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1일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해 7월 브리핑 모습. 연합뉴스
야당의 경질 요구가 거셌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중폭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한 직후 김 실장이 추가로 사퇴한 것이다. 일부 장관 후보자 인선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개각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 대통령이 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후속 인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첫 실장급 교체다. 김 실장의 사퇴 배경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초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혼선 등이 거론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 경제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물었지만, 야권에서는 두 곳 장관 후보자 모두 현 차관을 발탁한 데다, 특히 김 실장의 유임을 거론하며 “경제 정책은 1도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서도 김 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
김 실장은 이번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뒤 약 15개월 동안 경제·산업·재정 분야 정책 입안과 국정과제 이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한미 통상협상을 지휘하고,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반도체 기업 초과 이익을 공유하자는 ‘국민 배당’을 언급하는 등 이 대통령의 경제적 관점에 ‘코드’를 맞추는 행보로 이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교체 없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 최근의 여론 악화 흐름에 더해 내년도 예산안 및 세제개편 작업에 있어 올해 정부의 역할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는 점 등을 고려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최근 국정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부동산 정책 등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인적 쇄신이 불가피했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 정정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의 사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져야할 책임을 김 실장이 감당해온 측면이 있다. 꼬리자르기식 사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주말 2차개각 발표로 여론이 악화되고, 특히 김승원 ‘공소취소 장관’ 지명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자 다급하게 또 한 번 연막탄을 던진 것이다. 개각 실패를 벌써 자인한 꼴”이라며 레버리지 ETF 도입 관련 국정조사와 함께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추가 경질을 요구했다.
김 실장의 사퇴에 따라 정책실장 후임 인선을 포함한 정책라인 연쇄 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는 아직 구체적인 사퇴 배경이나 후임 인선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