도 아닌 상업 화랑 대표가 이런 전시를 한다는 건 부담이 컸다.

“처음 이 전시를 기획하며 ‘고목에 꽃이 핀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어쩌면 이 전시가 침체한 부산 화단에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죠.”

김 대표의 진심이 통했는지 전시는 반향이 컸다. 부산 근대미술을 정리하는 연구자도 생겼고, 부산시립미술관도 부산 근대미술을 정리하는 전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미술 시장과 옥션에서 부산 근대 작가들의 작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컬렉터들 사이에선 김 대표 때문에 작품 가격이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부산 근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제 부산 근대 작가 작품이 나오면 전국에서 김 대표에게 연락할 정도가 됐다.


김남배 ‘구두닦이’. 미광화랑 제공 김남배 ‘구두닦이’. 미광화랑 제공

이석우 ‘물장수’. 미광화랑 제공 이석우 ‘물장수’. 미광화랑 제공

올해 ‘꽃피는 부산항’에는 27명의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모든 작품이 특별하지만, 그중에서도 1950년대 김남배 작가의 ‘구두닦이’, 1958년 작품인 김원 작가의 ‘모자상’, 1960년대 작품인 양달석 작가의 ‘목동’, 1969년 그린 이석우 작가의 ‘물장수’, 1982년 작품인 오영재 작가의 ‘파라다이스’, 연도 미상인 송혜수 작가의 ‘부처’에 눈길이 간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했던 김남배 작가는 1963년 미국으로 이민 가며 이후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다. 작품도 볼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구두닦이 작품은 굉장히 반갑다. 1950년대 합판 위 유채로 그린 구두닦이 소년들의 모습에는 시대의 감성이 느껴진다. 김원 작가의 모자상은 마치 피카소 작품이 떠오를 정도로 대가의 필치가 느껴진다. 1980년대 초반 오영재 작가의 작품은 요즘 그래픽 디자인 같은 세련된 이미지가 돋보인다.

그 시대의 삶과 공기까지 담은 그림을 통해 완전히 다른 시대를 엿보는 매력적인 전시이다. 전시는 31일까지 미광화랑에서 열린다.


오영재 ‘파라다이스’. 미광화랑 제공 오영재 ‘파라다이스’. 미광화랑 제공

임호 ‘꽃과 여인’. 미광화랑 제공 임호 ‘꽃과 여인’. 미광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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