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치
경제해양
외국어·운세
오피니언
문화
라이프
스포츠
사람들
경남울산
회사소개
펫플스토리
[사설] 18년 만에 연금개혁 여야 합의… 정치 복원 계기되길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극단적 갈등이 횡행하는 탄핵 정국에 여야가 모처럼 국정 협치의 모습을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에 14일 합의했지만 후속 구조개혁을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야당이 반발하며 단독 처리 움직임까지 보여서다. 지난해 5월에도 합의 직전에 좌초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한데, 막판에 야당이 ‘합의’ 조항을 수용하고, 여당은 야당이 제안한 군 복무·출산 크레딧을 받아들이면서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실종된 정치의 복원이라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은 연금보험료율(내는 돈)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기존 40%에서 43%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군 복무와 출산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레딧 제도를 12개월로 늘린 것과 국가 지급 보장 규정을 신설한 것은 청년 세대의 우려를 해소하고 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은 과제는 구조개혁이다. 저출생·고령화로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기 때문에 기금 건전성 확보 대책이 시급하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이자,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인 연금개혁은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기초·퇴직·개인연금과 연계한 국민연금 구조개혁안을 마련해 연내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노인 빈곤율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노후 소득 유지 방안과 함께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을 설계하는 과정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또 연금 수령액이 여러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여야 정치권이 극단적으로 대립했지만 당사자까지 논의에 참여해 성공적인 개혁안을 도출한 바 있다. 머리를 맞대고, 이견을 좁히고, 한발 양보하다 보면 해답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뒤라면 연금개혁 논의는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하루 885억 원, 연간 32조 원씩 적자가 쌓이는 연금 재정 구조는 온 국민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 뻔했다. 국회에서의 초당적인 합의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까닭이다. 특히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여야가 살벌하게 대치하는 와중에 타협점을 찾은 점이 주목된다. 국가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제도적 틀 마련에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 준 사례다. 남은 구조개혁에서도 마찬가지다. 수권 정당을 자처하려면 연금개혁에 초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구조개혁에서 여야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사설] 특별건축구역 지역 건축가 참여, 부산 건축 성장 기회다
부산시는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 공모 신청한 5곳 가운데 삼익비치 재건축, 남포동 하버타운, 영도 콜렉티브 힐스 등 3곳을 지난해 말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상지는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 제한 등에 다양한 특례 혜택을 받는다. 선정된 곳은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국내 건축가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었지만 부산 지역 건축가로 제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역의 상징물이 될 건축물을 건립하면서 지역 건축가를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시가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무척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시는 올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건축가와의 협업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지역 건축사무소가 컨소시엄에 반드시 참여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율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도 지역 건축가와 협업을 해야만 부산 특별건축구역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시는 이런 협업을 통해 지역 업계의 내실을 다지고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의 이번 결정으로 부산이라는 지역 특색을 제대로 살린 설계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더욱이 세계적 건축가의 명성에만 기댄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부산 건축이 도약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대상지 설계를 두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지만 기존의 건축물과 크게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창의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부산의 정체성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것이 지적의 골자였다. 짧은 기간 동안 부산이라는 도시의 맥락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 그 속에 뿌리박은 시민 삶을 용해해 내지 못한 건축물은 되레 도시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부산 건축가들에게 부여된 사명은 가볍지 않다. 세계적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진정한 랜드마크를 선물하길 소망한다. 시의 결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역 건축가 참여를 너무 강조할 경우 세계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건축물을 구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세계적 건축가들의 창조적 미학에만 의존하면 부산의 색깔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건축가들이 세계적 건축가들과 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핵심은 글로벌 건축 미학과 지역성의 균형이다. 그동안 부산은 시정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부산다운 세계적 건축’을 강조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건축의 한계성이라는 지적도 많다. 시의 이번 조치가 부산 건축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사설] 수도권-비수도권 부동산 양극화 해소할 대책 급하다
여당이 지방에 추가 주택 구입 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폐지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주택자가 민간 임대 사업자 역할을 하고, 부동산 자금이 지방으로 유입돼야 한다”며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비수도권에 집을 추가로 사면 2주택이나 3주택이 돼도 양도세, 취득세 등 중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부터 보유하는 주택이 수도권일 때는 기존 과세 방식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수요를 지방으로 돌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권에서 먼저 제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양극화는 심각하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나홀로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경기는 침체일로다. 지난 1월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3억 8289만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부산은 3월 둘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08% 하락하며 2022년 6월 이후 143주째 줄곧 하락세다. 최근 서울시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를 번복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지역 부동산 경기를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최근 2년 사이 건설업 취업자가 급감하고 공인중개소도 매일 3곳이 문을 닫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수도권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 지난해 8월에도 ‘8·8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풀어서 아파트를 대거 짓는 등 향후 6년간 42만 7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재원과 국가 자원을 가뜩이나 활황인 수도권 부동산 부양에 동원해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 소멸을 가속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은 ‘반쪽짜리’란 평가를 받았다. 악성 미분양 매입 등 건설사 지원에 방점이 찍혔고, 취득·양도세 등 세제 지원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 증대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여당이 제안한 지방 주택 양도세 중과 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침체의 늪에 빠진 지방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 투자 수요에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 시행을 위해 당정 협의, 여야 협의, 사회적 공론화 등 단계는 거쳐야 한다. 정치권은 이를 정쟁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수도권의 기형적 확장을 초래하고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부동산 정책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할 차별화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과감한 규제 완화 등 확실한 로드맵 제시가 시급하다.
동래성 전투와 인생문
1592년 임진년 음력 4월 15일 벌어진 동래성 전투는 격전이었다. 동래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은 고니시 유키나가와 소오 요시모도 등이 이끄는 왜군에 저항했으나 반나절 만에 성은 함락되고 만다. 왜군과 동행하며 당시의 실상을 기록한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는 조선군 전사자가 약 5000명에 달했다고 했다. 이는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한 수치로 추정된다. 당시 동래의 군인과 성민은 3500여 명에 불과했기에, 이 중 일부는 성 밖에서 피신해 온 민간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겨우 목숨을 건진 군민은 극소수였다.당시 참상을 증언하는 기록은 많다. 일본 측 기록인 〈요시노 일기〉는 ‘여자, 아이, 개, 고양이까지 피를 흘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살해했다’고 전한다. 그 참혹함은 후에 동래부사로 재직했던 이안눌의 ‘동래맹하유감’이란 시에도 잘 드러난다. ‘아비가 자식 위해 곡하고 자식이 아비 위해 곡하고….’ 시 말미에는 온 가족이 다 죽어 곡할 사람조차 없는 집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전투 중 노약자와 아녀자들은 동래성 북문과 동문 사이 고개로 피신했다. 이 고개는 사람을 살렸다고 인생문(人生門) 고개로 불렸다. 현재 동래구 칠산동과 명장동을 잇는 고개다.1979년 동래읍성 인근에서 논둑 공사를 하던 중 동래읍성 인생문을 나타내는 문명석이 발견됐다. 이 화강암에는 ‘인생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으며, 1700년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731년에 인생문 성문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생사를 갈랐다는 인생문 구전은 실제 역사적 증거인 문명석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이후 이 비석은 부산박물관에 기증돼 줄곧 야외 전시장에 전시돼 있었다.최근 이 인생문 문명석은 46년 만에 부산박물관을 떠나 동래구 구청 유적전시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동래구청 신청사 개청식을 맞아 부산박물관과 협의 끝에 장기 대여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동래성 전투 후 4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문명석을 통해 왜군에 저항하고 희생된 민초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흔히 부산을 저항의 도시라고 한다. 우리는 그 기점을 동래성 전투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으로 이어진다. 인생문은 단순히 부산의 과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곰삭은 부산’이 있다. 부산의 아픈 기억과, 슬프지만 왜군에 당당히 맞서 싸운 부산의 역사가 있다. 이번 전시가 부산의 역사적 자부심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상윤의 세상톡톡] 로마 황제가 재산을 경매로 처분한 까닭
서기 170년 어느날 우리에겐 〈명상록〉의 저자로 유명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비서에 해당하는 해방노예를 불러 계면쩍은 지시를 내린다. “지금 황실에 가서 갈리아(지금의 프랑스) 족장들이 보내온 술잔과 기념품, 아르메니아 왕이 보내온 황금관 같은 걸 모아서 광장으로 내보내게나. 그것들을 급히 경매에 좀 붙여줘야겠어. 국고로 들어온 거라 내가 처분하면 원로원의 반발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 줄 테지.” 황제의 지시를 받은 해방노예는 로마에서 가장 넓은 광장인 트라야누스 포룸으로 황제가 언급한 물품을 대거 실어날랐다. 두 달에 걸쳐 진행된 황제 주관 경매의 소문이 제국 곳곳에 퍼지자 황실 물건에 호기심이 발동한 로마 유력자들은 물론 인근 갈리아 지역 유력자들까지 몰려와 너도나도 경매에 참가했다. 유럽의 모태가 된 거대제국 로마를 지배한 황제는 왜 이런 뜬금없는 경매까지 벌여야 했을까.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 일대를 장악하게 된 로마의 황제쯤이면 속주국가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군정일치 국가였던 로마는 속주국가마다 몇 개 군단씩을 상주시키며 총독을 파견해 지배했다. 실제로 피를 흘려야 하는 혈세인 군복무 외에 거의 세금이 없었던 로마와 달리 속주국가는 속주세라는 명목으로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했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국가의 정체가 바뀐 다음 로마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는 늘 재정 문제였다. 비대해진 군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퇴직자에게 줄 퇴직금과 도로와 수도, 각종 구조물 등의 신축, 보수 등에 들어가는 자금 등은 천문학적이어서 잠시 경계를 늦추노라면 국가 재정은 늘 바닥을 보이곤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황제는 속주세를 대폭 올려 세금을 왕창 걷으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로마의 황제들은 동양인인 우리의 시각에선 이게 정말 황제가 맞나 싶으리만치 속주세를 올리는 데에는 엄청난 거부감을 표시했다. 아우렐리우스 같은 황제도 전쟁으로 재정이 위태롭자 황실 물품을 팔아 벌어들인 수입으로 겨우 버티면서도 끝내 속주세는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해 유지되는 평화) 시대에 로마 황제가 속주세를 올릴 줄 몰라서 건드리지 않은 게 아니다. 속주세를 올린 뒤 일어날 파장이 두려웠던 것이다. 로마가 마구잡이로 속주세를 올릴 경우 로마의 지배를 인정하던 속주국가가 거센 저항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군사력으로 진압하는 것도 일시적 방편일 뿐. 장기적으로 더 큰 군사력에 의하지 않고서는 사회를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로마는 더 큰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고 바닥난 재정은 악화일로 상태가 될 것이다. 로마 황제들이 옆에서 보기에 딱할 정도로 속주세 인상만큼은 하지 않으려 버틴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고대에 팍스 로마나가 있었다면 현대엔 팍스 아메리카나가 있다. 미국의 주도력에 기대 국제 평화 질서가 이어지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동안 세계는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판을 쳤다. 소위 선발 강대국이라는 국가들은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어 국부를 창출하는 데 여념이 없었기에 수탈과 약탈은 강대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여겨졌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가 미국이라는 초일류 강대국의 주도권 아래 재편되며 팍스 아메리카나가 자리를 잡았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의 군사력만으로 지탱해 온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기회 균등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매력은 동맹국으로 하여금 팍스 아메리카나의 우산 밑에 머무르기를 기꺼워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 되더라도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 같은 미국의 매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쥐어짜고 나서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로마 황제에 비유한다면 자국의 어려움 해소책으로 속주세를 마구 올리기로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로마 황제들이 할 줄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닌 방법을 취한 것이다. 역사의 거울에 비춰본다면 미국은 결국 로마 황제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추가 비용을 엄청나게 지불해야 할 것이다. 로마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촘촘하게 연결된 고밀도 지구촌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그 시점은 더 빨라질 공산이 크다. 팍스 아메리카나 우산 밑에 머무르며 국가 안보까지 기대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평은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인다.
[밀물썰물] 동래성 전투와 인생문
1592년 임진년 음력 4월 15일 벌어진 동래성 전투는 격전이었다. 동래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은 고니시 유키나가와 소오 요시모도 등이 이끄는 왜군에 저항했으나 반나절 만에 성은 함락되고 만다. 왜군과 동행하며 당시의 실상을 기록한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는 조선군 전사자가 약 5000명에 달했다고 했다. 이는 민간인 희생자를 포함한 수치로 추정된다. 당시 동래의 군인과 성민은 3500여 명에 불과했기에, 이 중 일부는 성 밖에서 피신해 온 민간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겨우 목숨을 건진 군민은 극소수였다. 당시 참상을 증언하는 기록은 많다. 일본 측 기록인 〈요시노 일기〉는 ‘여자, 아이, 개, 고양이까지 피를 흘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살해했다’고 전한다. 그 참혹함은 후에 동래부사로 재직했던 이안눌의 ‘동래맹하유감’이란 시에도 잘 드러난다. ‘아비가 자식 위해 곡하고 자식이 아비 위해 곡하고….’ 시 말미에는 온 가족이 다 죽어 곡할 사람조차 없는 집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전투 중 노약자와 아녀자들은 동래성 북문과 동문 사이 고개로 피신했다. 이 고개는 사람을 살렸다고 인생문(人生門) 고개로 불렸다. 현재 동래구 칠산동과 명장동을 잇는 고개다. 1979년 동래읍성 인근에서 논둑 공사를 하던 중 동래읍성 인생문을 나타내는 문명석이 발견됐다. 이 화강암에는 ‘인생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으며, 1700년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731년에 인생문 성문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생사를 갈랐다는 인생문 구전은 실제 역사적 증거인 문명석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이후 이 비석은 부산박물관에 기증돼 줄곧 야외 전시장에 전시돼 있었다. 최근 이 인생문 문명석은 46년 만에 부산박물관을 떠나 동래구 구청 유적전시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동래구청 신청사 개청식을 맞아 부산박물관과 협의 끝에 장기 대여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동래성 전투 후 4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문명석을 통해 왜군에 저항하고 희생된 민초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흔히 부산을 저항의 도시라고 한다. 우리는 그 기점을 동래성 전투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으로 이어진다. 인생문은 단순히 부산의 과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곰삭은 부산’이 있다. 부산의 아픈 기억과, 슬프지만 왜군에 당당히 맞서 싸운 부산의 역사가 있다. 이번 전시가 부산의 역사적 자부심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공유숙박의 명암
16년 전인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비앤비라는 생소한 개념의 여행 공유숙박 시스템이 등장하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집주인은 빈 방을 놀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고, 여행객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했다. 성장세가 얼마나 가팔랐던지 불과 16년 만인 지난해 에어비엔비 총매출액은 110억 달러를 넘었다. 전 세계 220개 국가, 10만 개 이상 도시에서 500만 명 이상의 집주인과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2022년 한 해 이용자는 3억 명을 상회했다. 에어비앤비의 폭발적 성장세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관광이다. 방이 풍부해지고 호텔보다 싼 값에 숙박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외국 여행객이 나라마다 급증했다. 2010년 전 세계 여행객은 9억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억 5000만 명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에어비앤비 덕분에 각국 관광산업은 활성화됐지만 지역 주민의 삶에는 부정적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라면 지역 주민에게 임대됐을 방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돌아가는 바람에 각 도시마다 ‘방 부족’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임대료도 이전보다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물가가 크게 뛰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빌려줄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부동산 투기까지 설쳐 집값이 오르는 일도 발생했다. 공유숙박이 에어비앤비와 집주인 배만 불리 지역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각 나라는 에어비앤비 규제책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에어비앤비로 인한 관광 활성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총 외국인 관광객 3500만 명, 총 관광수입 220억 달러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에어비앤비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하겠다는 뜻에서 창고나 지하 공간, 과거 산업시설이었던 곳은 등록하지 못하게 규제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빌려줄 수 있는 연간 일수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10만 유로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파리에서 에어비앤비 등록 방이 9만 5000여 개인데 과거에는 학생, 저소득층 등이 임대하던 곳이었다. 매년 26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경우 에어비앤비로 인한 주택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시청은 2028년까지 10만 개 이상의 방에 내준 에어비앤비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에어비앤비의 현실은 공유경제라는 이상적인 개념이 현실세계에서는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연 이 악몽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감] 각금시이작비, 지금이 옳은 삶
밀양강변 금시당을 가끔 찾는다. 이곳은 조선 명조 때 문신 이광진 선생이 귀향하여 휴양하고자 마련한 집으로, 수령 450년이 넘는 은행나무 덕분에 가을이면 일대가 주차장이 된다. 나는 금시당의 겨울을 좋아한다. 겨울이면 금시당을 찾아, 들머리 매화나무 가지 끝에 봄을 걸어두고, 뜰 지나 은행나무 옆 배롱나무 아래 근심을 묻는다. 인적 드문 금시당에 물이 고이듯 시간이 고이고, 산책길에 놓인 널평상에 앉아 지난날을 돌아본다. 금시당이란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있는 글에서 따왔다. 각금시이작비(覺今是而昨非),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그름을 깨달았다는 이 구절은 벼슬길에 올랐던 지난날이 잘못되었고, 벼슬살이 그만두고 귀향한 지금이 잘한 일이라는 뜻으로 흔히 해석된다. 도연명의 나이 41세 때 지방 현령으로 일하며 윗사람에 굽신거리며 살기 싫어 귀향하며 지었던 글이라, 매일 모멸감을 견디며 밥벌이에 나서는 직장인들에게도 와닿는 내용이다. 다만, 〈귀거래사〉의 내용처럼 직이나 업을 내려놓고 돌아와도 반길 가족은 오늘날 드물 듯하여 슬프다. 도연명의 절개를 흠모했던 이광진은 1565년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와 금시당을 지어 후학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데 뜻을 두었으나, 이 집이 완성된 1566년 54세로 별세했다. 정3품 당상관을 거쳐 담양부사를 마지막으로 귀향했으니, 그는 오랜 관직 생활로 이미 건강이 좋지 못했을 터, 도연명을 흠모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삶을 따르지는 못했다. 지금은 당시 부친의 병환을 위로하고자 아들 이경혼이 그린 밀양 12경 진경산수화와 밀양강 언덕 위 금시당이 남아 후세에게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3월 첫머리에 딸 혼사가 있었다. 혼사를 준비하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중, 취업 이후 한 치의 오차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딸을 걱정하는 나에게, 아내가 말해주었다. 젊은 날의 당신도 송곳 같았다고.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거나 글을 썼고, 학생의 실수나 오류를 좀처럼 용인하지 않았다. 자신을 엄격히 몰아갔기에 주변 이들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싶다는 제자에게, 연구 능력이 부족하다며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던 기억은 후회의 못질이 되어 마음에서 빠지지 않는다. 아내가 송곳 같았던 나를 얼마나 배려했을지, 그런 아버지를 두어 자식은 원망이 얼마나 컸을지, 내 그릇된 말과 행동이 가을 금시당 은행나무 잎보다 무수했음을 깨닫는다. 알고 싶은 것이 많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전공인 문학뿐 아니라, 철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 자연과학까지 책을 쌓아두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아는 것이 많아 똑똑하다는 소리에 우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여 시비 가리기를 중시했고, 그러한 신념이 나를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겨울이면 도연명과 이광진을 떠올리며 금시당을 찾는다. 금시, 지금이 옳은 삶, 이러한 삶은 지난날의 내 그릇됨을 끊임없이 돌아보아야 가능하다. 가을 금시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번성했으나 지금은 적요만이 남은 겨울 금시당, 그 뜰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를 본다. 그토록 풍성한 잎들을 모두 떨구고도 여전히 당당한 은행나무를 흠모한다. 세월이 앗아간 열정과 그동안 이룬 성취를 그리워하기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지금이 옳은 삶을 살고자 다짐한다. 각금시, 오늘이 옳았음을 깨달으려면, 이작비, 지난날이 잘못되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지각(知覺), 알아야 깨닫는 것이 인생이다. 깨달은 이는 필시 뉘우치며, 뉘우치는 이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깨닫고 뉘우쳐 과거의 나를 바로잡아, 지금이 옳은 삶을 살아야 함을, 금시당은 내 어깨를 토닥이며 일러준다. 금시당은 겨울이 좋다.
[백재파의 생각+] '잭팟'은 없다
지난 13일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형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한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부산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로 인한 부작용은 적절히 규제하고 복합리조트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부산상의에서 추진하는 복합리조트는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상의는 2017년 북항 재개발을 계기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했으나 오픈 카지노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로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간헐적으로 복합리조트의 필요성을 주장해 오다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연계해 8년 만에 다시 본격적으로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언급한 것이다. 복합리조트 유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글로벌 허브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이 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해 하루빨리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천은 벌써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이며 태국과 일본 오사카는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할 2030년경 복합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어서 부산도 시급히 복합리조트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게 된다면 세수 증대를 포함해 엄청난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2017년 샌즈그룹은 북항 복합리조트 조성에 6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으며 이때 부산상의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복합리조트 조성에 따른 경제 효과가 4년간 2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 1만 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지노 사업을 사행산업으로 규정해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국인 출입에 있어서 도박 중독자 출입 금지, 출입 가능 일수 제한 등의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칠 정도의 장밋빛 전망이다. 부산의 경쟁 도시 인천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2023년 12월 인천에는 미국 인디언 모히건 부족의 카지노 회사인 모히건이 약 2조 원을 투자해 축구장 64개 넓이의 부지에 5성급 호텔, 1만 5000석 규모의 공연장,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가 문을 열었다. 인스파이어는 개장 전 향후 30년간 약 167조 원의 생산 효과, 60조 원의 부가가치 효과 등 230조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장 1년 만에 1500억 적자를 내고 결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경영권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베인캐피탈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일부 시설 운영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2046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한다는 처음 모히건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스파이어 건설 시 지역업체 참여와 고용 창출, 낙수효과 등을 기대했으나 지역업체는 전체 공사 금액 1조 2000억 원의 1.34%인 163억 정도만 하도급을 받았다고 한다. 또 공사에 투입된 인력 중 지역 인력은 8%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카지노가 세금을 많이 내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국세여서 지자체가 가져갈 세수도 많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카지노 산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그런데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열게 된다면 오히려 지역에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오픈 카지노를 운영하게 되면 지역 주민의 돈이 카지노에 들어가고, 그 돈이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이 연간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강원랜드 외 16개 카지노 전체 매출 합과 비슷한 규모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많은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지는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자명하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도박 산업과 함께 공존하는 성매매와 마약 산업의 활개, 개인의 도박 중독과 그로 인한 가정 파탄 등 무수히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조 원에 달한다고 해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단번에 활성화하겠다는 꿈은 좀처럼 터지지 않는 잭팟과 같다. 느리더라도 우리 지역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 대학과 함께 육성해 수도권 기업 못지않게 좋은 대우를 해 줌으로써, 이들이 부산에 정주하며 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 때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베토벤의 '카바티나', 우주로 날아간 소리
흔히들 현악 4중주를 ‘실내악의 꽃’이라 한다.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공배수를 구현하고자 하는 작곡가들의 정신이 현악 4중주에 녹아들어 있다. 바로크 시대 트리오소나타에서 통주저음부가 독립하여 하나의 성부를 이루게 되면서 4개의 성부를 지닌 현악 4중주로 발전했다. 보통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 구성으로 연주하는데, 이런 현악 4중주 형태는 스카를라티, 타르티니 등에서 시작되어 하이든에 와서 정착되었다. 이후 모차르트는 27개 현악 4중주를 작곡했고, 베토벤은 16개 현악 4중주로 이 분야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은 베토벤 현악 4중주를 “베토벤 음악 미궁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라 했다. 교향곡 9번까지 끝낸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인생의 마지막 시점인 1825년과 1826년에 기력을 다해 써 내려간 분야가 현악 4중주였다. 이 시기에 작곡된 12번부터 16번까지의 다섯 곡을 후기 현악 4중주라고 한다. 그중에서 현악 4중주 13번은 1825년 11월 작곡하여 이듬해 3월 21일 빈에서 슈판치히 4중주단의 연주로 초연했다. 초연 후 2년이 지난 1827년 갈리친 후작에게 헌정하면서 출판했다. 원래 6개 악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6악장이 ‘대푸가’라는 어마어마하게 격렬하고 현대적인 곡이었다. 출판사가 이대로는 출판할 수 없다고 설득하여 다른 곡으로 6악장을 대체하고 ‘대푸가’는 Op.133으로 독립시켰다. (그러나 요즘은 베토벤의 정신을 존중하여 6악장에 ‘대푸가’를 배치하여 연주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는 현악 4중주 13번의 심장은 5악장 ‘카바티나’(Cavatina)에 있다고 생각한다. 베토벤이 부른 ‘백조의 노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적한 아름다움이 빛난다. 알반베르크 4중주단, 이탈리아노 4중주단, 린지 4중주단, 에머슨 4중주단 등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명반이 있지만, 오늘은 부다페스트 4중주단의 고색창연한 연주를 다시 들어본다.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인 1977년에 미국이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를 발사했는데, 그 속에 ‘골든 레코드’라는 걸 실어놓았다. 레코드 속에는 혹시나 만날지 모르는 생명체에게 지구의 소리를 전하기 위해 각 나라의 인사말과 함께 24곡의 음악을 새겨넣었다. 그중에 한 곡이 바로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 ‘카바티나’였다. 보이저호는 ‘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이자 가장 먼 곳에서 통신을 계속해오고 있는 항해자이다. 아직도 우주의 어느 곳을 떠돌고 있을 이 물체에 실린 ‘카바티나’를 듣고 답할 수 있는 미지의 통신원이 있을까?
살찐 고양이, 귀여워도 '자율급식' 안 돼요~
영무파라드, '제1회 파라드 펫페스타' 개최
‘반려동물과’의 모든 것, 무엇이든 물어보개
대선소주, 앞으로 스마트팩토리서 생산
복지문제에 앞장선 동원개발, 부산시장 표창
아이오니아에너지, 가상발전소로 '제2 도약'
해운대구 헌혈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가르칠 교수·장비 없는데 정원만 늘리면 뭐 하나”
커져만 가는 ‘김건희 리스크’
“적자 보느니 세워 두는 게 낫다”… 결국 전면 휴업 선언한 택시회사
“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박형준 시장 ‘용인술’ 주목
MZ세대 ‘탈부산’ 월 33만 원 때문에…
손실보전금 미끼 보이스피싱 기승… 소상공인 두 번 운다
부산항 부두 내 쌓인 화물처리에 분주… 항만 기능 빠른 회복세
'기적'서 연기 가능성 다진 임윤아 “다채로운 변신 응원해 주세요”
[BIFF] “‘오징어 게임’ 흥행은 봉준호 감독 ‘1인치 장벽’ 무너진 순간”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기약 없는 부전마산선 개통, 올해도 물 건너갔다
반얀트리 개장 어떻게 되나… KB부동산신탁에 쏠린 눈
사직구장 ‘예매 대란’ 아이돌 공연 뺨치네
부산 고위공직자 출신 62억 원 상당 전세사기 임대업자, 검찰에 구속 송치
[단독] 정어리 폐사 골머리 마산만, 이번엔 숭어 떼 출현
'고라니인 줄 알고' 자전거 탄 40대 1t 트럭으로 들이받고 달아난 50대…집유
김석준·정승윤·최윤홍 첫날 일제히 출정식, 탄핵 정국 속 정치 대결 우려
양양 해변서 실종된 다이버, 7시간 만에 발견… 부서진 서핑보드 잡고 버텨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 벼랑 끝 여론조사 합의
[부전마산선 개통 지연 무슨 일] “또 무너진다” vs “원안대로”… 해법 못 찾고 ‘오리무중’
새벽 치킨집 침입한 40대…통닭 2마리 직접 튀긴 후 훔쳐 [이슈네컷]
흰여울문화마을~태종대 해안 보행로, 올해 9km 넘게 연결한다
오만 잡고 월드컵 본선행 확정
부산 BNK 썸, 창단 6년 만에 첫 우승…챔프전 MVP 안혜지
자이언츠의 미래, 젊은 패기 뽐낸다 [롯데 신인선수]
장발 삭둑 김원중·13kg 감량 유강남 '초심 찾았다' [롯데 마무리 투수&포수]
[2025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50년 '다시, 환희'
전력은 7위, 목표는 가을야구… ‘거인’ 꿈은 이뤄질까
확실한 주전 없는 유격수, 구멍 메우기가 최대 관건 [롯데 내야수]
부상 SF 이정후 토요일 복귀 가능성
“우리가 미래 우생순”… 경남 고성에서 핸드볼 꿈나무 잔치
신유빈-유한나 복식조… 한국 탁구 새바람 기대
김태형 감독 “올해는 무조건 가을야구 갑니다”
외야 펜스 낮아져 힘보단 ‘수비’ 중요 [롯데 외야수]
기대보단 아쉽네…뒷맛 밍밍한 스파이 영화 <블랙 백> [경건한 주말]
'2TV 생생정보' 울산 보쌈정식 1만원 26가지 반찬, 신정동 옹기골식당…택시맛객(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이것은 대선인가 교황 선거인가…치밀한 정치 스릴러 ‘콘클라베’ [경건한 주말]
진영·바로(차선우), B1A4 탈퇴한 이유
'2TV 생생정보' 울산 생가자미찌개&아귀수육, 태화동 밀양시골밥상…택시맛객(생생정보통 맛집오늘)
'TV는 사랑을 싣고' 우지원 '한상수 전희철과 삼총사…서장훈 이상민과도 알아'
'생방송투데이' 6000원 간장게장·갈치조림·생선구이, 용인 군산간장게장…맛있GO싸다GO(오늘방송맛집)
'TV는 사랑을 싣고' 우지원 '고된 농구 훈련에 서장훈과 도피 일탈'…버팀목 되준 친구 한상수 찾는다
'2TV 생생정보' 45년 세탁 장인, 마포구 용강동 미도세탁소…오래된 일터 행복한 장인
데미안, 헤르만 헤세 소설…방탄소년단(BTS) '피 땀 눈물' 수록된 앨범의 모티브(옥탑방의 문제아들)
'2TV 생생정보' 소고기수육전골, 고양 일산 중산동 신라면옥…고수의부엌(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영화 '눈길' 줄거리는? 김새론X김향기, 칭찬받아 마땅한 배우들
‘“이 대표가 체포 1순위” “국민 분노 표현했을 뿐… 여야, ‘몸조심’ 발언 공방
[단독]민주 사무총장 부산 잠행, 냉담한 지역 민심 위기 느꼈나
헌재, '늑장 판결' 비판에도 장고... 늦어지는 이유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합의…18년 만에 연금개혁 ‘초읽기’
교육감 선거 '역풍' 견제하는 부산 與 의원들
모수개혁 접점 찾은 여야…연금개혁안 오늘 본회의 문턱 넘을까
한덕수 탄핵, 尹 먼저 선고… 헌재 결정문 '예고편' 되나
이재명 선거법 2심도 중형 땐 ‘대선 출마 반대’ 51%
한 총리 탄핵심판 24일에 선고… 윤 대통령보다 먼저 결론 낸다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다… 연금개혁 18년 만에 '급물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18년 만에 연금개혁
여 “초조한 야당이 기각 증거”라는데… 야는 “여당 비해 헌재 정보 없어”
옛 그랜드호텔 일대에 세계적 특급 호텔
광안대교 앞 ‘노른자위’ 땅, 27년 만에 개발 물살 타나
금융 공기업 떠나는 2030… 옛말 된 ‘신의 직장’
로또복권 신규 판매인 1600명 모집…연 평균 수수료 수입 2100만 원
에코델타시티 그린데이터센터, 국내 최대 규모 전력 공급
서울 ‘불장’에 민감한 정부, 지방 ‘물장’엔 둔감
'역대 최장 기간 금지' 공매도 이달 말 재개… 바이오·이차전지 타깃 전망
[단독] 지역 건축가 협업 의무화, 부산만의 정체성 살린다
열차 승객 노트북·태블릿 7번 훔친 베트남인 검거…가방에서 슬쩍 다음역 하차
BNK부산은행, 제4인뱅 유력 소호뱅크에 전격 합류
작년 부산 혼인 1196건 증가…초혼 남 34.2세, 여 32.0세
관세전쟁 속 연준은 비교적 신중… 기준금리 4.25∼4.50% 동결
바둑판 위 인생 그린 영화 ‘승부’… 우여곡절 끝 빛 본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0일 목요일(음 2월 21일)
“4번의 암 진단… 조기 발견해 모두 수술 성공” [나는 이렇게 암을 극복했다]
개관 앞둔 부산콘서트홀, 시범공연 2분 만에 매진
동백꽃과 수선화의 향연, 거제에서 봄꽃 마중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2일 토요일(음 2월 23일)
“가슴 먹먹했수다…” 중장년들까지 눈물 바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3일 일요일(음 2월 24일)
'맨발 걷기 좋은 도시 부산', 어싱 어디까지 가 봤니
‘알라딘’ 부산 공연 7월 11일 개막 확정
‘오겜2’ 휘어잡은 노재원, 연기 근육 키운 독립영화 몰아보기
박물관과 함께하는 뜻깊은 역사 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