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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바람이 전 세계 산업에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두 업체의 활약 덕분에 코스피도 4600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한물간 메모리’라는 지적을 받았던 범용 D램의 부활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가격 상승으로 양사의 실적도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D램 급등에 분기 영업익 20조 첫 달성
삼성전자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14만 44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일 종가(5만 3400원)와 비교하면 배 이상 올랐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의 호실적과 맞물려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잠정 집계)을 달성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최근 1개월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0곳의 전망치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9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영업이익 중 약 17조 원 이상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분기(7조 원)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24년 말 1.35달러에서 지난해 말 9.3달러로, 한 해 동안 약 6.9배 급등했다.
DDR4는 2014년에 처음 공개된 구형 D램이다. 출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제품의 가격이 출시 초반보다 높아진 이유는 공급 부족이 주된 요인이다. HBM 등 서버용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구형 D램 생산능력(캐파)을 줄인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76배 올랐다.
삼성전자는 주요 메모리 3사 중 캐파가 가장 큰 1위 업체여서 이번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게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시장의 최대 격전지가 될 HBM4(6세대) 제품에서도 기술 경쟁력 회복을 증명했다. 최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으로부터 HBM4 SiP(시스템 인 패키지) 테스트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된다. 루빈이 출시되는 올해 하반기에 HBM4 시장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삼성의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중국 시장에 엔비디아의 구형 AI 칩이 다시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호재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약 200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H200’ 칩을 대량 주문했다. H200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3E(5세대)가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13%에 그쳤지만 올해는 30% 이상으로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반도체 사업의 부활을 선언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AI 반도체 수요 확대 국면에서 기술 경쟁력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AI 기술과 데이터를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제조, 품질 전반에 적용해 기술 혁신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AI를 반도체 전 과정에 접목해 기술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다.
SK하이닉스, HBM 주도로 주가 ‘80만’ 눈앞
삼성전자가 D램·낸드에서 우위라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주도하면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즐기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시장 재편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 달러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82% 급증하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범용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넘어 세분화된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발표하는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상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3% 증가한 16조 2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16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실적과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3일 18만 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1월 8일 오전 사상 최고가인 78만 원대를 기록했다.
HBM 시장의 경우 올해 수요는 HBM3E에서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옮겨가는 과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HBM3E와 차세대 제품인 HBM4를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일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차세대 HBM 제품인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선보였다.
투자은행들의 SK하이닉스 HBM 실적 전망도 밝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UBS는 “SK하이닉스가 구글의 최신 TPU(텐서 처리 장치)인 v7p와 v7e에 HBM3E를 공급하는 첫 번째 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SK하이닉스에 호재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팅, 메모리 부분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움직이는 AI 컴퓨터’로 진화하면서 연산·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신증권은 “중장기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자동차급 규모인 수천만~1억 대로 확산되고 로봇 1대당 ‘엣지 컴퓨팅’(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 평균 판매 가격이 1000~2000달러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컴퓨팅 칩은 1000억~2000억 달러 규모의 독립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양사 합산 영업이익 200조 간다?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다 추가로 엔비디아에 대한 HMB4의 공급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100조 원대 초반, SK하이닉스가 90조 원대를 기록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 2026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번 메모리 업사이클은 10분기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역사상 가장 길고 강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상위 3개 메모리 업체의 시가총액은 2027년까지 50% 이상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