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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극전사 파리올림픽서 국민 즐겁게 할 선전 바란다
제33회 프랑스 파리올림픽이 현지 시간으로 26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간 27일 오전 2시 30분)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21개 종목에 26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 이내 입상을 목표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국내 열기는 예전만 같지 않다. 한국은 이미 알려진 대로, 여자핸드볼을 제외한 모든 구기 종목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은 국내외적으로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안으로는 우리 선수단의 선전을 통해 국민들이 즐거움을 얻을 기회이고, 밖으로는 역사상 최초의 ‘친환경 올림픽’으로서 국제사회의 기대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을 이용하거나 혹은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가설 경기장을 만든 점이 주요 특징이다. 그동안 개최 도시가 대규모 건설 위주로 방향을 잡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경기장 대다수를 10km 이내에 위치시켜 이동량과 교통량을 최소화한 것도 주목된다. 이 모든 것의 배경을 이루는 것은 바로 기후위기에 대한 각성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프랑스가 올림픽을 친환경 전환의 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의기투합했고 마침내 그 시험대 위에 선 것이다. 이미 올림픽을 치른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 그리고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올림픽에 대한 국내 관심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먼저 한국팀이 예상 밖 초라한 성적을 거둔 지난 도쿄올림픽에서의 기억이 생생하다. 메달 집계 16위를 기록하며 1984년 수준으로 크게 후퇴했는데, 선수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 세대교체 과제의 미흡, 정부 지원의 한계 등 여러 요인이 지적을 받았다. 선수단 규모가 1976년 이후 역대 최소인 이번 올림픽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적은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11회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여자핸드볼 말고는 구기 종목은 죄다 몰락했다. 한국 축구의 충격적 본선 탈락이 그 정점을 찍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번 파리올림픽의 슬로건은 ‘와서, 함께 나누자’이다. 올림픽 정신을 공유하면서 기후위기 극복과 세계 평화를 발원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올림픽 정신은 갈고닦은 실력, 불굴의 투지, 정정당당한 승부 속에서 빛을 발한다. 한국 선수단 역시 이런 마음가짐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지금은 우리 국민들의 지친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다.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폭염, 바람 잘 날 없는 정쟁, 우울한 경제 지표 앞에서 하루가 멀다고 어깨가 짓눌린다. 이럴 때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는 한 줄기 청량제가 되고도 남는다. 이번 올림픽이 국민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시간이길 기원한다.
[사설] 대저·장낙대교 건설 본궤도, 서부산 발전 주춧돌 되길
서부산권의 극심한 교통난을 해소할 낙동강 횡단 교량인 대저대교와 장낙대교의 건설 사업이 24일 마침내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으면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최대 쟁점이었던 낙동강 하구의 철새 서식지에 대해 부산시가 지속적인 환경보호 방안 등을 약속하면서 사업을 추진한 지 약 10년 만에 외부 기관의 허가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철새 서식지 환경보호와 서부산권 교통난 완화라는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 없는 두 가치의 상충을 극복하고 차선책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양 대교 건설이 첫 삽을 뜨게 된 만큼 2029년 준공 목표에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대저·장낙대교 건설의 필요성은 서부산권 개발과 맞물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대저대교는 2006년도에 이미 국토교통부의 제1차 교통혼잡도로 개선 사업에 선정됐고, 장낙대교는 2017년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될 정도로 그 필요성에는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교량 건설 장소와 철새 서식지인 낙동강 하구가 겹치면서 이곳의 환경보호 대책이 최대 논란거리가 됐다. 필수 요건인 낙동강환경유역청과 국가유산청의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시의 부실한 행정까지 더해져 대교 건설은 거의 10년간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사이 논란만 비등한 채 주민 고통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이번 국가유산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는 철새 서식지 보호와 관련한 논란을 일단락 짓고 본격적인 교량 건설 사업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기로 꼽힌다. 주지하다시피 서부산권과 도심을 잇는 교량 건설이 계속 지연되면서 서부산권은 지금도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기존 교량은 벌써 포화 상태가 됐는데 국제물류도시와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상업 시설과 주거 단지는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도 극심한 교통 혼잡이 갈수록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부산권의 앞날을 고려하면 두 대교가 맡을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고 중할 수밖에 없다. 대저·장낙대교 건설의 걸림돌이 해소된 만큼 이제는 준공 목표에 맞춘 차질 없는 공사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시는 대저대교의 경우 내달부터 보상 업무와 함께 공사를 시작하고, 장낙대교는 올 연말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내년 2월께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교량 건설을 기다려온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2029년 12월 준공에 더는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 또 이 지역의 교통체계도 함께 개선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의 결정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지역 환경단체의 제안이나 의견도 유연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개발과 환경 보호는 교량이 건설된 이후라도 계속 남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설] 예측 못한 '물 폭탄'… 만반의 고강도 대비책 마련해야
이상기후가 심화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극한 호우’가 일상화되고 있다. 24일 오전 2시께 부산에는 시간당 강수량 83.1mm가 기록되면서 ‘하늘에서 폭포수가 쏟아졌다’라는 비명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영도 166.8mm를 비롯해 원도심인 중·서·사하·동구는 150mm에 육박하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돌풍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이날 오전 2~3시 사이에 집중돼 상당수 시민이 밤잠을 설쳤다. 폭우로 인해 새벽에 사하구 신평동에서 주택이 침수돼 80대 남성이 구조되고, 지하주차장이 무릎까지 물이 차는 피해를 입었다. 119구조대원의 신속한 구조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위험한 순간이었다. 기상청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다. 기상청은 폭이 좁은 장마전선과 물 폭탄을 동반한 저기압 때문에 국지성 폭우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24일 새벽까지 부울경 지역에 5~20mm의 비가 가끔 내리겠다”라고 예보했지만, 오전 1시를 기점으로 호우주의보, 오전 1시 30분에는 호우경보로 위험 경고 수준을 연이어 높였다. 30분 사이에 누적 강수량이 30mm 이상이 높아질 정도로,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시간당 강수량이 ‘관측 사상 최고치’ ‘200년 만의 폭우’를 기록하는 것은 예사일 정도이다. 잦은 기상 이변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기후 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기후 예보의 정확성 고도화와 함께 재난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최근 장마전선은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 한밤중에 천둥을 동반한 폭포수 같은 비를 뿌린다. 대피 및 구조가 힘든 야간에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패턴화되면서, 재난 대책 기준을 높이지 않으면 인명·재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2020년 7월 초량동 제1지하차도의 침수와 3명 사망, 2022년 포항제철소 침수 참사도 모두 야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시간당 50mm 비가 내리면 시야 확보가 어렵고 100mm 이상이면 인공구조물 파손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재난 당국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 인간의 예측과 경험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영도에 내린 집중 호우가 2~3시간 이상 지속하면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감당 못 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예측 못한 물 폭탄이 연례행사처럼 일상화됐다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부산시와 일선 구·군청은 재난 대비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침수가 잦은 지역과 취약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보강하고 초기부터 신속히 대처해 비 피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하차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반지하 주택, 저지대 주택가, 옹벽 등 위험 지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재난에 대비해 주민 대피와 인명 구조 등 재난 구조 체계에도 예산과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 기상 이변의 시대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밀물썰물] 날씨 자녀 경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밭에서 일하던 어르신이 온열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곤 한다. 장마가 물러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데 고령화가 심한 농촌이 기상 재난에 더 취약하다. 이상기후로 온열질환자가 급증 추세여서 농촌에 부모를 둔 자식들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580명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지난해도 역대 최대였고 32명이 사망했다.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32%)이 가장 많았지만 논·밭(14%)도 만만찮은 비율이었다.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부산기상청의 ‘자녀 경보’ 서비스가 새삼 화제다. 기상청이 보호자에게 ‘내일 창녕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르니, 외출 자제하고 물 자주 드시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라고 어르신들에게 안내 부탁드려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자녀가 ‘엄마, 오늘 폭염이래요. 밭에 나가지 말고 꼭 집에 계셔야 해요’ 하고 전화하는 식이다. 폭염 단계(관심·주의·경고·위험)에 따라 안내 메시지 내용도 달리한다. 날씨가 사람 생명이나 신체,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요령을 제공하는 ‘영향 예보’의 일환이다.부산기상청 예보과 김연매 사무관이 처음 제안해 2022년 경남 창원시 대산면 한 마을에서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했고 지난해 경남 창녕군에 본격 도입했다. 창녕은 밀양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폭염이 극심한 지역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직원들이 창녕을 직접 찾아 어르신들을 만나고 자녀 연락처를 확보했는데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기상청에 확인 전화도 줄을 이었다. 설득 끝에 정책 취지에 공감한 보호자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이젠 감사 전화도 받는다. 직원들은 한 건을 보내도 받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재난문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자녀 경보’가 도입된 지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밀양에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점차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덕수 총리가 재난 대응을 강조하며 ‘자녀 경보’를 소개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정성이고 집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슈퍼컴퓨터에 이어 인공지능(AI)이 기계학습을 통해 정확성을 높인 예보 모델을 개발해 곧 상용화한다고 하는 시대다. 아무리 디지털 문명이 발전해도 기계가 사람의 정성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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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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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명
정달식
[논설위원의 시선]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이달 10일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단지 인구 구성만이 아니라 사회구조 자체도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 5명 중 1명꼴이 되면서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65세 이상은 노인복지법상 ‘노인’으로 분류돼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는, 이른바 ‘초고령사회’을 코앞에 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노인 인구가 단순히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됐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갈수록 부양 인구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연금 문제를 포함해 노동력 부족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때에 따라서는 세대 간 갈등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미 인구 추계상 예견은 됐었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은 만큼 국가적으로 이에 따른 법률 등 사회 체계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 21세기 중후반 우리나라 사회 체계의 안정 여부가 여기에 달려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노인 인구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 6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26만 9012명의 19.1%에 달한다. 현재의 노인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전체 인구 비중의 20%를 넘게 된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특징은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65세 이상은 677만 5101명으로 전체 13.1%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가 2020년 850만 명에 육박하며 가파르게 증가한 이후 이번에 불과 4년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광역시도 별로 보면 전남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이 26.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 25.35%, 강원 24.72%, 전북 24.68% 순이었다. 부울경을 살펴보면 부산은 23.28%, 경남 21.25%로 모두 20%를 넘었지만, 울산은 16.5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고령화 도시인 부산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전국 특별·광역지자체 가운데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노인 연령 기준은 이미 이슈화 노인 인구 비중 20% 돌파를 코앞에 두고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이슈는 노인 연령 기준의 재조정 문제다. 이 문제는 노인 복지 혜택의 수혜 여부 등 노인 정책의 기준이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앞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65세 이상 인구 역시 계속 늘 것이 이미 분명해진 상황에서 당장 이 기준부터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 65세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에서 시작됐다.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등 주요 노인 복지사업이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의 신체 여건을 비롯해 사회 여건 역시 적잖이 달라진 만큼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노인 인구 급증에 뒤따르는 국가 복지 재정이 큰 부담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연령 재설정은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기준 연령을 1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도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의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령 기준 상향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정년과 연계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불일치 기간이 더 늘어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또 개인별로 천차만별인 노인의 건강, 소득 차이 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연령 기준 적용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연령 재조정은 복지 서비스 대상의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연금·일자리 체계 개선 시급 노인 연령 기준 재조정과 함께 노후 대책으로 꼽히는 연금 개혁 역시 초고령사회의 핵심적인 관심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저출생·고령화 시대는 국민연금 수급과 고갈 문제와 직결돼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현재 만 63세부터 받기 시작하고 2033년 65세로 늦춰질 국민연금 수급 기준은 오는 2055년께 바닥이 드러날 연금 재정을 감안하면 더는 해결 방안을 미룰 수 없는 상태다. 이와 직결된 사안이 정년 연장이다. 대기업 일부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아직 정식 공론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충분한 대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확보와 상충할 수도 있어 섣불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역시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수적인 사안이어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제도권 내 논의는 미진하기만 하다. 이외 무임승차 등 노인 이동권 확보나 노인 기초연금 등 노인의 기본소득 보장, 노인성 질환 등 노인돌봄 강화 정책도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발등의 불이 됐다. 노인 법률 체계도 손봐야 저출생·고령화로 대별되는 인구 상황을 맞아 우리나라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노인 인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해야 한다. 여러 번 나온 말이긴 해도 노인도 국가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세대와의 조화로운 삶과 노인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사회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은 노인 관련 법률 중 대표적인 노인복지법의 대대적인 조정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근래 국회입법조사처가 노인복지법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노인복지법을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복지 분야의 기본법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경청할 만하다. 노인의 인권과 시민권 관점을 바탕으로 노인의 빈곤, 요양·돌봄, 평생교육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원칙을 새롭게 세우고, 이에 맞춰 관련 법률 체계도 재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놔두고라도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업이다. 이를 계기로 노인 연령 기준이나 연금 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도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한 사회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일이다. 하지만 이미 현실로 닥쳤고 벌써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 미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일임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법률 정비와 정책적 실행의 대원칙을 새로이 설정해야 할 시기다.
[데스크 칼럼] 부산공동어시장의 ‘골든 타임’
10년 전 처음 찾은 부산공동어시장 기자실. 2~3평 남짓 공간은 대낮이 무색하게 그늘이 짙게 졌다. 책상에서 슬쩍 보이는 창문 밖 ‘뷰’는 강렬했다. 파란색 위판장 지붕에 흰색 페인트를 흩뿌린 듯 갈매기 떼와 배설물이 가득했다. 탁한 공기에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올해 초 다시 찾은 어시장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기자실뿐 아니라 주차장에서부터 진동하는 생선 비린내, 생선 내장으로 미끈거리는 위판장 바닥도 ‘그때 그 모습’이다. 더는 향수를 자극하는 ‘부산다운 풍경’ ‘관광객 볼거리’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부산 시민이라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09년부터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지난 2012년 어시장 사장 선거 때는 5명 후보 모두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언론에서도 수년에 걸쳐 ‘착공한다’ ‘탄력받는다’ ‘본궤도 오른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시장은 그대로다. 그간 공영화가 무산되는 등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현대화 사업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한 꼴이 됐다. 지지부진한 현대화 사업은 국내 수산업의 이미지도 갉아먹었다. 시설 노후화, 비위생적인 바닥 위판 방식은 생산 효율성을 낮출 뿐 아니라 수산물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샀다. 오죽하면 “부산공동어시장에 가 보면 고등어 먹기가 꺼려진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부산공동어시장과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노량진 수산시장은 9년 전인 2015년 10월 현대화 사업이 준공됐다. 부산공동어시장은 1973년, 노량진 수산시장은 1971년 각각 현재 자리에 건립됐다. 물론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금까지도 구 시장 상인과 서울시 간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시민의 소비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내 최대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머뭇대는 동안, 노량진 수산시장은 인기 TV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도 나오며 관광 명소로 도약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는 올해도 어김없이 총선 공약에 올랐다. 초매식에선 박형준 부산시장이 “현대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 체험 관광·물류 자동화를 두루 갖춘 최첨단 위판장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과 7개 수협 조합장 등도 올해 상반기 착공에 뜻을 모았다. 물론 과거를 보면 단순 구호로 치부할 수 있지만, 관계 기관 모두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올해가 사실상 현대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총사업비가 10% 이상 늘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현재 9.1%까지 사업비가 증액된 상태. 또다시 지연돼 공사비 등이 늘어 사업이 재검토되면 국비 비율이 지금(70%)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 그래도 부족한 예산으로 임시 위판장 설치 여부를 두고 어시장과 부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예산이 더 준다면 미래는 뻔하다. 현대화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기약 없이 밀릴 것이다. 다행히 우려하던 물가 상승분 77억 원도 기재부와 줄다리기 끝에 올해 사업비에 반영했다. ‘대외 걸림돌’은 모두 해소됐다. 다만 부산시와 어시장, 수협 간 세부 설계안, 임시 위판장 설치 등을 놓고 ‘위태위태’한 내부 관계는 이어진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가 장기간 답보하면서 총사업비는 1700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중 국비가 70%, 시비가 20%로, 현대화 사업은 명백한 공영개발이다. 어시장이든 조합이든 정치인이든 자신의 이권만 챙기려는 행태로 또다시 사업이 발목 잡히면, 시민도 더는 혈세 투입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도 더는 ‘낚이지’ 않을 터. 부산공동어시장은 단순히 국내 수산업의 변천사를 간직한 지역 유산이 아니다. 연근해 수산물 유통의 30%, 고등어 위판량의 80%를 책임지는 국내 최대 산지 어시장의 명성은 ‘현재 진행형’이다.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수산업에 접목되는 시대에 최소한의 ‘변화’조차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건 한순간이다. 현대화 사업은 원도심과 연계한 관광·견학 프로그램 개발, 주변 재개발 활성화, 수산업 벨트 조성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가 가치가 상당하다. 국내 수산업의 이미지 개선과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 현대화 사업으로 사라지는 야간 부녀반, 목재 어(魚)상자 등 유·무형의 유산은 기록을 통해 또 다른 볼거리로 활용될 것이다. 지역과 수산업을 모두 살릴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로365] 가상자산 투자자 위한 법·인프라 필요하다
지난 19일 비로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수년간의 입법 심의,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드디어 가상자산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에 예치한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는 별도로 신탁해 관리하고 그 예치금에 대한 이용료, 즉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거래소에 예치해 둔 돈은 보호받게 된다. 거래소에서 횡행하던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되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가상자산 거래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 법의 보호는 여기까지이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장 중요한 가상자산은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거래소가 투자자의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하도록 하고 있을 뿐 그 외 다른 보호 장치는 없다. 주식이나 개인 간 금융(P2P) 투자자 보호 관련 법과 비교해도 보호 수준은 미흡하다. 그래서인지 법률의 명칭도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이 아니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다. 정부는 아직 가상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이 이미 투자의 대상이 되어 있는 현실과 괴리된 상황이다. 적극적인 입법과 규율을 통한 체계화보다는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한 위험과 책임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 돼버린 셈이다. 도박처럼 금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규제권 내로 편입시키지도 않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를 투자자로 부르지 못하고 이용자로 부를 수밖에 없는 ‘홍길동’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2022년 글로벌 5대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면서 고객들의 가상자산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자, 거래소의 막강한 기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자리 잡게 됐다. 그래서 거래소가 예치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을 제3기관에 신탁해 보관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 특히, 보유 단위가 큰 기관투자자나 자산관리인 등 법인 고객들은 거래소에 자산을 맡기지 않고 제삼자 위탁기관인 커스터디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인 주식은 투자자-증권사(중개)-거래소(시장)-예탁원(보관)-지급(은행) 순으로 분권화돼 기능별 전문화가 이루어져 있다. 가상자산의 경우, 이런 모든 기능이 거래소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고, 이번에 시행된 법은 거래소의 시장 기능에만 규제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왜 이런 미흡한 법률이 시행되게 되었는지 아쉬움이 크다. 한두 개 대형 거래소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현 상황은 이 법에 의해 독과점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자유경쟁을 촉진해 독과점의 폐해를 없애야 할 정부가 관리 편의를 위해 작금의 독과점 상황을 묵인 내지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입법권자인 국회에 책임을 돌릴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입법제안권에 비춰 보면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을 더욱 왜곡시키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지금 한국에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법과 인프라가 없다. 법은 경제, 사회 현상에 후행할 수밖에 없다. 여야 간 극심한 대치 정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법률이 제때 마련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토큰증권 관련 입법이 불발되면서 수많은 업체가 유탄을 맞았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법이나 규제의 제정보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한 차원에서 필자는 블록체인 핵심 도시인 부산에서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면 관련 산업을 선도해 나갈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부산시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는 매년 규제 특례 대상이 될 만한 사업을 선정해 중앙 정부에 규제 특례 심사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부산시에 규제 특례 부여에 대한 승인 권한이 없어 제도상 한계가 있다. 부산시가 반드시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규제 특례 제도를 활용할 필요는 없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모범이 되는 인프라 구조를 구현해 보이면 된다. 민간사업인 BDX가 중심이 돼 여러 인프라 기업과 손을 맞잡고 기존 거래소가 갖는 독점적 기능을 분권화, 전문화한 생태계를 선보인다면 정부 규제가 그에 맞춰 성문화될 수 있고, 규제자유특구로서 새로운 규율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는 주도자는 아니지만 촉진자로서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가상자산이 블록체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블록체인에 관한 관심과 자본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아니라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제정의 밀알이 되는 사례가 부산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시론] 가덕신공항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에 거는 기대
미국과 중국, 동남아, 유럽으로 기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주 항로에 위치한 부산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해운·항만·물류 중심도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70%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데다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 환적화물 처리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여기에 가덕신공항 건설이 2029년 말 개항을 목표로 올해 착공하게 됨에 따라 부산이 세계적인 육해공 복합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31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이 부산지역 여야 국회의원 18명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폐기됐다가 22대 국회가 시작되자 ‘부산 여야 의원 협치법안 1호’로 다시 발의된 것이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특구 지정과 특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돼 부산이 세계적인 물류 중추 허브도시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 필자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양인이다. 1980년 미국 해운선사의 파나맥스 선박에서 한국 최연소(27세) 상선 선장이 됐으며, 부산항 도선사로도 20년 이상 활동했다.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시절인 2005년 부산 신항이 처음 개장할 때부터 국내외 선주들에게 ‘안전한 항만’이라는 굳건한 신뢰감을 심어주고 신항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항만을 이용하는 선사들은 기항지를 선택할 경우 시설 같은 물리적 요인도 보지만 항만 서비스의 질을 최우선시한다. 대규모 첨단 항만시설을 갖춘 부산 신항의 경우 인근에 국제공항인 가덕신공항이 개항하게 되면 최첨단 복합물류 시스템이 구비되는 셈이어서 차별화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부산항은 중국의 경쟁 항만들보다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며 세계 최상위권 메가 허브항으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돼 하루빨리 개항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도 부산항에는 여건상 대형 항만시설을 갖추기 힘든 일본의 환적화물이 몰리고 있다. 부산이 현재와 같이 1년 365일 쉴 새 없이 하루 24시간 하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성 높은 글로벌 물류도시라는 명성을 지속적으로 쌓아 나간다면 세계 1위 싱가포르항을 능가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유럽 최대 무역항으로 발돋움한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세계 시장의 중심부에 위치하게 된 사례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반경 480km 이내에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있어 유럽 최대 환적항으로 자리매김했다. 로테르담항 배후에는 화물의 보관, 분류, 포장, 집화, 배송을 위한 대규모 물류단지도 조성돼 있다. 이 단지는 도로, 철도, 내륙 수로 등 복합물류 시스템 강화를 통해 유럽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와도 원활하게 연결된다는 게 경쟁력이다. 이같이 세계적인 물류 허브도시들은 항만이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망으로 잘 연결돼 있다. 특히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은 대형 항만시설을 바탕으로 복합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적인 메가 허브항으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벨 알리항 역시 전략적인 공항 개발과 복합물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공항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며 세계적인 자유무역 물류 허브항으로 급성장한 경우다. 부산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싱가포르항 등 세계 굴지의 항만이 걸어간 성장 패턴을 따라 해상, 항공, 육상까지 막힘없이 연결하는 복합물류 체계를 갖추면 머지않아 글로벌 허브도시의 위용을 갖게 될 것이다. 부산 신항과 가덕신공항이 연계성을 극대화할 경우 신항 주변은 국제적인 투자처로 새롭게 인기를 끌며 부산과 국가의 발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한몫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며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 바로 부산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다. 따라서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해 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키울 특별법안 통과가 328만 부산시민의 간절한 염원 중 하나임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명품을 찢어서 만든 작품
여기에 루이비통 백이 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이어붙인 흔적이 있다. 누군가가 조각난 가방의 부분들을 가까스로 원상 복구한 모양새다. 가방과 함께 전시되고 있는 영상을 보니 더 놀랍다. 영상 속의 누군가가 루이비통 백을 언박싱 한 후에 갑자기 그것을 가위로 오리고 찢어버리기 시작한다. 가방이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형태가 되었을 때 그는 다시 가방 조각들을 접착제로 이어붙여 원래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고가의 명품을 애지중지 아끼지는 못할망정 영상 속의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단 말인가. 이 작품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광기의 ‘뉴리메이크(NewRemake)’ 연작 중 하나다. 그는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통해 동시대의 통념에 도전하고 정형화된 제도에 균열을 내고자 시도해왔다. ‘뉴리메이크’는 석고상, 다기 세트, 전화기 등 여러 가지 상품들을 강제로 해체하여 그것의 용도를 무용(無用)하게 만든 후 다시 작가의 개입을 통해 재조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본 작품은 흔한 일상의 용품이 아닌, 2008년 기준 정가 2백 2십 4만 5,000원의 가치를 지녔던 명품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더욱 강렬하고 대담한 인상을 심어준다. 최초 기백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이 물건이 무용지물의 상태로 변신하는 데는 그닥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작 가위질 몇 번에 형편없어진 외양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쾌한 배경음악은 이 파괴의 행위에 한층 리듬감을 더해 주기까지 한다. 결국 이 가방의 최종 운명은 ‘원형의 모습에 가까워진 뉴리메이크 루이비통 백’이다. 다르게 말하면 작가의 노동력이 더해진 새로운 정신이 깃든 백이다. 바로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작가가 재조립하여 탄생한 뉴리메이크 루이비통 백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될까. 누군가는 멀쩡한 가방을 조각내놨으니 아무리 접착제로 붙일지언정 한낱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티스트의 찢고 이어붙이는 수고로움, 그리고 창작이라는 정신적 가치까지 덧붙여진 결과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오래된 명품을 다른 형태로 리폼하는 행위에 대한 논쟁을 본 적이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옛 물건을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루었지만 일각에서는 수선된 물건을 여전히 해당 브랜드 제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기도 했다. 혹자는 수선하는 장인들의 솜씨가 더해졌으므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명품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상품의 가치는 상대적이고, 그 전이과정은 자유분방하다. 작품은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이 찰나의 사이에 형편없어지기도, 경이로워지기도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루이비통 백을 다루는 작가의 손놀림은 가벼워 보인다. 그 가격이 어떠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말이다. 이해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기름 가득이요"… 어떻게 알고 멈추지? [궁물받는다]
물속에 갇힌 듯 습하다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가 반복되는 나날입니다. 하루에도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자차로 이동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주유 기계는 기름이 가득 찬 것을 어떻게 아는거지?" 주유와 관련된 궁금사항을 (사)한국주유소협회에 문의해봤습니다. - 비가 많이 온다면 보관된 기름에 빗물이 섞일 가능성은 없나 주유소는 기름을 공급받으면 지하 저장탱크에 유종별(고급휘발유, 휘발유, 경유, 등유)로 저장하고 있다. 지하에 보관하는 만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들어가지 않는지 걱정될 수 있으나, 뚜껑이 밀봉되어 있어서 물이 들어갈 염려는 없다. 다만, 매우 드물게 주유소가 침수되거나 장기간 물에 잠겨있는 경우, 탱크나 배관에 틈새가 발생할 경우에 물이 종종 혼입되기도 한다. 때문에 협회는 정부와 함께 장마청이나 집중호우 시 수분 유입 확인 후 기름을 판매하도록 주유소에 안내하고 있다. - 연료를 사용하면 차량 연료 탱크에 공기가 들어갈 텐데, 주유할 때 이 공기는 어떻게 되나 일반적인 공기는 주유 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휘발유의 경우 연료 소모 후 유증기가 생기는데, 대부분의 주유소에는 유증기 회수설비가 의무 설치되어 있어 주유 시 유증기를 지하 저장탱크로 회수하고 있다. - 기름을 '가득' 넣는 것을 선택하면 주유 기계가 자동으로 주유량을 조절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연료통이 가득 찬 것을 인식하는가 흔히 주유건이라고 말하는 노즐은 수도꼭지같이 구부러진 형태의 스파우트가 달려있는데, 이 스파우트의 작은 구멍 안에 감지센서가 있다. 자동차 연료탱크에 기름이 가득 차 스파우트의 구멍이 막히면 감지센서가 작동하고, 자동으로 주유가 중단되는 방식이다. 다만 경유는 유류 특성상 주유 중 생성되는 거품이 휘발유보다 많고 거품 소멸 속도가 늦기 때문에 스파우트 구멍에 거품이 접촉되어 연료탱크가 가득 채워지지 않아도 주유가 멈출 수 있다. -휘발유나 경유는 주유구 입구 크기가 다르다는데 맞다. 휘발유에서 나오는 유증기가 고객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휘발유 주입구가 경유 주입구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졌다. 연료 주입구와 주유기 노즐이 최대한 밀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휘발유 주유기 노즐은 경유 차량 주입구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혼유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고급휘발유와 휘발유의 차이는 휘발유는 옥탄가라는 수치로 품질을 비교한다. 옥탄가는 휘발유가 고온 고압에서 타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수치인데, 높을수록 좋은 품질의 휘발유다. 일반 차량은 고급 휘발유와 일반 휘발유를 같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가급적 자동차 제조사의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좋다. ※ '궁물('궁금한 것은 물어본다'는 뜻) 받는다'는 독자들의 사소한 질문을 받아 전문가들에게 대신 질문해 주는 코너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zoohihi@busan.com)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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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회의법, 무엇? '플랭크 미팅' 회의 시간 79% 단축…'옥탑방의 문제아들' 출제 눈길
8월 안방극장에 ‘사랑’이 몰려온다
'6시내고향' 청양 우족탕, 청양읍 한밭식당 '송해 다녀간 맛집'…42년 전통(고향노포)
'생방송투데이' 기장 장안사 산장, 계곡 속 산장빌리지-토종닭백숙&오리불고기…리얼맛집24시간(오늘방송맛집)
배철수 동생 누군가 봤더니 배철호 PD, MBN 제작본부장 재직
김두관 “부울경 방치하면 차기 대선은 필패”…이재명에 직격탄
'이재명 추앙하며 오버페이스'…김두관, 강성당원 다시 저격
윤 대통령,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 재가
“부산 북구에 스타트업 유치 지원을”
민주당 전대 분수령 'PK 목장 결투'…진짜 당심 드러날까
대저·장낙대교, 현상 변경 허가
尹탄핵 2차 청문회…김건희 여사 등 증인 불출석 충돌
최민희 '뇌 구조 문제' 지적에 이진숙 '명예훼손·모욕말라'
박성훈 의원, '김호중 방지법' 발의…음주운전 도주 원천 차단
4박 5일 필리버스터 vs 탄핵 카드… 여야 방송법 대치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방통위법 본회의 통과
해상 마약 밀수 7년 새 18배 폭증…부산항도 사각지대
글로벌 창업 허브 북항1부두가 뜬다
위메프 2000명 환불 완료..큐텐 계열사로 부실 확산 우려 제기
상속세 자녀공제 5000만→5억으로 올린다
배우자·두 자녀 상속하면 17억 원까지 세금 면제 [세법 개정안]
본격 휴가 성수기 부산 곳곳 축제장 '변신'
부산 수영1구역·괴정5구역 재개발 사업 순항
부산 ‘인구감소지역’ 서·동·영도구 생활인구 150만명…체류인구 더하니 인구 5.1배↑,
소비자원, 티몬·위메프 피해 고객 모집…여행 상품부터(종합)
세법개정안에 종합부동산세 개편 쏙 빠졌다…왜?
[세법개정안] 자녀 상속세 공제금액 5000만→5억원으로
다대 옛 한진중 개발사업, 브릿지론 부담에 우려 커져
포도밭 형태로 무대 둘러싼 객석 클래식 전문 부산콘서트홀 준공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7월 26일 금요일(음 6월 2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7월 27일 토요일(음 6월 22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7월 28일 일요일(음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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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암소, 혈청소를 거쳐 일본으로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