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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필요 없다”

“왕은 필요 없다”

‘홀로 있을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be let alone)’ 미국식 자유 개념의 정수다. 1928년 국가 기관에 의한 전화 도청의 위법성을 다투는 재판에서 루이스 브랜다이스 대법관이 낸 소수 의견에서 비롯했다. 브랜다이스에 따르면 개인이 간섭받지 않을 자유란 “문명 사회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소중한 권리”다.이 개념은 미국 독립전쟁에 맞닿아 있다. 18세기 영국 국왕의 과세와 간섭에 저항하며 시작된 독립혁명은 단지 정치적 독립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권리를 권력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선언이었다. “우리는 어떤 왕도 섬기지 않는다!” 피식민지인들은 1776년 필라델피아 의사당에서 독립선언서를 공포하면서 ‘이 땅의 모든 주민에게 자유를 선포하라’는 성경 구절을 새긴 ‘자유의 종’을 울렸다.“No Kings!” ‘왕은 필요 없다’는 구호가 지난 주말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된 ‘손 떼(Hands Off)’ 집회 현장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와 언론, 대학에 대한 무시와 노골적 통제로 시민 사회의 반발을 자초했고 앞선 2020년 대선 결과를 불복해 민주주의 훼손을 비판받고 있다. 삼권분립 위에 군림하고 민주적 절차를 뛰어넘어 왕처럼 통치한 데 대한 저항인 것이다.‘손 떼’ 구호에 정부가 시민의 자유, 개인의 권리와 삶에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면, ‘왕은 필요 없다’는 비민주적 권력에 대한 저항 의지를 드러낸다. 특히 ‘왕은 필요 없다’는 건국 정신에 대한 집단 기억을 소환하며 정체성과 체제 수호의 의미로 확장된다.인류 최초로 ‘왕이 없는 국가’의 이상을 실현한 미국에서 대통령제와 삼권분립제가 탄생했다. 미국의 자유주의는 나치즘, 파시즘,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와 근본적인 대립 전선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승리를 견인함으로써 인류의 진보를 이끌었다. 하지만 원조 대통령제 국가도 시대 변화에 부침을 겪는다. 스스로 구축한 글로벌 질서를 무너뜨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다.미국에서 벌어진 ‘제왕적 대통령’ 비판 시위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한국은 민주주의마저 압축 성장해 온 탓에 ‘5년마다 투표로 왕을 선출’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 왔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남긴 교훈은 권력 분산이다. 조기 대선이 끝나면 개헌이 시급하다. 제7공화국에 제왕적 대통령은 필요 없다.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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