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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비공개 대국민 사과

[밀물썰물] 비공개 대국민 사과

우리 속담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상대방에게 간절히 비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본능은 원래 ‘책임 회피’에 가깝게 설계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잘못을 인정해 평판이 하락하고,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 사과 행위는 큰 용기와 진정성이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아론 라자르 교수는 저서 〈사과에 대하여〉에서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사과이며, 사과는 약자의 언어가 아니라 위대한 힘을 요구하는 리더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으로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하고, 그 이유에 대해 진상을 규명한 뒤,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 방향을 공표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얼버무림, “만약~ 했더라면”이라는 가정법, 누가 잘못했는지 주체조차 애매한 수동형, “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까~”라는 부정형 등 잘못된 사과로 화를 키우는 경우도 수두룩하다.윤석열 대통령의 ‘비공개 대국민 사과’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윤 대통령은 4·10총선 참패와 관련해 국무회의 13분 모두발언을 통해 “옳은 방향과 좋은 정책 아래 최선을 다했다”면서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국민에게는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책임과 혁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변명으로 비쳤다. 비난이 빗발치자, 대통령실 측은 4시간 뒤에서야 “대통령이 비공개회의에선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라고 발표했다.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인 국민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비공개 대국민 사과’였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된 셈이다.국민이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당당하게 책임을 지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통령에게 사과는 정치의 끝이 아니라,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성공적 사과는 국민과 손상된 관계를 회복시켜 지지자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수보다 더 나쁜 게 사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사과의 방법을 배워야 할 듯하다. 고물가와 고환율 등 사과할 일이 집채만 한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이병철 논설위원 peter@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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