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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원칙대로라면 산은·금융 부처 부산 이전이 마땅하다
올해 4분기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정부가 기관 이전 원칙을 공식화했다. 국무총리를 필두로 관련 부처가 총출동해 발표한 원칙은 기존 원칙의 재확인을 넘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정부의 원칙은 특히 부산에서 초미의 관심을 끈다. 그 원칙을 적용할 경우 부산 이전 당위성이 커지는 기관의 윤곽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관이 부산 이전을 두고 몇 년째 논의만 오가고 있는 산업은행이다. 집권 여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본격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정부의 원칙까지 확고해진 마당이라 산업은행 부산 이전 당위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국토부 장관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서울 잔류 제로 및 집적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국토부 장관 등은 3일 정부청사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는 정부 부처를 발표했다.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이 해당 부처들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1차 이전 당시 잔류 기준 재검토를 통한 서울 잔류 최소화 원칙과 파급 효과 극대화를 위한 기존 혁신도시 중심 이전 원칙을 밝혔다. 이 같은 기존 원칙 재확인을 넘어 정부는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한 이전과 서울에서 더 멀리, 더 빨리 이전하는 기관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보탰다. 서울 잔류 제로 및 집적과 집중이라는 기존 원칙만으로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당위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 잔류 제로로 산업은행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이미 금융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해 있는 부산을 제외하고는 집적과 집중 효과를 발휘할 곳을 찾기 어려워서다. 여기에다 서울에서 더 멀리 더 빨리 이전하는 기관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원칙까지 보태면 서울 대척점의 부산 외에는 산업은행 이전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 정책금융을 떠맡은 산업은행의 부산행 당위성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의 정책과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부산행 당위성으로 발전한다. 정부의 원칙대로라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당연한 귀결이다. 금융정책 결정과 감독, 정책금융 집행이 집적돼야 해양산업과 제조업 기반의 동남권 현장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보태지면 금융위·금감원 부산행도 필연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당위성에 따라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한다. 부산이 제2 금융중심지라 하지만 제3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는 전북의 도전도 만만찮을 테다. 부산은 전북의 연기금·자산운용 중심의 금융과 차별화한 금융정책 현장성 강화 시너지 효과에 대한 논리를 더욱 철저히 다듬어야 한다. 원칙을 현실 결정으로 이뤄내는 것은 결국 논리의 밀도일 것이다.
[사설] 공공기관 통폐합 격랑, 진주혁신도시 위상 추락 안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통폐합으로 인해 경남진주혁신도시가 격랑에 휩쓸릴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현재 524개인 공공기관을 415개로 줄인다고 밝혔다.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달하는 총 109개의 공공기관을 과감히 정비하겠다는 게 정부 발표안의 핵심이다. 공공기관 기술·인력 등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유사·중복기능을 일원화하며 자회사·소규모 기관은 통합하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하지만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자리한 공공기관들이 개편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 경제의 근간이 통째로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경남진주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남동발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세라믹기술원, 중앙관세분석소,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방기술품질원 등 11개의 공공기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진주혁신도시의 핵심 앵커 기관인 LH의 기능 이원화가 공식 확정됐으며,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유관 기관과의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다. 지역 11개 공공기관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기관들이 개편 대상에 오른 것이다. 통합 등으로 기관들의 본사 기능이 타지로 옮겨갈 경우 진주혁신도시가 사실상 빈껍데기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LH의 신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약 160조 원에 달하는 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할할 방침이다. 지역 사회는 분리 조직 중 한 곳이라도 다른 지자체로 이전하거나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LH 부채 비율을 문제 삼으면서 정부가 LH 이원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동안 이어졌다. 이에 앞서 2021년에도 정부는 LH 임직원 비리와 관련, 재발 방지책의 일환으로 쪼개기를 추진했다가 경남 시민사회가 1년 3개월 동안 국회 앞 시위 등을 벌이며 대대적으로 반발하자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기도 했다. 에너지 공기업 효율화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발전 5개사 통합 역시 진주혁신도시 근간을 흔들 뇌관으로 꼽힌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통합 뒤 지역 본부 격하 등이 현실화될 경우 지식·공공서비스 분야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지역 위상 추락이 불가피하다. 지역 균형발전을 기치로 단행된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조성된 경남진주혁신도시는 현재 출범 10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서부경남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둔 현재, 진주혁신도시는 되레 균형발전 퇴행이라는 기로에 놓였다. 정부가 개편을 진행하더라도 진주혁신도시 기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내놓길 촉구한다.
[사설] 부산시장-국회의원 여야 떠나 지역 현안 해결에 총력을
부산시와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9월 정기국회를 맞아 2일 서울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에는 전재수 시장과 이성권 시당위원장을 포함해 국힘 국회의원 17명 전원이 참석했다. 내년도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해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국힘 의원들은 산업은행 이전과 에어부산 통합 문제를 포함한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양측은 이날 ‘부산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앞세워 정당을 초월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향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부산 몫의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에어부산 통합, 가덕신공항 공사비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성권 시당위원장은 산은 이전 관철, 에어부산 통합 등에 대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 시장은 다음 주 산은 회장을 만나는 등 공식·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에어부산 통합에 따른 지역 거점항공사 ‘소멸’ 우려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산은이 밝힌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CC 통합 본사 부산 설치를 비롯해 실질적인 지역 거점 항공사의 존속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당적은 다르지만, 지역 현안에 공감하고 해결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댄 것이다. 부산시가 확보한 내년도 국비 총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예산 확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예산 등 대형 역점 사업은 정부안에 반영됐지만, 시가 새로 추진하는 국비 사업 상당수가 정부안에서 빠지면서 국회 심의 단계에서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 별도로 해수부 내년 예산은 8조 2636억 원으로 올해보다 10.8%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 예산안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2.8%나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해수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에 그쳐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협의회에서 제시된 현안들은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들이다. 국비 확보는 지역의 미래와 산업의 부흥을 위한 필수 과제다. 부산의 여야가 지역 발전이란 대의 앞에서는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모적인 정쟁이나 보여 주기 식 행정을 배제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예산정책협의회를 계기로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협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긴밀한 소통 네트워크를 유지해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지역 현안 해결의 성패는 말뿐인 협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에 달려 있다.
해양수도와 예산 홀대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제2도시이자 유럽 최대 해양경제 거점이다. 라인강과 마스강 하구의 북해 연안에 위치해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최대 소비·산업 지대로 통하는 길목을 점유하고 있다. 라인강 운하를 통한 내륙 수송망, 시속 80km 이상 유지되는 사통팔달의 도로망, 유럽 전역을 잇는 철도망이 완벽하게 연계돼 있어서, 항만에 도달한 화물이 3~4시간 내에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신속한 물류 체계를 갖췄다. 또 수심 24m급의 깊은 해로를 갖춘 덕분에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정체나 제약 없이 원활하게 입항 가능하다.로테르담 항만공사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항만이 직접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약 233억 유로, 네덜란드 전체 GDP의 약 2.2%를 차지한다. 항만 유관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도 약 456억 유로, 전체 GDP의 약 6.2% 수준이다. 이에 중앙정부와 로테르담시는 매년 3억 유로(약 4500억 원) 규모의 총투자를 직접 단행한다. 수도(암스테르담)가 아님에도 탁월한 입지와 해양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 경제 및 글로벌 물류·해양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은 로테르담은 국가와 지자체는 물론 유럽연합(EU)의 전폭적인 투자를 받아 성장 중이다.지난 2일 이재명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전체 19개 부처 820조 9000억 원 예산 규모 중 해양수산부 예산은 8조 2636억 원으로 정해졌다. 해수부는 2013년 재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눈 씻고 다시 살펴보니 ‘사실상 꼴찌’ 수준을 면하기 어려웠다. 액수로 따지면 외교부(3조 원), 성평등가족부(2조 원), 통일부(1조 원)보다는 많지만 국토교통부(69조 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29조 원), 농식품부(22조 원), 중소벤처기업부(18조 원), 산업통상부(13조 원)보다는 적다. 산업 분야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외교부, 성평등가족부, 통일부 등과는 부처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수부의 내년도 예산은 가장 적은 비중으로 다뤄졌다.십수 년째 바뀌지 않는 해수부의 행정 부처 중 꼴찌 수준의 예산 배정이 올해도 이어지자, 해양수도 구축을 기대하고 있는 지역의 해양수산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실망감을 드러냈다.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해양수도권 구축에서 찾으며 마지막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2026년, 정부의 강력해 보였던 의지가 어느새 식어버린 건 아닌지 의구심과 불안감이 든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영한
[정달식의 일필일침] 100억 오텔로보다, 부산의 100년을 보라
8년 전 4월을 기억한다. 2018년 국립부산국악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통예술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토론회는 정오가 다 돼서야 끝났다. 기자도 토론자로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시 전재수 국회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 말하면 귀 기울였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날의 모습에서 부산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의 긍정적 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는 부산시장이 됐다. 그리고 그때 그 자리에서 던졌던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청년 예술인은 부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역의 예술 인재는 어디에서 꿈을 펼칠 것인가. 부산의 문화 예술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 질문을 지금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다시 던지고 있다. 현재 공정률 80%를 넘어선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내년 9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시민이 묻는다. “그래서 이 극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신통치 않다. 다만 분명한 한 가지는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텔로’가 추진되는 것이다. 3회 공연에 자그마치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서 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부산에서 보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민과 예술인이 묻는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부산에 남느냐”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향하는 것은 초청극장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제작극장이다. 그렇다면 라 스칼라를 불러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제작 역량과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부산의 자산으로 만들고 남기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을 보면 가슴이 막힌다. 오죽하면 지금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건물부터 지었다는 인상이 짙다. 공사 착공 후 8년이 지났지만, 상주 오케스트라도, 합창단도 없다. 제작 조직과 전문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지역 예술인을 어떻게 참여시킬지도 잘 안 보인다. 그런데 개관 무대에는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을 데려오겠다고 야단이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최근 연이어 열린 정책세미나와 시민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질문과 제안이 쏟아졌다. 제작 시스템은 있는가. 지역 예술인은 어떻게 참여하는가. 민간오페라단과는 어떻게 협력하는가. 상주 오케스트라는 있는가. 청년 예술인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개관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행계획과 예산, 로드맵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더 황당한 것은 라 스칼라와의 협력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제작 역량을 부산 자산으로 축적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는 ‘협력 전략’일 뿐 아직 라 스칼라 측과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100억 원이 넘는 사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남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면 정책이라기보다 희망 사항에 가깝다. 안전은 더 엄격해야 한다. 2023년 7월 감사에서 소방배관 부품의 설계와 다른 시공 등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의 위법·부당 사항 수십 건이 지적됐다. 시가 보완했다지만 추락한 신뢰는 말만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준공 전 시민과 건설·공연·설계·감리·예술 전문가가 참여하는 현장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을 직접 검증해야 한다. 이렇기에 개관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건물이 완성됐다고 극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심도와 영화의전당에서 우리는 이미 배웠다. 시설을 여는 것보다 제대로 운영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늦어도 좋다. 시범 운영 기간을 늘려서라도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참에 라 스칼라 선정 과정도 공개해야 한다. 정명훈 예술감독 문제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정 감독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동시에 라 스칼라 음악감독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부산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사업인 만큼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면 역할과 절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연임 논의와 라 스칼라 공연 추진이 맞물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면 행정은 더 이상 침묵할 일이 아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공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 예술인의 일터이자 청년 예술인의 학교, 지역 창작의 거점이어야 한다. 공연이 끝나도 사람과 기술, 작품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100년 뒤 부산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전재수 시장에게 8년 전 4월을 다시 떠올려보길 권한다. “청년 예술인은 부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부산시장 전재수다. 과거 그가 꿈꿨던 부산의 미래가 아직도 유효하다면, 이제 시장인 그가 그 답을 보여줄 때다.
[홍준성의 개념 쌓기] 사이비의 시대, 비트겐슈타인의 불충분함
새삼스러운 진단이긴 하나, 음모론이나 괴담 혹은 사이비적 믿음들이 횡행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사이비교와 엮인 사기, 폭행, 성범죄, 문서위조 등 범죄는 연간 5000건을 넘어선다고 한다. 또한 터무니없는 미망을 파는 주식리딩방 사기의 피해액도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런데 통상 이와 같은 루머의 피해자에게 건네지는 것은 연민보다는, 그 개인에 대한 지적이다. 어떻게 그런 허무맹랑한 말에 속을 수 있느냐고, 어떻게 그 단순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이때 피해자는 경계선 지능장애 진단을 받기 일쑤이다. 다시 말해 비상식은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철학계에서 이런 세태와 조응하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유행이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쳤던 분석철학은 세계로 뻗어나는 중이며, 최근에는 AI 언어모델과 엮이면서 그 인기가 마치 튤립버블 차트처럼 상승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말할 수 있는 것을 사실상 자연과학으로 한정지었다는 데에 있다.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로서 논리적 구조를 갖는데, 이는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영역으로 규정된다. 이때 심령주의? 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물리적 세계에서는 검증할 방법도 없고, 그래서 뭐라 객관화하여 말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그 유명한 처방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진단이 옳다고 가정하더라도, 여기엔 논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 대단한 분석철학적 논리력이라는 건 어떻게 활성화되는가? 허기가 질 때 밥을 안 먹고 가만히 있다보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인가?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비트겐슈타인적 주체에게 논리적인 세계를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은 사실상 자연발생적이다. 논리력의 활성화 조건 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앞서 본 사이비교 문제에 대한 처방처럼, 개인이 자신의 논리력을 충분히, 잘, 적절히, 최선을 다해 발휘하면 될 문제인 것이다. 중점은 세계는 논리적이고, 그 논리의 파악을 방해하는 것들, 즉 이른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소거법에 있다. 이때 인간은 무슨 환경과 분리된 논리적 기계, 즉 튜링 머신처럼 취급된다. 이는 후기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이다. 잘 알려졌듯, 1930년대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적 대응 관계보다는 실천적 효과 쪽으로 사유의 중점을 옮겼다. 이를테면 앞서 본 심령주의를 다시 가져오자면, 이는 여전히 객관적 허구이지만, 그럼에도 심령주의적 언어 활용을 통해 위안이나 감사를 표현하는 효력은 발생한다. 심령주의는 이러한 삶 안에서 이뤄지는 소통과 실천의 기능을 갖는 언어놀이인 것이다. 이때 심령주의의 폐단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식 처방은 단순하다. 심령적 언어 규칙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점검해볼 것, 혹시나 교주가 자신의 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교묘하게 단어의 쓰임새를 왜곡한 사기적 언어놀이가 아닌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어의 껍데기에 속지 말고, 그 단어가 실제로 행한 결과를 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이 전회에서도 일종의 논리적 초인은 그대로 유지된다. 언어놀이의 규칙들을 이해하고 검증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의 책임이다. 논리성을 무시하고픈 오류에의 충동이 들 때는? “또 다시 발작이로구나”라며 스스로를 타이르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간단히 일축된다. 반문컨대 그러한가? 분석철학이 사랑하는 논리적 언어인 자연과학에서 온 결과에 따르자면, 가난한 환경의 높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은 고위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뉴런 연결성을 약화시킨다. 또한 통계적으로도 사이비 종교의 유행과 사회적 세태의 불안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비례 관계이다. 그러니까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때 활성화되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이로부터의 즉각적인 탈출 욕망이다. 자신들의 공동체를 가진 사이비교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며 구원을 속삭인다. 다시 말해 사유가 적절히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불안이 완화되어야만 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이 완화 조건은 곧 최소한의 연대를 뜻한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논리성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고야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고 했다. 진실은 반대이다. 괴물이 깨어나면 이성이 잠드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이 괴물의 고전적인 이름은 가난과 고립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 비트겐슈타인을 생각하자면,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소거법이건 언어놀이에 대한 기민함이건 간에, 중요한 건 그 사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에 있을 것이다. 물론 비트겐슈타인 철학은 오류가 아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실로 불충분하고도 불충분할 뿐이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파울 링케, 베를린 오페레타의 아버지
음악의 역사는 늘 ‘고결한 예술성’과 ‘뜨거운 대중성’ 사이의 시소 놀이 같았다. ‘작은 오페라’라는 뜻의 ‘오페레타’는 오페라에 비교해 좀 더 가벼운 주제와 대중적인 음악, 그리고 레치타티보가 아닌 일반 대사를 사용하면서 19세기 중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는 급격히 바빠졌고 이 과정에서 서민은 점점 지쳐갔다. 신화나 역사 속의 영웅들이 등장해서 노래하는 정통 오페라로는 현실의 무게를 위로받지 못했다. 그들은 좀 더 쉽고 편하고 발랄한 엔터테인먼트를 원했고 그 심정에 딱 들어맞는 것이 오페레타였다. ‘음악+일반적 대사+현실적인 인물+사회풍자+대중적 노래’라는 도식은 훗날 뮤지컬의 중요한 DNA가 된다. 1858년 파리에서 자크 오펜바흐가 ‘지옥의 오르페’로 본격 오페레타의 시대를 열었다. 이 역시 기존의 오르페우스 신화가 가진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완전히 비틀어버린 작품이었다. 빈에서도 1874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가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독일에서도 베를린을 중심으로 오페레타가 작곡되기 시작했다. 베를린 오페레타의 선두에 선 사람이 파울 링케(Paul Lincke, 1866~1946)였다. 링케는 천부적으로 악기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났다. 어려서 바이올린, 바순. 호른, 드럼, 피아노를 연주했다. 군대 음악과 댄스음악을 작곡하다가 극장음악으로 눈을 돌려 본격적인 작곡을 시작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카바레인 파리의 ‘폴리 베르제르’에서 2년간 일하면서 보드빌 음악을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1899년 ‘달의 부인’을 발표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 ‘리지스트라타’ 등으로 독일 청중을 사로잡았고, 메트로폴극장의 수석 지휘자로도 일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져 베를린을 떠난 후 무대에 복귀하지 못한 채 1946년 9월 3일에 세상을 떠났다. 오페레타 ‘달의 부인’은 베를린 열기구 발명가가 친구들과 함께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로맨스를 그린 공상과학 코메디다. 링케는 1922년에 ‘달의 부인’을 개작하면서 따로 만들어 두었던 행진곡 '베를린의 공기(Berliner Luft)를 집어넣었다. “아무리 달나라가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베를린의 공기(Berliner Luft)만한 것이 없어!”라며 유쾌하게 마무리한다. 이 곡은 베를린 청중을 사로잡았고, 곧 베를린 시를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특히 매년 여름 베를린 외곽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발트뷔네 콘서트에선 맨 마지막 곡으로 청중과 함께 이 곡을 부르는 것을 전통처럼 이어가고 있다. 휘파람을 부르며 즐겁게 합창하는 영상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꽤 많은 도시가 시가(市歌)란 걸 만들어 누리집에 올려놓았지만, 시민들이 시가를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왜? 시대에 안 맞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데스크 칼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마지막 스퍼트'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를 앞두고 관가와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 공식 발표에 앞서 지난 7월 중순과 지난달 중순, 약 한 달 간격으로 이전 기관 배치안이 담긴 이른바 ‘금융권 지라시’가 SNS를 통해 확산한 것이 발단이다. 국토교통부 실무진의 발언을 요약했다는 이 지라시에는 국토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9월 중 이전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유관기관은 세종으로, 한국투자공사(KIC)와 7대 공제회, NH투자증권 등 자산운용 관련은 전주로,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은 부산으로, 농협중앙회는 나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원칙과 지자체 지역 논리, 정치권 이해관계를 잘 끼워 맞춘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분석부터 여권이 향후 이전 로드맵에 대해 여론을 떠보기 위해 흘렸을 가능성, 국토부 실무진과 비공식 대화에서 나온 개인적 구상을 정리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곧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이전안 의결을 추진한다는 내용까지 보도하자, 정부는 공론화와 지자체·노조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11월께 이전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라시 유통과 정부 해명으로 이전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라시 내용은 미확인 정보로 남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내용의 진위와 별개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둘러싼 지역 간 경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부가 앞으로 어떤 기준과 논리로 기관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내용을 접한 금융권과 관가에서도 기관별 산업 연관성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배치라는 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공공기관을 혁신도시 중심으로 산업·기능 연관 효과에 따라 ‘집적과 집중’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울 잔류 기관을 최소화하겠다는 분명한 정부 원칙을 밝혔다. 이 원칙에 맞춰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도 2차 이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몇 개 기관을 유치하느냐’보다 부산에 어떤 기관을 집적해야 가장 큰 시너지와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따져, 이를 정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과 관가에서는 정부가 당초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 공공기관 이전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이전 대상 기관 노조와 유치 희망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발표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관가의 정책 결정 구조를 잘 아는 한 금융권 인사도 “극도로 비밀리에 진행된 배치 작업이 마무리되고 초안 공개가 임박했지만, 반발이 커지자 발표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산도 아직 남은 시간 동안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기술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 공공기관이 자리 잡았다. 금융산업 핵심 인프라가 집적된 만큼 추가 기관 이전에 따른 연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해수부 이전에 따른 해양금융을 비롯해 블록체인·디지털금융 등 미래 금융산업으로 확장할 기반도 갖췄다. 정주 여건도 강점이다.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부산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 10곳 중 이전 직원의 1인 가구·가족 동반 이주율이 80%를 넘으며 가장 높았다. 이전 대상 기관 내부에서 세종·전주보다 부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쓰이는 ‘마지막 스퍼트’는 남은 시간과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정부가 이전 원칙으로 ‘집적과 집중’을 내세운 지금, 부산은 그동안 시민들이 염원해 온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정부의 이전안 퍼즐이 최종적으로 맞춰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다른 국책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라시에 포함된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안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금융중심지에 금융위원회가 와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부족하다면, 이미 자본시장 인프라와 주요 금융기관이 집적된 부산에 금융정책 총괄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이전하는 것이 ‘집적과 집중’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안 발표가 미뤄진 만큼 부산에는 다시 시간이 주어졌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중앙로365] 재난에는 평균이 없다
지난달 17일 경남 거제에 하루에만 654.3mm 비가 쏟아졌다. 1972년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신기록이자 전국 역대 세 번째 기록으로,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폭우로 판단된다. 사흘 누적 강수량은 평년 여름 한 철 강수량에 육박했다. 섬 지형의 좁은 수로와 경사지 주택 밀집이 피해를 키웠고, 산사태로 1명이 숨졌다. 부산과 통영에서도 침수와 고립이 잇따르자, 정부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기후 위기가 부르는 극한 재난이 미래 경고가 아니라 현실임을, 이번 폭우가 분명하게 알려준 셈이다. 같은 시각 태평양 건너에선 재난관리 체계를 흔드는 논쟁이 한창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둘러싼 개편 논란이다. 1979년 설립된 FEMA는 대형 재난 시 복구 지원과 이재민 구호, 공공시설 재건을 총괄한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이를 벤치마킹해 소방방재청을 세웠던 만큼, 우리 재난관리 체계에도 그 골격이 스며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개편 놓고 논란 주 정부 재난 대응 주도 땐 주민 부담 국내 소방방재청 재난관리 체계 비슷 부산·경남, 태풍·해일 등 고위험 지대 국지적 극한 피해까지 담는 게 중요 재난의 새로운 기준과 원칙 세워야 올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구성한 ‘FEMA 검토위원회’는 연방의 역할을 줄이고, 주(州) 정부가 재난 대응을 주도하도록 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한 분석 보고서는 개편안이 재난 지원 문턱을 높이고, 비용을 지방정부와 생존자에게 전가할 것이라 경고했다. 재난 선언을 가늠하는 1인당 피해액 지표를 1.94달러에서 2.99달러로 올리면, 2012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재난 선언의 약 29%가 지원 대상에서 빠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간 약 15억 달러(약 2조 원)의 부담이 지방과 피해 주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위험은 배가된다. 이 1인당 피해액 지표는 주 전체 인구를 분모로 삼기에, 인구가 적은 지역은 마을이 초토화돼도 광역 통계에 묻혀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그러나 기후 재난은 이번 거제의 경우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국지성 폭우로 닥친다. 광역 통계로 환산하면 평균에 희석되지만, 그 좁은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는 삶터 전체가 무너지는 재난이다. 평균의 함정이 가장 먼저 타격받는 지역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셈이다. 논쟁은 재난 ‘이후’ 지원만이 아니라 ‘이전’의 경보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개편 논의와 함께 미국 해양대기청의 관측과 예보 예산 감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26일 네팔에서는 빙하 붕괴가 부른 돌발홍수로 633명 넘게 숨졌는데, 붕괴는 감시망 밖에서 일어났다. 극한 재난일수록 경보 몇 분이 생사를 가른다. 시간당 100㎜ 이상의 국지성 폭우도 촘촘한 경보와 선제적인 대피 없이는 대참사로 번질 수 있다. 또 다른 뼈아픈 대목은 미국의 개편안이 FEMA의 장기 주거 지원을 없애려 한다는 점이다. 임시 대피에서 더 나은 재건으로 가는 길이 끊기면, 잠깐의 대피가 그대로 돌아갈 곳 없는 처지로 굳어진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산불로 집을 잃고 임시 조립 주택에 살던 경북 안동과 의성 이재민들은, 올여름 집중호우로 그 임시 주택마저 침수당했다. 이재민을 벼랑 끝에서 붙드는 안전망은, 국가와 지방이 재정과 역량을 함께 쥘 때 비로소 작동한다. 이 논쟁이 묵직한 까닭이 있다. 소방방재청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국민안전처에 흡수돼 독립 외청의 지위를 잃었고, 2017년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으로 다시 쪼개졌다. 통합과 효율의 명분은 있었지만, 재난 대응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흔들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재난 전담 역량이 정치적 명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FEMA 축소’ 논쟁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비추는 거울이다. 부산과 경남은 이 질문의 최전선에 있다. 태풍의 길목에 자리해 강해진 태풍과 폭풍해일, 도시 침수, 산사태가 겹치는 고위험 지대다. 이번에도 국가 재난 사태로 대응했기에 특별교부세가 긴급 지원됐다. 우리 역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과 지역 선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국지적인 극한 피해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광역이나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하라’는 책임 전가형 분권으로 흐른다면, 지방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재난 대응체계를 조정할 때는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중앙과 지방 역할 분담에서 사무 이양보다 재원 이양의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둘째, 지방에 대한 책임 전가를 우려하는 것은 지방이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자체 재난 기금과 조기경보 체계, 전문 인력을 평시에 축적해야 한다. 셋째, 임시 거처에서 삶의 회복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극한 피해를 반영하도록 지방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난은 행정구역을 가리지 않지만, 청구서는 늘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된다. 이제 국지적 극한 피해까지 담아내는 재난의 새로운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재난에 평균은 없기 때문이다.
[프런티어] ‘만드는 해운’에서 ‘선도하는 해운’으로
글로벌 해양 환경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선사들이 짊어져야 할 운항 비용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당장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 규제에 따라 선박이 부산에서 로테르담으로 이동하는 1항차에 대해, 선사들은 일종의 탄소세 개념으로 약 5억 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왕복 시 무려 10억 원에 이르는, 이 막대한 추가 비용은 상한선이 없으며, 규제가 심화함에 따라 지속해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선박 연료유의 탄소 집약도를 직접 규제하는 FuelEU Maritime 역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고 2050년까지 감축 기준이 가파르게 강화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뜻하며, 향후 친환경 선박 전환과 고효율 친환경 기자재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거세지는 환경 규제의 파도 속에서, 수에즈운하를 우회하는 기존 항로 대비 운항 거리와 시간을 대폭 단축하여 물류비용과 탄소 배출을 동시에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북극항로’의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과거 러시아 야말(Yamal) 프로젝트가 초대형 쇄빙 LNG 운반선 수요를 창출하며 북극해의 상업적 운항 가능성을 증명했듯, 북극권 물류 수송은 이미 세계적 관심사다. 북극항로가 제도적·기술적으로 정비된다면, 부산은 동북아의 관문 항만을 넘어 아시아의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글로벌 친환경 급유 및 해양 종합 서비스 허브로 도약하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이점을 누리게 된다. 우수한 해기사와 선원 공급 체계, 기자재 산업, 인근 대형 조선소까지 완비된 부산의 인프라는 이를 위한 최고의 자산이다. 특히 우리는 세계 해운·조선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판도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 선박의 약 55%가 아시아 선주 소유이고 조선 건조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해운·조선 강국이지만, 실상은 몸으로 만들어내는 2차 산업 중심으로 기대 수익률에 한계가 있다. 핵심 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비, 선박금융, 보험, 중개, 국제 규제 제정 등 고차원의 고부가가치 산업은 여전히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아득히 넘어 AI 전환이 현실화하는 지금, 우리가 축적한 독보적인 선박 건조 및 운항 실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한다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해운 산업에서 데이터 기반의 AI 서비스 생태계야말로 우리가 선점해야 할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은 부산이 직면한 가장 뼈아픈 사회적 과제인 ‘청년 인구 유출’을 해결할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재 부산에서는 매년 약 2만 명에 달하는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으로 떠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확실한 주도권을 쥔 ‘해운’과 ‘조선’이라는 명확한 테마 위에 AI·데이터, 선박금융 등 지식 기반 일자리를 결합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반전된다. 부산은 쾌적한 주거 여건과 도심 인프라를 완벽히 갖춘 도시이니 고부가가치 일자리만 뒷받침된다면 청년과 전문 인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비전을 담아낼 도시적 그릇과 지원 체계도 이미 탄탄히 갖추어져 있다. 도심형 워케이션 센터들이 활발히 운영되어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 혁신 거점 기관들이 청년들의 창업과 기술 도전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해양수산부의 주요 정책 기능과 산하 공공기관들이 부산에 집적되어 해양 정책의 중심축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부산’과 ‘해운’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깊이 있게 엮어내 자본과 투자가 유입될 때이다. 글로벌 해양 규제의 파도를 발판 삼아 북극항로와 친환경·디지털 해운 생태계를 선점한다면, 부산은 청년들의 활기와 자본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재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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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나흘째… 기상 악화에 여전히 실종자 수색 난항 [부산 오륙도 예인선 전복 사고]
티엔에스캐처호 실종자 나흘째 야간 수색… 풍랑에 수색 난항 [부산 오륙도 예인선 전복 사고]
병장이 무장간첩 때려잡은 다대포 사건의 진실[김백상의 레알 3편 1부]
고수온 꺾였지만 후유증은 계속…어류 630만미 훌쩍, 멍게 93억 원 피해
다시 한번 ‘9연승의 기적’, NC 시즌 막판 달린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 독일 샬케로 이적
메이저리그 마침표 고우석, 3년 만에 LG 복귀
마운드 못 오르는 오타니, 4연속 MVP 적신호
김태형 감독 극찬한 '우리 막내' 김한결 , 롯데 미래 던진다
AG 3인방 없는 롯데 10경기…KBO 잔여 경기 확정
6위까지 찍었다…롯데, 방망이 살아나자 5연승
‘반등 절실’ 부산아이파크, 6경기째 무승
믿기 힘들었던 7회 13점 폭격, 롯데 역사 새로 썼다
경남고성·보물섬남해스포츠클럽 청룡기 U15 축구 공동 우승
롯데 점점 멀어지는 가을야구, 2017년의 기적 가능할까
‘중원사령관’ 황인범 프리메이라리가 데뷔전 공격포인트
'우지원 딸' 우서윤, 2026 미스코리아 진 됐다
류승완 감독 ‘휴민트’ 여성 관객들 혹평 이유는
[경건한 주말] 제목처럼 어정쩡한 영화 ‘아마추어’
개그맨 윤택, 가수 변신… ‘오지:객’ OST 발매
도경수 “피아노 악보 보는 법부터 배워… 안무 외우듯 연습”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god… 그들이 부산에 돌아왔다
다재다능 여자 아이돌 멤버들, 솔로 첫발
현빈·손예진, 부모 된다 “새 생명 찾아와…소중히 지킬 것”
김병현·이승엽·양준혁… ‘야구 예능’으로 안방 나들이
이상순, 재력家 집안의 정체는…'해운대 유명한 소갈비 식당이었어?'
'괴물' 신스틸러 강진묵 역 이규회 누구?…알고보니 배우 이봉련과 부부
에이프릴, '이현주 왕따' 이어 '이나은 학폭' 논란까지
이 대통령 '한 번의 연체가 평생 발목 잡아선 안돼…재기의 길 넓힐 것'
野 '뜬금없는 용혜인, 김현지의 빌드업'…與 '부정선거 망상 수준'
한동훈 '김승원, 브로커에 '보고 싶어 눈물 나네''
민주당 '尹 검찰, 김승원 기소 못해…유리한 대목만 공개'
부산 구포데이 행사 참여한 한동훈 “2030년 정권 탈환 제가 할 것”
이 대통령 지지율 40% 최저…PK 부정평가 가장 높아
민주, 용혜인과 거리 두고 관망…당내 일각서 '자진 사퇴 결단' 언급도
부산시의회 “4대 항만공사 강제 통합 철회하라”
이 대통령 '노동자 출신이라 노조 편만 드는 것 아냐… 사안에 따라 가려봐야'
조국 '충정으로 대처방안 제시하니 배은망덕하다며 공격… '반명' 만드는 게 도움 되겠나'
국힘 '정부 '호르무즈 파병' 여론 간보기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 대통령 6~9일 프랑스 국빈 방문…마크롱과 정상회담
한국 수출, 248일 만에 새기록 썼다…9월 5일 수출누계 7000억 달러 돌파
[부고] 하대성(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장)씨 별세
전기안전공사,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 위해 힘 보탠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 영끌 매수 지적에…“출퇴근 위해 실거주 목적 매입한 것”
부산 외국인 관광객 역대급 증가… 300만명 돌파 올해 두 달 빠를 전망
HUG, 부산 강서구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신규분양시 사전심사
농촌진흥청장, 풀사료 3모작 재배지역 방문…“농가 사료비 줄이도록 적극 지원”
원달러 환율 장중 1340원대로 하락…두달만에 209원 떨어져
재경부 “공공기관 통합돼도 지역인재는 본부별로 채용”
벤츠 한성모터스,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서 팝업 이벤트
농촌에서 일하면서 휴식도…‘농촌형 워케이션’ 전국 13개소로 확대
남부발전, 500MW 고양창릉복합발전소 건설 본궤도…내년 1월 착공
[부산 전시] 이번주에뭐볼까 [2026년 9월 1일~ ]
[키아프리즈 2026] '대박' 대신 '실속'…부산 화랑 12곳, ‘조용한 선전’
조계종 총무원장에 진우스님…자승 이후 13년 만에 연임
[힐링 스포츠, 승마] 귀족 스포츠 옛말
새것보다 내 것이 좋아지는 수리의 기적!
금과 같은 노동에 똥과 같은 처우라니
십계명 너머 '열 개의 사랑' 묻다…키에슬로프스키 '데칼로그' 특별전
'이 태풍 뭐야?' 18호 태풍 '사우델' 부활…24호 태풍 '크로반' 이동경로는?
'2026 부일영화상' 사회자에 배우 김남길·천우희
한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알프스
‘소아중환자 욕창 연구’ 국제 학술지 게재
[이 주의 새 책] 노무현 평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