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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올라탄 제엠제코, 전력반도체 실적 신기록 행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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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의 선도기업 제엠제코의 전력반도체 모듈 패키지 공정 라인 현장(위)과 본사 전경. 제엠제코 제공 부산 기장군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의 선도기업 제엠제코의 전력반도체 모듈 패키지 공정 라인 현장(위)과 본사 전경. 제엠제코 제공

2008년 애플의 아이폰 1세대부터 2026년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핵심 전력반도체 소재를 공급한 한국 기업이 있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의 수도권 이전 1호 기업 제엠제코(주)다. 정부가 지난 7월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발표에서 “부산을 확실한 전력반도체 특구로 키우겠다”고 밝히면서 선도기업 제엠제코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제어·변환·분배하는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연산을 담당하는 ‘두뇌’라면, 전력반도체는 전기를 온몸에 알맞은 압력과 양으로 공급하는 ‘심장’이자 ‘혈관’이다. 가전제품부터 KTX, 송·배전 인프라까지 전기가 있는 모든 곳에 전력반도체가 있다. 특히 전기차와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면서 중요성이 급격히 커졌다.

제엠제코 최윤화 대표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삼성전자의 전력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한 미국 기업 페어차일드를 거쳐 2007년 제엠제코를 설립했다. 그는 90년대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한 기술자다.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와 패키징 분야에서 보유한 국내외 특허(등록 182건, 출원 68건)만 200여 건이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대한민국 엔지니어상’도 받았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구리 전도체(클립)로 칩과 기판을 연결(본딩)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전도체로 얇은 와이어를 썼는데, 넓은 면적의 구리를 칩에 밀착시켜 열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넓히는 방식으로 방열 기능을 대폭 개선했다. 전기 저항률은 약 60% 줄었고, 열 전도율은 약 50% 이상 향상됐다. 클립을 이용해 반도체를 적층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반도체 크기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제엠제코의 구리 클립 본딩 기술을 적용한 전력반도체 모듈 패키지 제품이다. 제엠제코 제공 제엠제코의 구리 클립 본딩 기술을 적용한 전력반도체 모듈 패키지 제품이다. 제엠제코 제공

첫 기회는 설립 이듬해에 찾아왔다. 미국 전력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통해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첫 모델에 제엠제코 제품을 탑재하게 됐다. 지금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에 제엠제코의 클립이 들어간다. 이후 서버 컴퓨터를 지나 ‘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면서 전력반도체 시장도 급부상했다. 발열을 잡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제엠제코 제품의 수요도 폭발했다.

제엠제코의 주 거래처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온세미, 앰코, 유텍 등이다. 매출의 90% 안팎이 수출에서 나온다. 글로벌 고객사를 통해 엔비디아에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반도체 핵심 소재를 공급하면서 매출은 2024년 165억 원에서 지난해 245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50억 원을 기록해, 연간 400억 원을 넘어 500억 원 수준도 기대한다.

현재 매출의 70% 이상은 방열 소재 기술에서 나오지만, 이 소재를 활용해 전력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모듈 패키지와 이 과정에서 칩과 방열판을 초음파로 붙이는 장비까지가 제엠제코 사업의 3가지 축이다. 소재·부품·장비를 망라한 전력반도체 기술 토탈 솔루션을, 그것도 국산화 기술로 제공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제엠제코가 사실상 유일하다.

데이터센터 물량이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설비 투자도 준비한다. 현재 본사 옆에 사전에 확보한 3300㎡ 부지에 연면적 7200㎡ 규모의 제2공장을 연내 착공해 전력 모듈 생산 라인과 양산 장비 100여 대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 공정 최적화와 데이터센터용 클립 양산을 완료하고, 2028년에는 기업공개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국내 전력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제엠제코는 스스로 공급망을 내재화하면서 소재·부품·장비를 함께 키워나갈 수밖에 없었다”며 “지역에서 전력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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