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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날씨 자녀 경보

[밀물썰물] 날씨 자녀 경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밭에서 일하던 어르신이 온열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곤 한다. 장마가 물러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데 고령화가 심한 농촌이 기상 재난에 더 취약하다. 이상기후로 온열질환자가 급증 추세여서 농촌에 부모를 둔 자식들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580명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지난해도 역대 최대였고 32명이 사망했다.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32%)이 가장 많았지만 논·밭(14%)도 만만찮은 비율이었다.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부산기상청의 ‘자녀 경보’ 서비스가 새삼 화제다. 기상청이 보호자에게 ‘내일 창녕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르니, 외출 자제하고 물 자주 드시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라고 어르신들에게 안내 부탁드려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자녀가 ‘엄마, 오늘 폭염이래요. 밭에 나가지 말고 꼭 집에 계셔야 해요’ 하고 전화하는 식이다. 폭염 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에 따라 안내 메시지 내용도 달리한다. 날씨가 사람 생명이나 신체,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요령을 제공하는 ‘영향 예보’의 일환이다.부산기상청 예보과 김연매 사무관이 처음 제안해 2022년 경남 창원시 대산면 한 마을에서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했고 지난해 경남 창녕군에 본격 도입했다. 창녕은 밀양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폭염이 극심한 지역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직원들이 창녕을 직접 찾아 어르신들을 만나고 자녀 연락처를 확보했는데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기상청에 확인 전화도 줄을 이었다. 설득 끝에 정책 취지에 공감한 보호자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이젠 감사 전화도 받는다. 직원들은 한 건을 보내도 받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재난문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자녀 경보’가 도입된 지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밀양에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점차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덕수 총리가 재난 대응을 강조하며 ‘자녀 경보’를 소개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정성이고 집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슈퍼컴퓨터에 이어 인공지능(AI)이 기계학습을 통해 정확성을 높인 예보 모델을 개발해 곧 상용화한다고 하는 시대다. 아무리 디지털 문명이 발전해도 기계가 사람의 정성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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